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 納骨
양태의
∙1942년 부여 출생
∙시집 『耳鳴』외
∙전원에서 동인, 대전문인협회 회원
납골納骨
구봉산영락원 분향실 상석床石 위에
소리 없는 고운 미소, 영정으로 모셔놓고
그 앞에 둥근 유골항아리 내려놓고
삼사 실과 고여 놓고 술 따르고
아들 며느리 슬퍼서 절하고
딸 사위 울면서 절하고
친지들 훌쩍훌쩍 뒤에서 고개 숙이고
그대 애달파 속으로 흐느끼며 절하고
밖엔 궂은 겨울비 내린다
효성빌라 302호를 영별하신
그대 짝꿍 고 박예순님
숨 가삐 올라오던 등정登程 간간히
꽃구경 새 보던 재미,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후유!
그대 옆구리의 병풍으로 외풍을 막아주고
뜨뜻하게 달궈진 아랫목 되어 다리를 뻗게 하다가
짐 부려 숨 돌리며 잠시 되돌아보는 꿈을 꾸었는데
구봉산영락원 자스민 8038호 꽃방에
싸늘하게 식은 꿈, 꽃가루로 반납하고
꽃잎 오므려 지상의 길 닫는다
어쩌나!
돌아서는 쓰린 가슴 헤집으며
흔들리는 어깨 위에 추적추적 천만근
그대 마음처럼 무거운 빗줄기는 얹혀 쌓고
터벅터벅 휘청거리는 그대 발등에
뜨거운 눈물처럼 뚝뚝
차디찬 겨울비는 떨어지고
더 빨강
더 빨강?
장미꽃 같이 이글대는 빨강, 수박 속 같이 달디 단 빨강, 홍시 같이 불콰한 빨강, 노을 같이 황홀한 빨강, 입술처럼 농염한 빨강, 이 빨강, 저 빨강, 그 빨강 보다 더욱 빨간 빨강, 새빨간 거짓말 같은 빨강, 아니면 빨갱이처럼 진저리쳐지는 빨강인 줄 알았다, 더 빨강
그런데 스물넷의 추소영과 스물여섯의 안진옥과 열아홉의 배슬기가, 2005년에 1집 앨범 1st를 낸 프로젝트그룹 이름이라나, 모두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165cm가 넘는 늘씬함에 50kg이내의 가벼움으로 인기를 춤추고 있는데, 2006년 2월로 1기를 마감한다는 가수동아리, 2기는 더 빨개질 더 빨강, 3기는 더더욱 빨개질 더 빨강
빨가벗은 빨강으로는, 저 활활 타는 정열로도 혼자서는 너무 추워 빨강의 앞자락에다 더! 를 둘러친 더 빨강, 하필이면 왜 더? 일까, 술 냄새 폴폴 날리는 빨간 입술에다 음주측정기 들이밀고는 더더더더…하는 더, 인가? 더듬더듬 더듬는 더듬이의 더, 인가? 빠른 세월 더디게 가라는 더, 인가? 얹혀사는 더부살이신세의 더, 인가? 이따금 생각나면 더러 더러 들르라는 더, 인가? 더구나 할 때의 더? 더러운 세상의 더? 그게 아니구나, 영어의 티 에이치 이, 더The구나!
더 빨강, 영어와 한글의 튀기?
더 빨강, 한글과 영어의 퓨전?
더 빨강, 이민 간 빨강 1.5세?
더 빨강, 귀화한 빨강 1.5세?
더 빨강, 빨강과 red의 세대차?
더 빨강, 빨강의 변종 바이러스?
더 빨강, 빨강의 바꿔치기?
저런
더 빨강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