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상용외래어 책을 펴낸 박춘근씨를 찾아
중국어 배우는 한국인에게도 실질적 도움될 듯
박춘근씨를 만난 것은 얼마 전 ‘중국동포경제문화발전협회’발족식에서였다. 한국에 생활한지 꽤 오랜 경력을 가진 박춘근씨는 기계학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전공해왔고, 지금은 어느 엘리베이트 공장 공장장으로 뛰고 있다. 그는 한국생활에 경험해 한국에 적응이 바쁜 동포들의 애로사항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동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국어 상용외래어 책을 펼쳐내기로 결심하였다.
기실 한국인과 중국 조선족동포는 한민족으로 같은 언어와 문자를 쓰지만 문화와 생활환경 차이로 인해 간혹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있다. 같은 단어지만 뜻이 다르거나, 서로 다른 단어로 같은 것을 말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마 많은 조선족동포들이 가장 곤혹스러운 부분은 한국인들이 무의식적으로 혹은 습관적으로 섞어 사용하는 외래어일 것이다.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변화로 인해 이미 습관처럼 굳어버린 한국인들의 외래어 사용은 이에 익숙하지 않은 조선족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다. 뜻이 통하지 않아 무안해지는 것은 한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중국 헤이룽장 하이린시 출신인 조선족 박춘근 씨가 펴낸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외래어를 한글, 중국어(간체자), 영어로 소개하고 상세하고 이해하기 쉬운 뜻풀이를 달았다. 목적의식을 갖고 찾아낸 단어들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저자가 한국에서 체류하면서 부딪혔던 여러 가지 많은 상황에서 배웠던 단어들을 하나하나 기록한 것을 묶어 책으로 낸 것이다. 이해 안 되는 생소한 단어를 접하게 되면 그 뜻을 자세히 물어 메모를 했고 그렇게 정리한 외래어가 어느새 1,100여 개에 달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생생한 생활용어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한국에 체류 중인 중국 조선족 동포들의 한국생활 적응을 위한 교재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한국과 한국인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될만하다. 또한 생활적응 뿐만 아니라 보다 실질적인 한국어 활용으로 취업의 기회도 확대할 수 있어 많은 조선족은 물론 이들과 교류가 잦은 한국인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저자 박춘근씨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크게 느꼈던 불편함은 바로 언어적인 문제였다. 같은 말을 사용해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외래어를 많이 쓰는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해가 안 되니 말도 안 나오게 되고, 눈치를 보며 일하게 돼 자신이 가진 재능과 지식을 보이기도 전에 뭍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면 재능 있는 조선족 동포들이 보다 많은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책을 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제 그는 북측 말과 남측 말을 비교하는 책도 펼쳐내려고 자료수집 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