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스모스 외2수

천 숙

2019-10-25     동북아신문

 

 시

 코스모스
 
      천숙

화려하진 않아도 초라하지 않습니다
그대 머문 자리는
척박한 땅도 생기가 넘칩니다
인내의 시간 보내며
기다리고 기다리다 피어난 가을의 여인이여
내면의 아름다움 품어서인가요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흔들려도 기풍이 있습니다
높고 푸른 하늘 닮아
가슴엔 수많은 별을 품어
성숙의 향기 날리는
한철만 허락된 삶을
빨간 단풍과 함께 태웁니다
깊어가는 가을에
우주를 담았습니다


은행나무

 

노란 큰 우산은
아버지의 금빛나는 사랑이요
노란 작은 부채들은
어머니의 금빛나는 사랑입니다
이 가을도 맑은 바람에 날리며
이 마음을 적십니다

 

빈 잔

    

빈 잔에 설음도 담아봤다
원망도 담아봤다
사랑도 담아봤다
추억도 담아봤다
욕심도 담아봤다

삶은 빈 잔이다
술 잔 처럼
마시고 나면 언제나 빈 잔이다

* 나는 가끔 집에서 혼 술을 한다. 마음이 쓸쓸해서 만이 아니다. 혼 술은 사색의 마차를 타고 달릴 수 있고 나에게 제일 솔직해 질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술에는 인생의 쓴맛, 단맛, 신맛, 매운 맛이 다 담겨져 있다. 시에서처럼 혼 술 하면서 원망도 해보고 ,사랑도 해보고, 추억도 해보지만 인생의 허무함을 느낄 때도 있다. 과연 내가 올바르게 살고 있는 것인지 돌이켜보게 된다. 허무함도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인생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