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동포 해법, 여전한 ‘평행선’
2003-12-01 운영자
조선족 “국적취득보다 신변 보장 우선”
정부 “다른 ㅜㄹ법 체류자와 형평성 문제” 29일 노무현 대통령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던 재중동포들을 방문한 뒤 단식농성 사태는 풀렸으나, 여전히 이들의 요구와 정부 당국의 방침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여 어떤 해법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 재중동포 다시 반발= 29일 농성을 풀었던 재중동포 가운데 1천여명은 30일 서울 구로구 서울조선족교회에 몰려와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강한 실망감과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김승철(43)씨는 “우리가 단식농성을 한 이유는 ‘한국 국적 취득’보다도 중국과 한국을 맘 편하게 왔다갔다하면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말령(54)씨는 “나중에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다고 해도 지금 중국으로 들어가면 한국으로 나오기는커녕 무조건 구속에 벌금 10만위안을 물어야 한다”며 “신변보장 대책이 없이는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 정부 당국 자세=노동부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검토할 수 있는 정책으로 취업관리제 조건 완화, 3∼4년차 불법체류자들이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사증을 받아오면 합법체류자로 인정해 주는 방안, 불법체류자의 입국규제 기간을 단축해 주는 방안 등을 들었다.
그러나 정작 법무부의 방침은 거의 변함이 없는 상태다. 서경석 목사가 29일 합의했다고 발표한 사항을 두고서도 법무부 관계자는 30일 “많은 부분이 그쪽의 일방적인 요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제도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불법체류 재중동포와 구별하여 예외적으로 배려할 이유가 없고 그럴 수도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다만 지금까지 부모가 한국 국적이더라도 불법 체류자이거나 기혼자일 경우에는 아예 국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일단 신청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 노 대통령 방문과 서경석 목사 기자회견=노무현 대통령은 29일 재중동포 300여명이 16일째 국적 회복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던 서울조선족교회(담임목사 서경석)를 전격 방문해 국적 회복 요구에 대해 “국제법 질서를 따라 상대 국가(중국)를 존중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국내의) 법적인 문제도 있기 때문에 금방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날 오후 서경석 목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법무부와 합의 및 추가 건의 사항’ 10여가지를 발표했다. 서 목사는 △1949년 10월1일 이전에 만주에서 출생한 사람이 모든 서류를 갖추면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국적 회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 △올해 친척 방문으로 들어와 불법체류자가 된 동포들은 귀국한 뒤 서류를 갖춰 돌아오면 입국 규제를 하지 않을 것 △헌법소원을 내고 농성에 참여한 사람들은 일단 출국했다가 6개월 뒤에 고용허가제로 취업 가능 △귀국 예정인 사람은 비행기표 등을 소지할 경우 귀국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고 12월 말까지 단속을 유예하는 것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신승근 황준범 정혁준 김태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