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워리 워리"(2)
<이동렬 단편소설>
(1)에 이어
워리? 음, 죽었어요. 그렇게 됐어요. 아내가 담담하게 뱉았다. 참 안스런 일이다. 병신같은 게 죽다니?
감방 생활은 고독하고 배고프다. 죽었어? 잘죽었다! 그러지 않아도 밤낮 없이 워리 잡기만 했다. 워리 고기로 허기달래고 싶다. 개장국에 이밥말아 배두드리며 포식해 봤으면! 출옥할 때 나는 속 병이 생겨 된 고생을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생기는 갈증 때문에 속이 탔다. 밖을 나가면 눈에 거슬리는 개부터 때려잡고 볼 판이다. 광증이 오는 것 같았다.
S현소재지에 신형아파트단지가 많이 섰다. 개혁개방이 시멘트포장을 하고 네거리 반듯 뻗어있다. 식당, 노래방, 다방이 흥청거린다. 여름빛이 독을 썼다. 거지같은 나의 꼴을 보고 아내가 측은해 물었다. 뭘 드시겠어요? 나는 단 마디 명창 개고기, 했다.
금강원(錦江園)은 개고기전문이다. 맛 죽여준다. 베갈 한 병, 고기 두 접시에 국 세 사발을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아파트에 가 쉬세요. 아내가 열쇠 건넸다. 당신, 아파트…샀소? 듣다 기문이다. 네, 이 개장집도 우리 겁니다. 우리 것?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현기증이 났다. 천지개벽이네, 허니 금강원의 보스가 아내란 말이다. 어찌된 것일까? 아내는 설명을 안했다.
밖을 나와 나는 구석을 찾았다. 게걸스레 걷어 넣은 것 게워내기 시작했다. 욕심 쓴 탓만 아니다. 입에 메스껍게 풍기는 워리 냄새 때문에 진저리가 났다.
아파트는 고요하다. 흔들이의자에 앉아 밖을 내다본다. 애들은 나와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골 수굿하고 간다온다 말도 없이 학교를 간다. 차와 광고판이 넘치는 거리에 이제 워리는 없다.
첫날부터 방을 갈라 썼다. 혼자 있는 게 버릇이 되였다, 습관 된 다음 보잔다. 아내는 말 못할 사정이 있음을 암시했다. 방이 셋이니 애들도 제 마끔이다. 아내의 기둥서방은 누구일까? 분명한건 내가 더부살이란 것! 눈치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아내가 시틋해 말했다. 심심하면 집이나 거두세요. 뭐, 할 게 있나요?
금강원의 정지 칸에 손질해온 개 여러 마리가 바닥에 뒹굴고 있다. 하루에 열서너 마리씩 나간다. 각을 뜯고 내장 손보고 삶아내고 요리하고, 전문이 넷이다. 기 똑 차게 바삐 돈다. 가끔 아내가 들어와 거든다. 자, 자, 서두르세요. 나를 보더니 눈을 흘겼다. 여긴 왜 왔어요? 나는 할 말이 없다. 구경삼아, 심심해서. 금방 쫓아내는 시늉을 한다. 어서요, 눈치코치도 없이? 한 그릇 먹고 가란 말도 없다. 얼마나 먹고 싶은 개고기인데? 살코기보다 개 껍질이나 비게 쪽이 좋다. 입에 개기름 바르고 곱으로 배 채우고 싶다. 자기가 비렁뱅이 같다. 미안했든지 아내가 따라 나왔다. 마지못해 점심 먹고 가란다. 나는 손을 내저었다. 길을 가다가 전선대를 잡았다. 헛구역질을 했다.
술이 잘되면 아내는 말을 한다. 모모한 어른들을 모셨다한다. 자작가사 한 소절 뽑는다. 당신은 모르실거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돈을 정리하느라 바닥이 너저분하다. 때로 아내는 이불 밑이나 가방 어디랄 것 없이 돈뭉치를 넣어둔다. 몇 장씩 뽑아내도 눈치 못 챈다. 워리가 졸졸 따르듯 흥부바가지에서 터진 복덩이가 아내한테 절로 굴러왔다.
