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나의 얼룩아
<전화 시>
싸늘한 가을 길거리에 굳어진 몸으로 하늘나라로 간게
흰 몸에 노랑 털이 박힌 얼룩이 너였구나
네 이름이 뭔지, 니가 왜 이 마을을 떠돌아다니는지
난 몰라
그러나 네가 몇 마리 너랑 비슷한 강아지들과,
내가 사는 동네 휘젓고 다니는 것 볼 때마다 안쓰러웠어.
주인에게서 버림을 받았는지
네가 집을 나왔는지?
나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니가 이렇게 차에 치여 쓰러진 길거리에 피 흔적 남기고
아침 길거리에서 저 세상으로 간걸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구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네.
선뜻 니 곁에 다가갈 수 없었어
출근 시간 늦었다는 핑계로
네 곁을 스쳐 지나면서 니 눈을 보았어
어딘가 멀리 바라보는 듯,
누구를 원망하는 듯한 눈빛에
난 황급히 머리를 돌렸어.
한참 가다가 뒤돌아 본 너는
그냥 그 모습대로 누워있구나.
다가가서 네 시신이라도 거둬주고 싶지만
난 분명 담이 작은 여자였어.
무서웠어.
피 흘린 너의 머리를 만질 용기가 안 났어.
얼룩아,
이렇게 네 이름을 붙여놓고 불러본다
부디 니가 가는 하늘나라에는
차가 없었으면 좋겠구나.
인간 문명의 산물인 차에 치워
추운 가을날 아침에 저 멀리로 떠나버린 너
네 곁엔 니 친구들도 없고
네 곁을 스쳐 지나는 많은 학생들의 발걸음 속에서
나는 왠지 슬퍼진다
왠지 쓸쓸 해진다
다음 생애에 혹시라도 네가 강아지로 태어난다면
부디 맘 좋은 주인 아래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랑을 받으며
네 수명 다 할 때까지 살다
하늘나라로 가기를 바래.
그리고 미안해,
내가 너의 주검 버려둔 채 스쳐지나서,
정말 미안해.
2005년 9월 29일에 얼룩이를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