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樹村의 그믐밤
조성래
눈 덮인 연변의 겨울밤 유난히 빨리 찾아왔다.
나무울타리 안에 가축이 많은 민가는 허름해도 구들이 따뜻했다.
방 안의 비닐봉창에 물방울 맺힐 무렵 동네 불빛만큼의 별들이 하늘에 돋고
연변 라디오방송에선 서울 가리봉동에 돈 벌러 가서 설에도 돌아오지 못하는
조선족 여인의 사연이 아들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방문도 없이 웃방 아랫방 부엌이 하나로 터진 온돌방에서 일행은
농부 시인인 바깥주인과 긴 밤을 이야기하다 잠들었다.
그는 자연에서 언어의 이슬을 받아 시를 쓴다고 했다.
멀리 漢族마을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가끔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