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기행시]서지월 시-'만주의 노래'

2006-12-29     동북아신문 기자


                [만주기행시]

                만주의 노래

                서 지 월

                가서 보면 안다
                거기에도 꽃은 피고 강은 흘러
                마을을 이루고 있음을

                거기에도 사람이 살아
                옥수수밭 일구고 울타리 가으로
                해바라기 대낮을 환히 밝히고 있음을

                나는 거기 가서 2천년전 고주몽이
                나라 세운 옛도읍과 아직도
                흑까마귀 빙빙 하늘을 돌아
                무언가를 찾으려고
                시늉 해보이고 있는 산성과
                1천 6백년전 고분군의
                해와 달 머리에 인 남자와 여자
                그들이 우리의 지아비 지어미임을
                알았다.

                거기에는 아직도
                당나귀 노새 소달구지가 길을 가며
                「견육졸이라 써붙인 보신탕 전문식당이
                즐비한 풍경 낯설지 않고
                때론 하늘은 비를 내리시어
                땅을 적시는 것을

                더러는 삼등완행열차가 벌판을 가로질러
                나를 정처없이 가게 하는 것을
                부자유친(父子有親) 같은 만주땅이
                나를 놓아버리지 않고 그 어디든
                나를 데려가 노래 부르게 하고
                이곳에 취해 보라 하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서 지 월

                눈 덮인 만주벌판
                환인땅에 우뚝 솟은 홀승골성에 올라
                나는 보았다

                머리 위로는 새벽별 얹고
                그 이마의 눈썹 언저리쯤
                까마귀 몇 마리 날리며
                2천년 침묵의 잠에서 깨어나
                어둠 밀어내고 있는 것을

                발 아래 비류수 짙푸른 살결은
                푸들거리고 있었는데

                아아, 해모수가 오룡거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처음 당도했다는
                홀승골성 그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山頂, 그 아들 주몽이 다시 올라
                대고구려를 열어

                2천년 지난 후 새해 첫날 신새벽
                나 역시 홀승골성에 올라
                만주벌판 휘저으며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았느니

                해모수도 가고 주몽도 가고 없는
                白衣의 눈 덮인 산정에서
                새로 열리는 대고구려의 시대를 예감하며
                어디선가 포대기속 아기 울음소리
                쩌렁쩌렁 들려오고 있었네

                *혼강: 옛 '비류수'를 말함.

                **TV에서 화제의 드라마로 방영 되고 있는
                '주몽'이 동부여를 탈출 남하해서
                비류수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비류수에서 올려다 보이는
                홀승골성 서성산, 지금의 오녀산성
                정상에 대고구려를 건국한
                바로 그 만주땅 환인현 비류수를
                무대로 쓴 역사기행시다.


                                              
             **위 사진은 서지월시인의 「겨울만주기행」에서 고구려 제1도읍인 환인땅에서
                 제2도읍인 집안땅 압록강으로 흘러가는 겨울 비류수(혼강) 풍경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