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도 먹고 月餠도 먹고
서로 다름이 차별이 되어서야
바야흐로 2006년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명절-추석이 다가 오면서 여유작작 휴가를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발걸음이 바빠지는 사람도 있다. 월병을 먹는 사람도 있고 송편을 먹는 사람도 있다.
송편을 좋아해요, 월병을 좋아해요?
요즈음 주위에서 나보고 “송편을 좋아해요? 월병을 좋아해요? 어느 것이 더 좋아요?” 라고 묻는 사람이 많다. 정말 명절이 코앞에 다가 온가 보다. 매년 이맘 때면 꼭 이런 질문을 수없이 받아왔지만 늘 즐겁기만 하다. 그러나 그 질문이 하도 유치하여 나는 답변 대신에 반문을 한다. “당신은 엄마를 좋아해요, 아빠를 더 좋아해요?” 비유가 적절했는지는 모르지만 먼저 질문을 던졌던 사람이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는다.
추석을 ‘한가위’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중추절( 仲秋節)이 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내가 근무하는 직장은 UN(聯合國)을 방불케 하는 다국적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이다. 북쪽 러시아, 몽골을 비롯하여 남쪽 인도네시아, 태국까지 8개국 언어가 공존하는 사무실이다. 점심 식사시간에 업무 외 비공식적 화두가 주를 이루는데 요즈음은 ‘추석’이 주메뉴이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고는 어느 나라도 ‘추석’이란 명절이 없다 한다. 몽골인 직원에게 몽골에서는 추석이 있는가고 물었더니 몽골을 한국과 달리 농경사회가 아니고 목축업이 주를 이루는 사회라 추석이 없다고 한다. 또 태국인에게 물었더니 태국은 1년 3모작을 하기에 추수를 경축하는 의미가 크지 않다 보니 한국과 같은 추석이 있을 수 없다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추석을 거창하게 쉬는 나라는 아마도 중국과 한국뿐일 것
예상컨데 지구촌에서 추석을 거창하게 쉬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뿐일 것이다. 이처럼 소중한 추석을 맞이하여 나는 일찍 인천차이나타운에 가서 80년 전통을 자랑하는 ‘월병집’에서 월병 몇 봉지를 사가지고 사무실의 직원들에게 돌렸다. 이때 누군가 또 묻는다. “문선생님은 월병을 좋아해요, 송편을 좋아해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대게 송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본인이 송편을 좋아하고 또 그렇게 맛있는 송편을 좋아하지 않는다면,무언의 강요가 깔려있는 듯하다.
차이가 차별이 되는 세상
만약 내가 “송편을 더 좋아해요” 라고 대답하면 그이는 당장이라도 송편을 빚어 줄 모양으로 호의적이다. 만약 내가 “송편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하면 그 순간부터 나는 그에게 소외될지도 모른다.
똑 같은 명절에 먹는 서로 다른 음식, 다름(차이)이 차별이 되는 세상. 우리는 어쩌면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송편도 좋아하고 월병도 좋아할 수 없을까?송편만 좋아하는 사람들 중 월병의 진맛을 맛본 사람이 아직은 많지 않다.내년 추석에는 월병을 더 많이 사서 송편만 먹으면서 월병을 맛보지 못한 이들에게 나누어 줘야겠다.그러면 언제가 나처럼 월병도 좋아하고 송편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리라. 그때 가면 차이가 차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차이가 더 큰 행복이 되는 세상 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