아내가 처음 세낸 개장 집은 콧구멍만 했다. 조금 꿔온 돈 두루 쓰고 나니 개 살 돈 마저 없다. 개장집하면 돈 번다 무턱대고 달려들었다. 주방장아줌마가 힌트를 주었다. 왜 제집 개는 끌어오지 못하오, 절름발이 어딜 쓰겠다구? 그건 죽어도 안 될 일, 아내는 고개를 흔들었다.
며칠 후 아내는 워리를 얼려 데려왔다. 얼굴에 눈물범벅이 된 채, 무슨 낌새라도 챈 듯 겁먹은 꼴이 가슴 미여진다. 꼬리 흔들며 아내의 손등을 열심히 핥아준다. 오머, 그눔 살쪘구나. 고기 많이 나겠다. 주방장아줌마가 기뻐했다. 잡는 일은 주방장의 몫이다. 동네남자 손 빌리자니 소주에 고기가 달아나고 전문에 맡기자니 아까운 돈이 빠져나간다.
아내가 워리의 목에 올가미를 씌웠다. 주방장과 접대원아가씨 둘이 버드나무쪽으로 밧줄을 힘껏 당겼다. 개는 끌려가지 않겠노라 필사적으로 버텼다. 목이 바싹 조여지자 워리는 숨통 끊기는, 날카롭고도 처절한 비명을 질러댔다. 아내의 심장은 마구 북을 쳤다. 해 빛이 눈앞에서 노랗게 탔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도 빛은 따갑기 마찬가지다. 발을 굴러댔다. 제발 그만, 그만하세요. 우리 워리 좀 살려주세요. 공포와 전율에 심장의 껍질이 엷게 벗겨져 나갔다. 아내는 명치끝을 자꾸 누르며 주저앉았다. 그만, 그만 하라니까요!
곁에서 구경하던 사내들이 떠들썩한다.
개 잡이가 제격이구먼. 불부터 땝소, 불을 때야 그놈이 인차 죽지!
그놈 개불은 부녀 병엔 특효라며?
주위에 질퍽한 홍소가 터진다.
주방장이 숨 가쁜 소리를 했다. 죽는소리 그만하구 어서 밧줄이나 좀 잡아주오. 워리가 어느덧 버드나무에 매달리웠다. 아내는 정신 차리고 달려가 밧줄을 잡았다. 눈 감고 죽을 힘 다해 당겼다. 주방장이 칼을 찾아든다. 툭 소리가 났다. 엄마야, 저 눔 개가 죽지 않네. 땅에 퍼드리고 앉은 주방장이 기겁을 한다. 개 눈이 허옇게 뒤집혀있다. 단발마적 발버둥질 한다. 아내는 오줌이 막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주방장, 여기 와서 밧줄 잡아요, 빨리 좀!
아내가 대중없이 칼을 잡았다. 시퍼런 칼날이 요행 명치에 푹 박혔다. 시뻘건 피가 뿜겨져 나와 얼굴에 들씌워진다. 워리는 끽 소리도 못하고 네발을 뻗는다. 그리고 어떻게 찍고 휘둘렀는지 워리는 두 눈알까지 튕겨 나와 대롱거렸다. 순간 주위는 쥐죽은 듯 해 났다. 아내가 칼을 냅다 던졌다. 피 묻은 손으로 자기 목을 만졌다. 물 좀 주세요, 누구 물 한 컵 만 주세요!
