증권으로 성공한 사람의 삶
<신길우의 수필 18>
증권회사에 근무하던 사람이 증권 열풍에 홀로서기를 결심하고 퇴직을 하였다. 그런데 그때부터 증권 한풍(寒風)이 불어 빚만 잔뜩 짊어졌다. 아이들 학비도 줄 수 없는 절망 상태가 되었다.
할 수 없이 증권 경험을 내세워 사정하여 사채업자의 중매인(仲買人) 노릇을 했다. 마침 주가(株價)가 폭등할 때여서 몇 억 원을 벌었다. 이때 IMF 체제로 직장을 잃은 옛 동료들이 벤처 회사를 차리며 자금 지원을 요청해 왔다. 없는 셈치고 몇 천 만원씩 투자를 했다. 그런데 그게 잠깐 사이에 몇 10배로 뛰었다.
“지금은 100억 원은 넘지요.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요?”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승용차부터 외국제로 바꾸고, 집도 10억 원이 넘는 저택을 사서 이사했다.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거의 다 들어주었다. 골프도 치고 룸살롱에도 다녔다. 돈 쓰는 일에 아무 부담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만나자는 사람도 많고, 가는 곳마다 환대(歡待)를 받았다. 이래서 부자가 되려고 야단들인가 보다 생각하며, 돈 많은 행복을 만끽(滿喫)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생겼다.
먼저, 자신의 달라진 생활에 아내가 의심을 하기 시작하였다. 자연히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가정부를 두면서 아내는 외출을 자주 하였다. 씀씀이도 자꾸 헤퍼졌다. 몇 백만 원짜리 옷도 사들이고, 친구들과 어울려 한 끼에 몇 십만 원씩 쓰는 것도 예사였다. 밤늦게 들어와서도 미안해하지를 않았다. 좀 못마땅한 소리를 하면 그래도 당신보다는 훨씬 덜 한다며 대들었다.
아이들도 변했다. 유명한 제품만 좋아하고 비싼 물건들만 샀다. 친구들도 돈 많은 집의 아이들만 사귀고, 그들과 어울려 즐기며 노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마음에 들면 무슨 일이든지 하고,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하다시피 하며 살았다. 마음껏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고 노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으로 여겼다. 행동도 요리조리 따지거나 앞뒤를 살피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하였다. 장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하고, 하고 싶은 일은 당장 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형제자매끼리도 잘 다투었다.
친척들도 달라졌다. 형수(兄嫂)는 필요하다 하면 으레 돈을 빌리러 왔고, 괜찮은 옷이며 물건을 보면 달라는 것을 당연시하였다. 동생과 제수는 사업자금도 못 대주느냐고 대들고, 주어도 적다고 욕하기가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돈이 필요하면 또 찾아와 졸라대곤 하였다. 친척 아이들도 놀러와서는 마음에 드는 물건이나 용돈을 주지 않으면 가려 하지 않고, 몇 만원쯤은 받으려 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지금 그는 너무 외롭다고 한다. 식구들 마저 무엇이든 돈으로만 해결하려 들고, 각기 자기 좋은 대로만 각자 바쁘게 살아서 함께 사는 맛을 느낄 수가 없단다. 돈은 많으나 마음은 편하지 않고, 가족은 있으나 각자 바쁘게 살아 그냥 아는 사람을 잠시잠시 만나고 헤어지듯 한단다. 한 집에서 살 뿐 정겹지가 않고, 가족다운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2000년에 들은 이야기다.
행복은 돈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꾸 돈에만 신경을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