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파이팅 소리

<신길우의 수필 17>

2007-01-29     동북아신문 기자

실내 양궁 경기장에서였다. 국제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남녀 개인 종목의 준결승전에 이어 결승전이 벌어졌다.

여자 개인 결승전은 한국과 외국 선수가 대결을 벌였다. 시합은 백중세였다. 한 쪽이 10점을 맞추면 다른 쪽도 10점을 맞추고, 실수로 9점을 받으면 덩달아 9점을 쏘아서 결승전은 더욱 긴장되고 흥미롭게 진행이 되었다. 마지막 세 발을 남겨놓고 한국 선수가 1점을 앞서고 있었다.

한국의 선수는 아들을 둔 어머니였다. 마지막 세 발 중 첫 발은 10점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는 9점이었다. 외국 선수는 10점을 쏘았다. 1점을 앞서갔던 그녀는 동점이 되고 말았다. 이제 10점을 쏘지 못하면 1점차로 역전패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녀는 세 번째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이 마지막 화살이 몇 점의 과녁을 뚫느냐에 따라 패할 수도 우승 기회를 잡을 수도 있는 순간이다. 그녀는 과녁을 뚫어지게 쏘아보았다. 잠시 침묵이 무겁게 경기장을 내리눌렀다.

그때 갑자기, 관중석에서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났다.

“엄마! 파이팅1

순간 그녀의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화살은 9점 자리에 박혔다.

“아하1

“저런1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소리가 났다. 그런데 활을 쏜 그녀는 씩 웃었다. 외국 선수의 마지막 화살은 10점을 맞췄다. 1점차로 역전패하여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패한 그녀는 천천히 아들이 있는 관중석으로 걸어갔다. 아들은 순간 자기가 외친 소리가 도리어 자기 어머니를 실수하게 만든 것임을 깨달았다. 아이는 미안하고 겸연쩍어 어쩔 줄을 몰라 하였다.

그런데 그녀는 얼굴에 밝은 웃음을 지으며 다가가서 아들을 자기 품에 꼭 껴안아 주었다.

“엄마 힘내라고 한 건데…….”

“안다. 고맙다. 엄마는 널 사랑한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의 눈언저리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옆에 있던 남편이 그녀와 아들을 함께 감싸 안으며 말했다.

“수고했소. 모두 잘 했어요.”

세 사람은 한 덩어리로 부등켜안았다. 이를 보고 있던 관중들이 뜨겁게 박수를 쳤다. 사람들은 이들의 모습을 아주 정겹고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박수치기를 그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