한 밤중이면 목이 마르다고, 아내는 지금도 자주 일어나 물을 찾는다. 숨통 틔어질 것 같네. 하고 가볍게 목을 쓰다듬는다. 꿈에 가끔 피를 들쓴 워리가 찾아온다. 혀로 볼이며 목이며 손등을 핧아 주고는 꼬리를 내젓는다. 괜찮아요, 익숙해지겠죠. 우리의 인연이 이로 끝이 나서 그럴 겁니다. 워리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올 때처럼 가뭇없이 사라진다.
놀란 가슴이 가라앉히는 데는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제 아내는 개 잡이 능수가 되였다. 워리의 문명을 맛좋은 개고기문명으로 바꿔놓을 줄 아는 전문이 된 것이다. 그래서 아내의 허리도 굵어졌다. 아내를 의심한 것이 잘못일수도 있다. 아내한테 이제 워리는 없다. 그에 대한 추억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택시를 잡고 저 국도에 나섰다. 워리, 워리, 개 부르는 집주인의 목소리가 들왔다. 아무리 온 계곡이며 산발을 훑어봐도 워리가 보이지 않는다. 숲속을 누비고 있을까? 까만 주단자락처럼 흘러내린 아스팔트길로 시선이 갔다. 한 사십분 좋이 빠지면 저쪽 어디엔가는 S현소재지가 나타난다. 거기에 아내가 꾸리는 금강원이 덩그렇게 솟아있다.
요즘 아내는 자가용을 사서 타고 다녔다. 운전은 작년에 배워두었다. 아침이면 애들을 학교까지 실어다 주고 금강원으로 간다. 손바닥만 한 시내이지만 폼 잡고 드라이브하는데 아마 제격이리라. 곁의 좌석에는 언제 봐도 고양이 같은 것이 한 마리 앉아있다. 몹시 재롱을 피운다. 털이 희고 길고 보드라웠다. 아내는 고놈의 이마에 분홍댕기를 매주었다. 오목 들어간 눈은 가끔 털에 가려져 있다. 애완견은 짖는 것도 너무 귀여웠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내는 고것부터 안아준다. 에그, 우리 귀염둥이야, 엄마 오래 기다렸지? 아내의 품에서 고놈은 너무 좋아 버둥거린다. 쭛쭛, 오늘은 뭘 먹을까, 소세지? 아내가 차려주는 먹이는 항시 고급이다. 아내는 고놈을 삐까, 라 했다. 왜 삐까, 인지 해명을 안했다.
삐까, 하고 나도 불렀다. 삐까는 나한테 별로 정을 주지 않는다. 발로 몇 번 차놓았더니 겁나는 모양이다. 누군가는 고런 것이 더 맛있다고 했다.
요놈 살쪘네. 흐흐, 비린내도 안 나겠어.
짐짓 비위 거슬러본다.
뭐, 뭐랍니까? 호, 당신 인두겁 쓰구 어찌 그런말을 해요?
아내는 낯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날 자정무렵에 둘은 또 정지에서 마주쳤다. 아내는 물을 찾았고, 나는 캔 맥주를 땄다. 삐까가 쫓아와서 아내 품에 안겼다. 이야기 좀 할까요? 아내가 말꼭지를 뗐다. 점박이의 다리갱이를 분질러버릴 적부터 나는 어떤 예감을 했었다.
아내는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몰래 돈을 빼내 뒷골목 아가씨들과 휩쓸려 다니는 것까지! 그러고 보면 그 돈 문서는 미끼일 수도 있다. 나는 워리 보다 못하다. 워리는 그래도 아내한테 줄 것을 다 준다. 찢겨 고기가 되 든 보신탕이 되 든, 재부와 명분을 선물한다. 헌데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어두운 구석에 숨어 뼈다귀만 뜯는 점박인가? 삐까를 품에 안은 아내가 삐까를 쓰다듬었다. 차분히 숨겨온 말을 꺼내 놓았다. 전에 내가 꿈에서 바라마지 않던 부자가 된 것이다. 나는 이제 워리가 되리라, 반드시!...
