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여, 저 그늘빛속의 순수한 생명꽃이여!

2006-09-15     동북아신문 기자

장미꽃 피는 오월이 오면, 장미꽃을 노래한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는 장미꽃 넝쿨 아래에서 태어나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 유명한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노래'에서 릴케는 "장미꽃으로 하여금 그저 해마다 님을 위해 피게 하라. 님은 오르페우스이기에, 님의 전신은 여기에도 또 저기에도 있으니. 우리는 마음을 다른 이들을 위해 태워서는 안되노라."고 부르짖고 있다. 


   바로 그해 가을에 이집트에서 여자 친구가 찾아왔을 때, 그녀에게 줄 장미꽃을 꺾다가 장미 가시에 찔린 것이 패혈증으로 번져 결국 숨졌다. 그래서 그의 묘비에는 "오, 장미여, 순수한 모순이여"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우리 한국의 시인 노천명의 '푸른 오월'의 시구절을 하나 빌어서 표현한다면 그야말로, '내 젊은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우리 모두가 무색하고 외롭지 않을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오월은 온통 색색의, 다종다양한 장미빛 찬란함에 매료되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꽃말로 표현하자면 진실한 사랑, 열렬한 사랑, 정열적인 사랑, 또는 한 때의 감명, 단순한 맹세, 행복한 사랑, 사랑의 감퇴, 질투, 얻을 수 없는, 영원 불가능한 것, 이렇게 전부가 '사랑'이란 한마디로 표현되는 오월의 찬란한 아침을 걸으며, 나는 또 셰익스피어의 그 유명한 비극 '오셀로'에서 나오는 장미에 관한 대사도 한번 외워본다.


   질투심으로 괴로움의 극에 이른 오셀로가 드디어 그의 아내 데스데모나를 목졸라 죽이는 장면, 아아, 얼마나 신비로운가, "눈보다 희고, 설화 석고(雪花石膏 )보다 매끄러운 데스데모나의 잠든 얼굴이 촛불에 더욱 신비로운데, 잠시 그 아름다운 얼굴을 굽어본다. 그리고 침상 머리에 켜져 있는 촛불을 맨손으로 끄면서, 이 불을 끄고 다음에 저 불을 꺼야지.이 불은 껐다가도 다시 켤 수 있지만, 그대의 오묘한 불은 한번 꺼지면 다시 켤 수 없는 것을, 아, 이 장미는 한 번 꺾어 버리고 나면 다시는 되살릴 수 없는 것을…나무에 피어 있을 때 마지막 향기를 맡아야겠다."고 부를짖을 때는 심장까지도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처럼 장미는 생명의 신비, 생명의 심장부를 나타내는 동시에 정념, 관능, 유혹을 상징하기도 하는 것이다. 바로 그런 계절, 장미빛으로 물드는 오월을 보내고 있는 나의 사랑하는 조선족 동포들, 단 한번만이라도 장미꽃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찬찬히 들여다 보기 바란다. 혹시 아나, 거기서 사랑의 여신 베누스와 만나고, 골고다 언덕에서 흘린 예수의 피를 보게 될지, 그래서 그 '사랑'의 줄기에 박혀있는 가시는 사랑말고도 고통과, 피와, 순교(殉敎)를 의미한다는 것도 명심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 장미에는 여성 호르몬을 자극하는 성분까지도 들어 있어, 여성들이 장미꽃을 코에 대고 향을 맡으면 자신이 섹시해 보이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며, 밝은 기분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남성들이 프로포즈할 때는 다른 꽃보다는 장미꽃을 선물할 때 보다 성공확률이 높아진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인만큼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을 때, 그를 쟁취하는데서도 가장 희망적인 선물이 되리라는 것을 알아두시기 바란다.


   장미 피는 사랑의 오월, '사랑'과 '질투'라는 영원한 테마를 안고 하양, 노랑, 연분홍, 빨강 등 다양한 빛깔을 뽐내고 있을 때, 아침나절 그 꽃 잎들을 스치고 가는 바람은 장미꽃만큼이나 은혜롭다고 해야할 것이다. 벌써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게 만드는 오월, 비록 봄의 끝자락에서 잠깐 연초록 풋내음을 풍기다가 솜털 보송한 아이들의 노랫소리와 함께 살며시, 그리고 눈깜짝하는 사이에 사라져가고 있다. 마치도 한 몇해는 같이 살을 부비고 살아왔던 여자나, 또는 남자와 같은 아주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게 조금은 덤덤해지는 듯 싶다가도 하나가 없으면 금방 아쉽고 허전해지는, 그래서 있으면 좋고 없으면 서러운 그런 오월의 바람속에서 장미꽃은 활짝 펴있다.


   이제 오월은 더 이상 흐드러지도록 무르익어버린 봄바람이 가슴을 간지럽게 하고 갓 태어난 노랑나비가 연약하기만 한 날개를 펄럭이며 걸음마를 하는 그런 계절만은 아닐 것 이다. 우리 모두가 마음 바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저 그늘빛속의 생명꽃 피는 맨해튼 거리를 보라, 황금색 버들개지가 하얀 솜털로 변해 대기를 헤엄치는 가운데 푸른 잎은 더 푸르게 붉은 꽃은 더 붉게 물들어가는 계절이 바로 이 오월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온 겨울을 잠 자던 자연이 기지개를 펴고 그 동안 참아왔던 정열을 발산하기 시작하는 이 오월에 바로 장미가 있어서 세계는 더 아름답고 우리의 인생은 더 찬란한 것이리라! 그래서 그 사랑을 마음 바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오월을 나는 사랑한다! 노래한다!


 뉴욕조선족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