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조선족이 있는가?
- 조선족 주체성에 대한 사고(1)
한국에 조선족에 있는 가고 하면 조선족들마저 무슨 소리 하느냐고 물을 것이다. 한국에는 조선족이 많다. 92년 8월 14일, 한중수교 전부터 조선족들은 끊임없이 한국을 오가면서 자신들의 삶을 위해 파란만장을 헤쳐 왔었다.
법무부의 통계에 의하면, 현재 재한 조선족의 수는 22만 여명이 된다고 한다. 매년 한국에로 오가는 조선족도 10만 여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한국에 머물었던 조선족 인수(人數)가 한 해에 30만 가깝다는 통계가 나온다. 한중수교 14년간에 다녀간 조선족 출입국의 인수를 통계하면 너무 방대하다. 그러니 한국은 현 조선족의 모국이자 두 번째 고향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에는 연변의 현시와 그 인수를 비교해 보자. 연길시의 시내 인구는 30여만 명(48% 가량이 조선족?)이고 용정시 시내는 10만 명(65%가 조선족)이다. 도문이나 화룡, 왕청의 시내 인구도 용정과 대체로 비슷하나, 조선족은 오히려 용정보다 적은 편이다.
그러니 재한 조선족 인수는 연길과 용정 시내에 있는 조선족을 합한 인수와 비슷하다는 통계가 나온다. 그런데 그 많은 조선족들의 활약상이 왜 보이지 않을까? 작지만 큰 나라, 4천7백여 만의 한국에 잠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 어차피 한 핏줄이라는 명색으로 통폐합을 바라고, 그것을 적극 추진해온 한국정부의 정책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재한조선족은 농경문화로부터 산업혁명을 겪으며 3D업종 제 분야에서 땀을 쏟으면서 고국의 현대문명 속에서 갈등하고 당하고 고민해오다니 보니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한국인에 예속될 수밖에 없었으며, 조선족이란 자기의 주체성을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연길시와 용정시의 조선족이 이 땅에서 잠식된 것과 같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고향 같으면 마땅히 있어야 할 조선족의 사회기반들인 조선족 정부나 기업, 학교와 기타 사회구조기반들이 이뤄져 있지 않고, 이뤄질 수도 없게 된 것이다.
그러면 조선족(재한 조선족 지성인들과 조선족유학생들 외의)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다만 일하는 도구나 부속품, 또는 한국에 예속된 최하층에서만 생존을 거듭해야 할 것인가? 조선족은 그런 것 말고, 자기의 모습을 달리 찾을 수 없을까? 이제는 한국인도 조선족도,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과제인 것이다.
그래도 조선족은 조선족으로 남는 것이 한국이나 중국, 조선족 스스로에게도 이로울 것이다. 조선족도 이 땅에서 자기의 주체성적인 조직기반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동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