S현소재지에 신형아파트단지가 많이 섰다. 개혁개방이 시멘트포장을 하고 네거리 반듯 뻗어있다. 식당, 노래방, 다방이 흥청거린다. 여름빛이 독을 썼다. 거지같은 나의 꼴을 보고 아내가 측은해 물었다. 뭘 드시겠어요? 나는 단 마디 명창 개고기, 했다.
금강원(錦江園)은 개고기전문이다. 맛 죽여준다. 베갈 한 병, 고기 두 접시에 국 세 사발을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아파트에 가 쉬세요. 아내가 열쇠 건넸다. 당신, 아파트…샀소? 듣다 기문이다. 네, 이 개장집도 우리 겁니다. 우리 것?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현기증이 났다. 천지개벽이네, 허니 금강원의 보스가 아내란 말이다. 어찌된 것일까? 아내는 설명을 안했다.
밖을 나와 나는 구석을 찾았다. 게걸스레 걷어 넣은 것 게워내기 시작했다. 욕심 쓴 탓만 아니다. 입에 메스껍게 풍기는 워리 냄새 때문에 진저리가 났다.
아파트는 고요하다. 흔들이의자에 앉아 밖을 내다본다. 애들은 나와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골 수굿하고 간다온다 말도 없이 학교를 간다. 차와 광고판이 넘치는 거리에 이제 워리는 없다.
첫날부터 방을 갈라 썼다. 혼자 있는 게 버릇이 되였다, 습관 된 다음 보잔다. 아내는 말 못할 사정이 있음을 암시했다. 방이 셋이니 애들도 제 마끔이다. 아내의 기둥서방은 누구일까? 분명한건 내가 더부살이란 것! 눈치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아내가 시틋해 말했다. 심심하면 집이나 거두세요. 뭐, 할 게 있나요?
금강원의 정지 칸에 손질해온 개 여러 마리가 바닥에 뒹굴고 있다. 하루에 열서너 마리씩 나간다. 각을 뜯고 내장 손보고 삶아내고 요리하고, 전문이 넷이다. 기 똑 차게 바삐 돈다. 가끔 아내가 들어와 거든다. 자, 자, 서두르세요. 나를 보더니 눈을 흘겼다. 여긴 왜 왔어요? 나는 할 말이 없다. 구경삼아, 심심해서. 금방 쫓아내는 시늉을 한다. 어서요, 눈치코치도 없이? 한 그릇 먹고 가란 말도 없다. 얼마나 먹고 싶은 개고기인데? 살코기보다 개 껍질이나 비게 쪽이 좋다. 입에 개기름 바르고 곱으로 배 채우고 싶다. 자기가 비렁뱅이 같다. 미안했든지 아내가 따라 나왔다. 마지못해 점심 먹고 가란다. 나는 손을 내저었다. 길을 가다가 전선대를 잡았다. 헛구역질을 했다.
술이 잘되면 아내는 말을 한다. 모모한 어른들을 모셨다한다. 자작가사 한 소절 뽑는다. 당신은 모르실거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돈을 정리하느라 바닥이 너저분하다. 때로 아내는 이불 밑이나 가방 어디랄 것 없이 돈뭉치를 넣어둔다. 몇 장씩 뽑아내도 눈치 못 챈다. 워리가 졸졸 따르듯 흥부바가지에서 터진 복덩이가 아내한테 절로 굴러왔다.
아내가 처음 세낸 개장 집은 콧구멍만 했다. 조금 꿔온 돈 두루 쓰고 나니 개 살 돈 마저 없다. 개장집하면 돈 번다 무턱대고 달려들었다. 주방장아줌마가 힌트를 주었다. 왜 제집 개는 끌어오지 못하오, 절름발이 어딜 쓰겠다구? 그건 죽어도 안 될 일, 아내는 고개를 흔들었다.
