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동포 농성장 찾아간 대통령
2003-12-01 운영자
[중앙일보]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불법 체류 중국동포가 농성 중인 서울조선족교회를 방문했을 때 통곡하는 중국동포 여인의 모습은 코끝이 찡한 연민을 느끼게 했다. 적법한 길이 있다면 이들을 같은 동포로서 최대한 포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안타까운 처지를 동정해 인도적 조치를 검토하는 문제와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방문한 것이 바람직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엄연히 그들은 법을 어기고 있는 범법자들이다. 이 나라 법질서 수호의 상징이어야 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나서서 "(여러분들의 요구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을 고칠 일이지 법은 그대로 놓고 대통령이 공감한다니 말이 되는가. 대통령이 이렇게 물러서는데 공직자들이 무슨 힘으로 법을 집행할 수 있겠는가. 집단행동을 하고 아우성치면 해결된다는 인식이 만연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분별없는 태도에 기인한 바 크다. 특히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 때문에 소수민족 문제에 예민한 중국 정부와 외교적 마찰이라도 생기면 어쩔 건가.
물론 盧대통령은 "내가 여기 왔다고 특별히 큰 기대는 갖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회 측은 정부와 합의가 이뤄졌다고 발표했고, 법무부는 이를 부인하면서도 곧바로 불법체류자를 국적회복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정책을 뒤집고 있으니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럽다. 중국동포가 부당하게 처우받고 있다면 법을 고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먼저다.
盧대통령은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대해 수시로 공감을 표시해왔다.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감싸안겠다는 포용력을 보인 것이겠지만 법질서를 유지하다 부상한 경찰이나 전경,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다 희생당한 국군들은 상대적으로 외면당하는 인상을 주지 않을지 걱정이다.
송두율씨에 대한 동정론과 북한 탈출 국군포로에 대한 대통령의 침묵을 비교해도 그렇다. 준법보다 불법이 주류가 되어가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야 나라가 온전할 수 없다. 대통령이 좀더 신중하게 처신해 주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