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때문에 매형, 아내와 저까지 추방당하게 되었어요.”

-한 조선족 가정의 비극을 해부한다

2006-08-11     이동렬

비극, 그리고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들...

 

차례:

 

1. 이영오가 보낸 메일

2. 이영오 누님이 보낸 메일

3. 論評/이동렬

 

1. 이영오가 보낸 메일

 

저는 이영오(가명)라고 합니다. 나이는 40세, 흑룡강성 오상시에 살고 있습니다. 어렵게 중국 돈 6만 7천 위안을 들여 중간소개인을 받고 돈을 주고 2006년 5월10일 친척방문 비자로 한국에 왔습니다.
저의 처 최영순(가명.35세)은 2004년11월26일 항공편으로 먼저 한국에 왔고 인천시 중구 을왕동 00횟집에서 취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취직도 하고 아내와 함께 있자고 회집을 방문한데서 일어나게 된 사건입니다.

 

2006년 5월 10일 경, 한국에 도착하여 아내가 전에 일하고 있다던 식당을 찾아 갔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아내는 보이지 않았고, 저는 아내가 변심했다고 생각하여 매형을 찾아 아내를 찾으려고 헤매고 다녔습니다. 마침 친척의 도움으로 아내가 있는 곳을 알아냈습니다. 이때는 갈 곳이 없어 매형과 함께 기거하면서 숙식을 해결하는 중이었습니다.

7월2일 마침내 청송회집에서 아내를 만나 사연을 물었더니 영업시간이 허용되지 않아 자정이 되어서야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왜 헤어져야 하느냐. 9살 난 자식을 봐서라도 함께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느냐, 고 종용했지만 아내는 이미 마음을 바꾼 상태였습니다.

마침 사장이 저에게 오더니 반말을 하며 가라고 윽박질렀습니다. 건장한 청년과 함께 저를 몽둥이로 어깨와 허벅지를 내리쳐 전치 15주의 진단이 나와 고소하려 했습니다.

후에 저는 매형과 함께 인천공항 조사과를 방문해서 아내를 고발했습니다. 며칠 후 출입국에서는 저를 다시 불러 조사했고, 조사 후에는 저를 집으로 바래다준다며 6명의 출입국 직원들이 따라 나섰습니다. 그때 매형 김XX씨가 출입국에 붙잡혀 오게 되었는데 죄명은 알선수재혐의였습니다.


2001년, 아내 최XX가 매형을 통해 브로커에게 돈을 준 사실을 조사과 직원에게 모두 말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매형도 잡히고 물론 저도 가짜친척방문으로 온 것이 들통이 나고 아내는 가짜친척방문과 불법체류자로 체포되었습니다.

 

제가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 돈을 벌더라도 다들 가정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나쁜 짓 절대 하지 말구요! 정말 참담하네요!…

 


2. 이영오 누나가 보낸 메일 



안녕하세요. 저는 심양 XX에 사는 이정화(가명)입니다. 지금 저의 남편 (김XX)씨는 한국 인천 공항 출입국 사무소에 갇혀있는 상태입니다. 얼마 전에 남편은 양친부모가 한국국적을 갖고 있는데다가 사촌 형이 초청했기에 한국에 갔답니다.


부친은 일본징병에 강제로 잡혀갔다 와서 돌아가신 유가족입니다. 지금 한국대사관에 유가족 신청을 해놓고 보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로 보면 응당 우대를 받아야 하는데 동포라는 편견 때문에 같은 민족으로써 치욕적인 멸시를 당하고 있습니다.


중국 동포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한국 가는 일이 많은데 아무 연고 없이는 갈수 없답니다. 대부분 갈수 있는 통로를 찾아 가야 합니다. 어떻게 가든지 한국 영사에서 비자를 주면 불법인줄 모르고 가는데 한국 해관에서 넘겨주면 한국 땅 밟는 것을 정상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친정 올케 (최XX)가 너무 어려운 살림에 고생하는 것 보기 힘들어서, 또 동생네 가족을 위해 친구에게 부탁해서 돈을 주고 한국에 보냈습니다. 남편이 보내주지 말라고, 젊은 여자들이 한국에 가면 마음 변해 도망가면 동생네 가정이 파산된다고 극구 반대 했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알았겠어요, 그 말이 딱 들어맞을 줄이야! 정말 2년도 안된 사이에 올케는 한국 남자와 연정이 나서 도망가 숨어 살고 있었습니다. 화가 난 남동생은 자기 친구들을 통해 돈을 주고 한국에 가게 되었는데 가보니 아내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남동생은 인천거리를 헤매다가 오도 가도 못하고 저한테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 했습니다. 안타까운 심정에 매형한테 연락하여 매형 집에 가서 먹고 자고 했습니다.
남동생은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있을까? 가정을 살리려고 무진 애를 써서 매형과 같이 그 여자를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올케는 완전히 딴 사람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깡패들을 불러 몽둥이로 자기 남편을 때려 다리와 어깨를 다치게 했고 핸드폰도 깨버리게 했습니다. 겨우 목숨을 보존하고 돌아온 동생은 너무도 화가 나서 올케를 불법으로 신고해 버렸습니다. 손이야 발이야 빌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거꾸로 제 남편이 브로커의 힘을 빌어 자기를 보내준 사람이라고 무함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동생까지 돈 주고 왔다고 신고했답니다.

 

이런저런 원인으로 이 세 사람들이 다 조사과에 들어가 조사 받는 중에 사실을 다 말했답니다.
올케 최XX가 한국에 간 일은 남편과는 무관한 일이고 제가 동생을 도와주기 위해 한 일입니다. 최xx가 떠날 때 저의 남편이 공항에 나가 배웅하고 응당 줘야 할 돈을 소개한 친구한테 넘겨 준적이 있는데 그건 제가 갈수 없는 처지기에 부탁한 것입니다.


