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학계, 고구려史 빼앗기 통일 뒤 北연고권 주장 포석"
2003-11-28 운영자
(::서울대 송기호 교수 논문::)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것은 향후 북 한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서울대 송기호 교수(한국사)는 역사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계간 ‘역사비평’ 겨울호에 실린 ‘중국의 한국고대사 빼앗기 공작’ 이란 논문에서 “중국의 발해사에 이어 고구려사를 자신들의 역 사로 빼앗아가는 것은 단순히 역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장차의 정세변화에 따라 북한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려는 정치적 의도 까지 깔려 있다”며 “한반도 통일 이후의 상황에 벌써부터 대비 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고구려―발해사의 대표적 연구자 중 한 명인 송 교수가 이런 주 장을 편 것은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계획으로 시작된 고 구려 역사편입 움직임이 본격적인 ‘한·중간의 역사전쟁’으로 비화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동북공정이란 중국정부가 거액을 들여 중국사회과학원을 통해 동 북아 역사를 새로 정비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그 중점과제는 주 로 한국사와 관련된 것으로 특히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말이 정비지 우리 입장에선 ‘국가적인 역사 왜 곡공작’으로 볼 수밖에 없다. 중국정부는 이미 발해사를 자신들 의 역사로 편입해 역사지도에서 발해의 존재가 없다.
또 광개토대왕비가 있는 고구려 유적의 중심지인 지안(集安)을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시키 기 위해 최근 한국인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대대적인 정비작업을 마친 상태다. 세계적으로 고구려에 대한 연고권을 공인받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고구려가 중국의 역사지도에서 지워질지도 모른 다.
송 교수는 “그들의 정책대상이 고구려에 머물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중국의 기관지 광명일보에 지난 6월에 실린 논문을 예로 든다. 저자가 볜중(邊衆)으로 되어 있 는 이 논문은 “한국의 역사는 삼한―신라와 백제―고려―조선으 로 이어졌으며 한반도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적고 있다. 또 “ 왕씨 고려는 고구려의 계승자가 아니며 반도 남부에서 신라를 대 신하여 일어난 정권”이라고 한정하고 있다.
송 교수는 “이는 한국사의 범위를 한반도 남부의 신라계 국가로 한정하는 것”이라며 “자연히 고조선―고구려·부여―발해로 이어지는 역사는 중국사가 되어 한반도 북부까지 장악하려는 의 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중국이 앞으로 고조선까지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 며 “북한을 도와서 고구려 벽화고분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시키는 작업이 당면한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동아대 윤휘탁 교수(동양사)는 같은 책에 실린 ‘현대중국 의 변강·민족인식과 동북공정’이란 논문에서 “중국이 동북공 정을 추진한 계기는 최근의 탈북자 사태에서 보듯 한반도의 통일 이 동북지구 조선족 사회에 초래할 혼란을 사전에 막기 위한 필 요성에서 비롯됐다”며 다른 각도에서 논지를 폈다.
윤 교수는 “일본의 우경화 못지않게 중국의 국가주의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며 “우리의 안이한 자세는 자칫 민족정체성마저 남의 손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엄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