며칠 후 아내는 워리를 얼려 데려왔다. 얼굴에 눈물범벅이 된 채, 무슨 낌새라도 챈 듯 겁먹은 꼴이 가슴 미여진다. 꼬리 흔들며 아내의 손등을 열심히 핥아준다. 오머, 그눔 살쪘구나. 고기 많이 나겠다. 주방장아줌마가 기뻐했다. 잡는 일은 주방장의 몫이다. 동네남자 손 빌리자니 소주에 고기가 달아나고 전문점에 맡기자니 아까운 돈이 빠져나간다.
아내가 워리의 목에 올가미를 씌웠다. 주방장과 접대원아가씨 둘이 버드나무쪽으로 밧줄을 힘껏 당겼다. 개는 끌려가지 않겠노라 필사적으로 버텼다. 목이 바싹 조여지자 워리는 숨통 끊기는, 날카롭고도 처절한 비명을 질러댔다. 아내의 심장은 마구 북을 쳤다. 해 빛이 눈앞에서 노랗게 탔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도 빛은 따갑기 마찬가지다. 발을 굴러댔다. 제발 그만, 그만하세요. 우리 워리 좀 살려주세요. 공포와 전율에 심장의 껍질이 엷게 벗겨져 나갔다. 아내는 명치끝을 자꾸 누르며 주저앉았다. 그만, 그만 하라니까요!
곁에서 구경하던 사내들이 떠들썩한다.
개 잡이가 제격이구먼. 불부터 땝소, 불을 때야 그놈이 인차 죽지!
그놈 개불은 부녀 병엔 특효라며?
주위에 질퍽한 홍소가 터진다.
주방장이 숨 가쁜 소리를 했다. 죽는소리 그만하구 어서 밧줄이나 좀 잡아주오. 워리가 어느덧 버드나무에 매달리었다. 아내는 정신 차리고 달려가 밧줄을 잡았다. 눈 감고 죽을 힘 다해 당겼다. 주방장이 칼을 찾아든다. 툭 소리가 났다. 엄마야, 저 눔 개가 죽지 않네. 땅에 퍼드리고 앉은 주방장이 기겁을 한다. 개 눈이 허옇게 뒤집혀있다. 단발마적 발버둥질 한다. 아내는 오줌이 막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주방장, 여기 와서 밧줄 잡아요, 빨리 좀!
아내가 대중없이 칼을 잡았다. 시퍼런 칼날이 요행 명치에 푹 박혔다. 시뻘건 피가 뿜겨져 나와 얼굴에 들씌워진다. 워리는 끽 소리도 못하고 네발을 뻗는다. 그리고 어떻게 찍고 휘둘렀는지 워리는 두 눈알까지 튕겨 나와 대롱거렸다. 순간 주위는 쥐죽은 듯 해 났다. 아내가 칼을 냅다 던졌다. 피 묻은 손으로 자기 목을 만졌다. 물 좀 주세요, 누구 물 한 컵 만 주세요!
한 밤중이면 목이 마르다고, 아내는 지금도 자주 일어나 물을 찾는다. 숨통 틔어질 것 같네. 하고 가볍게 목을 쓰다듬는다. 꿈에 가끔 피를 들쓴 워리가 찾아온다. 혀로 볼이며 목이며 손등을 핥아 주고는 꼬리를 내젓는다. 괜찮아요, 익숙해지겠죠. 우리의 인연이 이로 끝이 나서 그럴 겁니다. 워리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올 때처럼 가뭇없이 사라진다.
놀란 가슴이 가라앉히는 데는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제 아내는 개 잡이 능수가 되였다. 워리의 문명을 맛좋은 개고기문명으로 바꿔놓을 줄 아는 전문이 된 것이다. 그래서 아내의 허리도 굵어졌다. 아내를 의심한 것이 잘못일 수도 있다. 아내한테 이제 워리는 없다. 그에 대한 추억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택시를 잡고 저 국도에 나섰다. 워리, 워리, 개 부르는 집주인의 목소리가 들왔다. 아무리 온 계곡이며 산발을 훑어봐도 워리가 보이지 않는다. 숲속을 누비고 있을까? 까만 주단자락처럼 흘러내린 아스팔트길로 시선이 갔다. 한 사십분 좋이 빠지면 저쪽 어디엔가는 S현소재지가 나타난다. 거기에 아내가 꾸리는 금강원이 덩그렇게 솟아있다.