지금 조사과에서는 이 것이 우리 남편이 돈을 움직였으니깐 그 돈을 남편이 먹었는가 해서 의심합니다. 난 처음부터 동생을 위해 한 일이지 돈 먹으려고 한 일은 절대 아닙니다. 동기간에 어찌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출입국조사과 담당자가 남동생에게 맞은 진단서를 내라면서, 약값으로 30만을 줄 터이니 사인하라고 하면서 이제 돈 더 달라하면 200만을 벌금 시킨다고 협박하고 으름장을 놓았답니다.

다음날 또 20만원을 줄 테니 얼마를 요구 하겠는가 요구서를 쓰라 하였습니다. 당당한 대한민국 인천 공항 출입국 조사과에서 어떻게 사람을 위협 공갈 하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아무리 동포라고 해도 사람을 때렸으면 법대로 보상을 해주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최XX가 일하던 인천시 중구 을왕동 회집에서 불법자를 고용하는 것은 법에 위반 된 일이 아닙니까?한국 사람들은 서로 죄를 감싸주고, 남동생은 추방되면 집도 절도 없고 가정은 파산 되여 갈 데도 없습니다. 동포의 애(愛)로 한번 봐 주십시오.

저의 남편도 병이 있는 몸으로 조사과에 7주일 동안 갇혀 병 진찰도 받지 못하고 사람이 다 쓰러질 정도로 말 한마디 할 맥도 없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그로인한 정신적인 타격과 억울함에 이제 그냥 이상태로 간다면 목숨이 위험을 받고 있습니다. 48시간 이내에 증거를 찾지 못하면 석방하는 것이 원칙이 아닙니까? 만일 저의 남편이 병으로 잘못 된다면 그 후과를 어찌 감당하렵니까? 죄를 지었거나 불법자라 해도 그런 모욕을 받을 수 없겠는데 하물며 불법도 아니고 합법적으로 나간 사람한테 이런 모욕이 어디 있습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 제가 한 일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형제를 도와준다는 것이 오히려 독으로 돌아와 동생 가정도 망치고 이제는 죄 없는 남편까지 사지로 몰고 가고 있으니 우리 가정 역시 평안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순서 없는 이 글들을 처음부터 마지막 까지 다 읽으시고 꼭 문제 해결을 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 합니다. 순서 없는 글 죄송합니다.


중국 심양  이정화 올림



3. 論評/이동렬   


이 사건은 현실에서 겪고 있는 조선족의 어느 불행한 가족사를 잘 보여준다. 현실의 선과 악이 눈에 선한 스토리이다. 누나가 남동생이 힘들게 사는 것 보기 안타까워 친구한테 부탁을 해서 돈을 주고 올케를 한국에 보냈었다. 그런데 올케는 한국 사장님과 정분이 나서 가정을 버리게 되었고, 소문 듣고 화가 난 남편은 브로커한테 돈 주고 입국해서 아내를 찾아 도리를 따지었다. 아내는 말을 안 들을 뿐더러 깡패를 시켜 남편을 구타해 입원까지 시켰다. 결국 남편은 출입국에 찾아 가서 아내를 고발했고, 당국에서는 아내를 심문하던 중 그들 가족이 입국하는 과정에 브로커와 관련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혹은 의혹을 품고) 고소자와 고소자의 매형까지 추적해 추방한 것이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시초에 그들 가족이 브로커와 관련 없었더라면? 아내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더라면? 남편 되는 이가 아내한테 침을 뱉어주고 대범하게 돌아섰더라면? 매형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남편이 눈치 채고 출입국사람들이 따라서지 못하게 했더라면?…얼마든지 그리 할 수 있는 현실이었지만, 가설은 어디까지나 가설인 것이다. 이제는 후회해도 소용없게 되었다.


그럼 그들 가족 비극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브로커한테 돈을 주어야만 출국할 수 있는 현실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상반기에만 해도 한국 법무부에서 브로커나 그들과 관련된 동포들을 단속한 수가 8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는 중국 내의 브로커들을 포함시키지 않은 수치이다. 수많은 동포들이 불법으로 입국하는 원인 중 하나가 브로커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동포들은 돈을 주고서라도 출국하려 하고(또 돈을 주면 일이 되고), 브로커들은 나름대로 단속만 피하면 단시간 내에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기에 이런 불법거래는 그냥 존속하게 된다. 때문에 한국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투명한 ‘방문취업제’ 정책을 펼치면서 자유왕래를 위한 길을 넓혀주는 한편, 중국정부와 손잡고 브로커들에 대해 엄단정책을 펼쳐야 한다.


다음은 동포들도 자기한테 주어진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도덕성을 버리지 말고, 가족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이런저런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자아수양을 쌓는 것이 중요  하다. 돈을 번다고, 돈만 벌면 세상 무서운 것 없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돈 말고 이 세상 무서운 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률에 대한 무지가 무의식 간에 비극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 속담에 어디로 가면 곧 그곳의 풍속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곳의 풍속’을 따르자면 ‘그곳의 풍속’을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서로 간에 소통의 장을 만들고 신문과 TV를 보고 방송을 듣고(혹은 인터넷에 자주 들어가), 한국사회와 법을 알기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사기 당하거나 유혹에 빠지거나 잘못을 저지르기 십상이다. 깨달으면 통하기 마련이다. 더는 우리 동포들에게 위의 사실과 같은 불행이 생기지 말았으면 한다. 간절히 바라는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