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들이어, '지행합일'(知行合一)하라!

2006-09-15     동북아신문 기자

중국 북송(北宋)의 문인 소식(蘇軾)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글을 배운다는 것이 벌써 근심걱정을 사는것"이라고 말했다. 즉 공부를 많이 하게되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게되고, 따라서 옳고 그른 것을 알게되면 자연 그것을 비판하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게 되는데, 그래서 함부로 입을 놀리고, 붓을 놀리다가 엉뚱한 피해를 당한 사례들이 우리의 역사속에는 그야말로 무궁무진(無窮無盡)하다.  


   멀리로는 진시황 때에 있었던 분서갱유(焚書坑儒)라는 지식인들의 수난을 들수가 있다. 쓴 글들은 모조리 불살라지고, 본인들은 물론 생매장을 당해야 했다. 그래선가, 한국 개화기의 매천(梅泉) 황현(黃玹)이란 선비의 유서(遺書)가운데도 "난작인간식자인"(難作人間識字人)이라고 했으니, 뜻인즉 사람으로 태어나 선비 노릇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를 토로하고 있다. 나라가 일본에 망하게 되자 결국 이런 구절을 절명시(絶命詩)로 써놓고 황현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자도 후자도 가히 "지행합일" (知行合一)하는 멋진 지식인이라고 할수 있겠다.


   이것을 한자(漢字) 성어(成語)로 풀이하면, 지(知)는 아는것이오, 행(行)은 움직이는 것이다. 다시말하자면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일치한다는 말이 되는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인간이 가진 이성으로 참다운 앎에 도달하면 그것은 곧 행할 수밖에 없다는 지행합일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지(知)와 행(行)을 항상 같이하는 사람은 진실로 보기 힘든 것 같다.

   거꾸로 풀이하면, 지(知)와 행(行)의 합일(合一)이 이뤄지지 못하는 지식인들을 두고 소크라테스는, 그들이야말로 상금도 지(知)의 경지와 참다운 앎에 도달하지 못한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그러나 일례로, 여기서는 거들기에도 안타깝고 창피스러운 우리의 한국독립운동사의 2·8독립선언서와 3·1독립선언문의 기초자(起草者)들이었던 이광수나, 최남선같은 사람들을 누가 감히 지식인이 아니라고 말할수 있겠는가, 그들이야말로 당시로는 최고의 엘리트지식인으로써 민족의 지도자로 손꼽히던 인물들이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어찌됐던가? 민족의 수난과 겨레의 불행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생각하고, 말하기까지의 아는 지(知)는 좋았다. 그러나 종당에는 일제의 위협과 유혹에 몸을 팔아 부귀영달을 꾀하다가 결국 매국행위를 자행해왔던 것이다. 움직이는 행(行)을 바로하지 못했던 탓으로 후세에 두고두고 오명(汚名)을 남구게 된것이었다. 

   지조를 지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식인들을 두고 4중 인격이라고까지 표현하는 중국 사람들의 말을 빈다면, 오늘의 우리 주변의 지식인들도 쓰는 것(1), 생각하는 것(2), 말하는 것(3)까지의 재주는 능청맞게 폼을 재가며 한껏 자랑할수 있을지 모르나. 다만 마지막(4)이 되는 행동을 실천으로 옮길수 없을 때에, 혹자는 지식인의 긍지와 지조 따위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일신의 영달과 안일을 도모하기에 급급하며, 또 혹자는 태평꾼이 되어 죽이 끓던 밥이 끓던 눈 앞에 드닥친 민족의 수난과 동포의 불행을 오불관언(吾不關焉)하는 것을 보게 된다.


   지식인에 따라 의견의 차이는 있겠으나, 엄청난 민족의 수난을 앞에 두고, 겨레와 동포의 아픔을 보며 지(知)만 있고 행(行)은 없는 위인들에게야 결코 이 시대 지성으로써의 긍지나 지조란게 있을리 만무한 것이다. 우리 주변의 지식인들 경우는 행(行)까지도 갈 것 없이, 지(知) 하나만이 갖고 있는 (1), (2), (3)만이라도 잘 다그칠줄 아는 정제된 후각과 시각을 가진다면, 그나마 죽을 때는 "짹"하고 외마디 외칠줄 아는 참새한테라도 비겨줄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물며 산 사람의 입이야 어떻게 막나? 골목에서 장훈치고, 구석에서 대장노릇하며, 앉아서 논(論)하고, 일어서서 쟁(爭)하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사람들이 되는것까지도 좋다.


   행여라도 오불관언만은 하지말자는게다. 학문만 있고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은 비를 보내지 못하는 먹장구름이나 다를 바 없다. 또 그리고 학문은 있으되, 뒷 골방에서 오로지 탁상공론으로만 천하의 대도를 이야기 하고 행동은 전무한 부류들은, 결국 비는 보내지도 못하면서 시커먼 먹장구름만 되어 여기저기로 을씨년스럽게 떠다니는 꼴 볼견일수 밖에 없다.


   만약 몰라서 가만있는다면 그것은 이유가 된다. 또 안다는것이 엉터리로 알아서 사람을 웃기는 것이라면, 그것도 역시 이유는 된다. 그렇지만 최고 학력의 진정한 지식인으로써 비를 내리지 못하는 먹장구름이 되어 떠도는 것은 그야말로 참새같은 미물로서도 취할도리가 아니다. 그렇게 박사에 후박사를 열번 하면 어떻고, 교수에 후교수를 스므번도 더 하면 또 뭐하겠는가? 

   이제 한물 간 아마추어들은 뒤로 물러나고, 진정한 지식인들이 뒷 골방에서 용약 앞으로 나와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한번 솜씨를 보여주시라! 이제는 모든 글을 읽은 사람들이 뒷 골방에서 천하의 대도를 이야기하고, 탁상공론으로 세상경륜을 웨칠 때가 아니다. 모두 앞으로 나와서 과감하게 행동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