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들여다보다가 (시 외1수)
<호서문학 주간 홍순갑>
2006-12-29 동북아신문 기자
홍순갑
∙호서문학, 문예한국으로 등단
∙ 시집 『빛과 그림자에 대한 명상』,
『저 달을 보라』, 『조용히 빛나는 것은 붉다』
∙<호서문학> 주간
깊이 들여다보다가
골목길 누군가 찍어놓은 발자국에 숱한 별들 잠겨있어
별들 들여다보다가 무엇인가 들여다보는 것은 生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아
깊이 들여다보면 웅덩이나 저수지나 우물이나 깊이가 같아서 하늘만한 슬픔도 별이 되고
깊이 들여다본다는 것은 목숨 또한 덧없어 호밀밭 위를 흐르는 달그림자 같기도 하고
나무도 제 마음을 그토록 오랫동안 들여다 본 후에야 조금씩 뿌리를 땅 속으로 뻗어 가는데
밤 깊어 아픈 시 한 줄 쓰려 生을 깊이깊이 들여다보면
제 마음 잃고 떠돌던 말들이 빈손으로 돌아와
뿌리도 없이 극빈의 울음을 새처럼 울다가 잠들기도 한다.
달빛은장도
휘영청 방안이 달 속이다 텅 빈 속이어서 슬픔도 달처럼 환하다.
익어 젖은 달빛은 춤추며 밀물썰물로 밀려왔다 밀려갔다.
메밀꽃 피는 자작나무 숲길을 자작자작 걸었다 고요의 바다는 깊어 적막했다.
하늘에는 마디마디 물음이자 대답인 눈물이 그렁그렁 허공에 가득했다.
몸 저리게 그리운 계절의 물음은 항상 붉었으나 대답은 마른 갈대였다.
철없는 생각이 생을 겉돌 때 몸은 자꾸 물음 쪽으로 기울어 뒤척였다.
기울어진 몸이 갸웃갸웃 품안에 스며 날 세운 채 촌철의 때를 벼리고 있다.
가슴에 안겨 두근거리는 오! 달빛은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