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요즘 간 큰 남자(김점순)
2006-12-04 동북아신문 기자
요즘 간 큰 남자 노래방에서였다. 내가 노래부를 차례가 되자《간 큰 남자》를 선곡하였다.《그 노래는 때 지난 노래가 아니야?》 어디선가 비웃는듯한 남자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들이 어찌 알랴. 내가 이 노래를 애창곡으로 즐겨 부르고있는 리유를… … 아내한테 전화건 남자에게 누구세요 왜 그러세요 감히 물어보려는 남자,아내의 말에 꼬박꼬박 말대꾸하려는 남자, 향수 뿌리고 외출하는 아내의 뒤모습을 미심쩍게 흘겨보는 겁없는 남자, 이런 남자는 이런 남자는 간이 간이간이 간이 큰 남자예요. … 혹시 이 글을 읽고있는 당신들중에 간이 큰 남자라도 있지 않을가?한번쯤 A,B,C,D에 체크해보시라.아주 대담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A 몇년전,나는 교외의 단층집에서 생활한적 있는데 그때 우리 집 부근에는 20호가량 살고있었다. 대부분 집들이 남자들이 고기배에 올라 조금 벌어온 돈에 얹혀 살거나 남자들이 실업당한후 집에서 빈둥거리며 안해가 식당이거나 목욕탕일을 하여 번 돈으로 하루살이를 하여가는 하층주민들이였다.단층집의 할 일 없는 남자들은 늘 녀인들이 즐겨입는 꽃무늬가 돋힌 헐렁한 몸뻬나 입은채 마당앞에 웅기중기 쭈크리고 앉아《국가대사》를 담론하거나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군 했었다. 한번은 막벌이군인 옆집 안해가 회가루가 잔뜩 게발린 옷차림으로 힘겹게 걸어오는데 한창 나이에 눈이 노오래서 마당에 쭈크리고 앉아《연설》만 늘어놓던 남편이《저녁에 돼지발쪽이나 앉히오. 진종일 마작을 쳤더니 속이 허전하구만.》 하고 지시를 내리는것이였다. 안해가 아니꼬운듯 눈을 흘기자《재수없다. 돈 좀 번다고 우쭐하긴.더럽다 더러워. 이제 내가 뭉치돈을 벌면 너같은건 안본단 말이야. 아가씨를 찾아간다.》 하며 제쪽에서 되려 으시대는것이였다. 평소에도 가마목에 틀어앉아 트럼프패나 떼면서!《어이,소금 넣었소? 한숟가락만 더 넣소.넘 짜가우면 구정물에 처놓겠소.》 하고 생주정이나 부리던 남편이 아니였던가. 안해가 일하러 나간 틈에는 위장결혼으로 녀편네를 돈벌이 떠나보내고 안해가 부쳐보낸 돈으로 꼬박꼬박 놀고먹는 어중이떠중이들을 끌어들여 술판이나 벌린다.《내 이제 한국에 나가면…》《쨍- 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 달랑 락화생 한접시 놓고 권커니작커니하며《황금낟가리 쌓는》 꿈만 꾸고있다. 신문 한장 안읽어 세상 돌아가는것도 모르는 주제에 집안에 들어박혀 뭉치돈을 꿈꾸는 천성이 게으르고 고약한 남자. 이런 남자한테 어찌 가족의 운명을 맡길수 있겠는가? (이런 남자는 이런 남자는 간이 간이 간이 간이 큰 남자예요. 남자들아 남자들아 간 큰 남자야.)-노래 B 나한테는 벼슬깨나 하는 남자친구들이 더러 있는데 가끔씩 모여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눈다. 간혹 처음 보는 남자들도 끼울 때가 있는데 그냥 모모 공사 경리요, 모모 단위 과장이요 하면서 벼슬냄새를 풍긴다. 술상에서《복무원-》 하고 높이 부르며 서로 자기가 쏘겠다고 메뉴를 양보한다. BC도 아닌《백위》나《깐피》 맥주를 주문한다. 술상에서 주고받는 대화는 대개가 이러하다.《엊저녁 마신 술 아직도 채 깨지 않았다는데.》,《갸 안된다이.》,《지난번 일도 내가 해주었소.》 서로 제가 잘났다고 제가 잘했다고 《빤썰》을 잘하는척 자랑을 늘어놓는다.하지만 정작 무슨 일이라도 부탁을 하면 모르쇠를 대거나 은근히 몸을 빼거나 지어 하는척 하지만 기실은 어쩌지도 못하면서말이다.하긴 이렇게 큰소리라도 치지 않으면 무엇으로 존엄을 세우겠는가? 녀자들앞에서 대범하게 헌헌하게 보이고싶은 욕심이 생생 살아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산할 때가 돌아오면 서로 결산하겠다고 떠들어치던 소위《어른》들이 문건가방을 옆구리에 낀채로 핸드폰을 급히 받는척한다거나 급급히 화장실로 달려가면서도《내가 결산한다는데두》 하고 웨치는데 정말 매너가 빵점인 허풍쟁이들이였다. (이런 남자는 이런 남자는 간이 간이 간이 간이 큰 남자예요. 