요즘 아내는 자가용을 사서 타고 다녔다. 운전은 작년에 배워두었다. 아침이면 애들을 학교까지 실어다 주고 금강원으로 간다. 손바닥만 한 시내이지만 폼 잡고 드라이브하는데 아마 제격이리라. 곁의 좌석에는 언제 봐도 고양이 같은 것이 한 마리 앉아있다. 몹시 재롱을 피운다. 털이 희고 길고 보드라웠다. 아내는 고놈의 이마에 분홍댕기를 매주었다. 오목 들어간 눈은 가끔 털에 가려져 있다. 애완견은 짖는 것도 너무 귀여웠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내는 고것부터 안아준다. 에그, 우리 귀염둥이야, 엄마 오래 기다렸지? 아내의 품에서 고놈은 너무 좋아 버둥거린다. 쭛쭛, 오늘은 뭘 먹을까, 소세지? 아내가 차려주는 먹이는 항시 고급이다. 아내는 고놈을 삐까, 라 했다. 왜 삐까, 인지 해명을 안했다.
삐까, 하고 나도 불렀다. 삐까는 나한테 별로 정을 주지 않는다. 발로 몇 번 차놓았더니 겁나는 모양이다. 누군가는 고런 것이 더 맛있다고 했다.
요놈 살쪘네. 흐흐, 비린내도 안 나겠어.
짐짓 비위 거슬러본다.
뭐, 뭐랍니까? 호, 당신 인두겁 쓰고 어찌 그런 말을 해요?
아내는 낯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날 자정 무렵에 둘은 또 정지에서 마주쳤다. 아내는 물을 찾았고, 나는 캔 맥주를 땄다. 삐까가 쫓아와서 아내 품에 안겼다. 이야기 좀 할까요? 아내가 말꼭지를 뗐다. 점박이의 다리갱이를 분질러버릴 적부터 나는 어떤 예감을 했었다.
아내는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몰래 돈을 빼내 뒷골목 아가씨들과 휩쓸려 다니는 것까지! 그러고 보면 그 돈 문서는 미끼일 수도 있다. 나는 워리 보다 못하다. 워리는 그래도 아내한테 줄 것을 다 준다. 찢겨 고기가 되 든 보신탕이 되 든, 재부와 명분을 선물한다. 헌데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어두운 구석에 숨어 뼈다귀만 뜯는 점박인가? 삐까를 품에 안은 아내가 삐까를 쓰다듬었다. 차분히 숨겨온 말을 꺼내 놓았다. 전에 내가 꿈에서 바라마지 않던 부자가 된 것이다. 나는 이제 워리가 되리라, 반드시!
갑자기 아래가 지독하게 마려워 났다. 길에 내려서서 약수 같이 맑은 내에 오줌을 좔좔 갈겨 넣었다. 그리고 술 먹은 사람처럼 한번 거칠게 불러 보았다. 워리야, 워리!-
남북으로 뻗은 국도에 다시 올라서니 방향이 헷갈려 왔다. 마침 빨간 택시가 곁 에와 멈춰 선다. 차를 잡자 나는 등을 기대고 맥없이 눈을 감아버렸다. (끝)
이동렬 : 중국작가협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이사.
고요한 도시, 낙화유수 등 장편소설과 토양대, 눈꽃서정 등 중단편소설 출간
한민족글마당, 연변자치주문학상 등 10여 차 수상.
E-mail: ldl8387@hanmail.net
메신져: ldl8387@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