남자들아 남자들아 간 큰 남자야.)-노래 C 잘 나간다고 자처하는 한 친구가 있다.한번은 친구와 그가 소속된 회사의 회사인들이랑 한자리에 앉아 식사한적이 있었다.상사는 그중에서도 제일 젊은축이였다. 하지만 부하들은 대화중에서 그냥《사또님 말씀이야 늘 옳습지.》 하는 격으로《네》와《맞습니다》만 사용할뿐《아뇨》를 몰랐다.음식을 주문할 때가 되자 모두《뭘 먹을가?》를 두고 한참이나 고민해야 했다.하지만 누구도 선뜻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그러다가 상사갤불고기가 좋겠네.》 하자 모두 기다렸다는듯이 이구동성으로 찬성을 표했다. 평소 친구는 늘《에미애비덕에 급을 춘거지.망할 세상!능력으로 인재를 뽑지 않다니?》 하고 불만을 토로했으며도 불구하고 앞에서는 술잔을 받쳐들고《우리 상사야 늘 지혜롭죠.》 하면서 눈도 웃고 입도 웃는다. 뒤에선 그를 인정하지 않지만, 앞에서는 삶을 연명하기 위해서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아부하는 모습이 남의 손에서 춤추는 꼭두각시처럼 가여워보였다. 말 한마디도 각별히 조심해 하고 넥타이끈도 풀지 못한채 술도 감히 흐드러지게! 마시지 못한다.권세앞에서는 정말《방귀도 랭동기에 얼궜다 뀌는》 인간들이였다. 정말 밴댕이속알머리가 따로 없다. (이런 남자는 이런 남자는 간이 간이 간이 간이 큰 남자예요. 남자들아 남자들아 간 큰 남자야.)-노래 D 요즘 남자들은 정말 프로급이다.음식점,노래방, 레스토랑,사우나,안마방… 중이 념불 외우듯 환하다.안해는 꽃병처럼 집안에 처박아두고 다른 녀자들이랑 짝을 지어 술을 마시다가 1차,2차,3차 하며 생억지로 끌고 다니다가 기어이 집계단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나서는 별나게 고마운《무명영웅》들이다. 녀자가 집 가기를 급해하면《그 집 남자 남자가 아니구만.》 하고 조소하듯 빈정거린다. 그러면서 자신은 감정없는 혼인을 유지하는듯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다.결혼때 사진을 보라. 싱글벙글 입도 채 못다물어가지곤 지금에 와선 강박혼인이라도 당한듯,억지로 그냥 뻗치고 사는척 제법 능청스럽게 꾸며댄다.사실 감히 리혼할 용기도 없으면서 말이다. 단 집안에서 오성붉은기가 펄펄 휘날리면 밖에서는 채색기가 활활 나붓기기를 바라는 고약한 남자들의 알량한 속셈일뿐이다.술에 취한걸 핑게로 다른 녀자랑《하루밤 첫사랑》이나 나눠볼려고 날치는 머리끈이 우두둑 끊어진 한심한 작자들,맨날 애인타령을 부르짖지만 기실 인간교제의 최저의 책임감마저도 없는 애인처리에 맹물인 몰상식한 인간들이다.자기는 속에 능구렝이가 들어앉아 이 녀자 저 녀자 걸치고 다니면서도 안해는 회사모임이나 동창모임에 가는것마저 구속할만큼 결백증을 부린다.핸드폰을 걸어 안해를 재촉하고는 그러다가 좀만 늦게 돌아오면 눈초리를 꼿꼿이 세우고는《누구랑? 어디서? 뭐했어?》 하고 의처증환자처럼 꼬치꼬치 캐여묻는다. 여차하면 담배재털이며 레모콘이 날아다니며 집안분위기를 엄청스레 살벌하게 만드는데 대낮에 양복에 넥타이 받쳐매고있던 점잖은 얼굴과는 판판 다른《탈》을 쓴 전쟁의 도발자로 변해버린다. 한가마 밥을 먹고 사는 안해마저 믿지 못해 핸드폰번호마저 일일이 체크하는 완전히 맛이 간 속 좁은 남자들이다.《사랑기갈증》에 남자의 마음이 지진처럼 흔들거리고있으니 사랑도 흔들거리고 믿음도 흔들거리고 가정이라는 이름은 유명무실해질수밖에 더 있겠는가? (이런 남자는 이런 남자는 간이 간이 간이 간이 큰 남자예요. 남자들아 남자들아 간 큰 남자야.)-노래 노래방에서는 그 좋은 음향설비를 과시하기라도 하는듯《간 큰 남자》가 꽝꽝 울려퍼지고있다. (남자들아 힘을 내라. 힘을 내자 어깨를 활짝 펴라. 목소리를 높여라 크게 하자 간 큰 남자야.)-노래 -《연변일보》 11월 2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