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외국인 강제출국 ‘불똥’, 국제전화 매출 급감

2003-11-26     운영자
[파이낸셜뉴스] 2003-11-23

정부의 불법체류 외국인 강제출국 조치에 따라 국내 국제전화업계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국제전화 선불카드의 최대 이용고객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10월 이후 매출이 전달대비 20∼30%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23일 국제전화업계에 따르면 KT, 데이콤, 온세통신, SK텔링크 등 업체는 갑작스런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의 강제출국으로 인해 약 1000억원 규모의 국제전화 월간 전체 매출이 적어도 10%이상 줄어드는 등 때아닌 불경기를 맞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불카드의 주고객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빠져나간 것과 때를 같이해 전달에 비해 매출이 뚝 떨어졌다”며 “앞으로도 외국인 근로자의 출국이 계속된다면 선불카드분야의 매출감소는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국제전화 선불카드는 별다른 가입절차가 필요없이 일정 금액만 먼저 내면 전화카드를 구입해 곧바로 국제전화를 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개적으로 신원을 노출할 수 없는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신분확인을 통한 가입절차가 없는 선불카드를 이용해 해외에 전화를 걸고 있다는 것.

KT는 국제전화 매출중 30∼50% 가량을 차지하는 국제전화 선불카드의 실적이 이달들어 상당폭 낮아졌다.

KT 관계자는 “최근 두달치 국제전화 매출을 정확히 밝힐 수 없지만 분명 외국인 노동자 강제 출국조치가 선불카드판매에 악재로 작용해 매출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KT는 이에따라 동남아지역을 겨냥한 선불카드의 마케팅을 다른 지역이나 법인대상으로 돌리는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중이다.

지난 1일부터 ‘006’서비스를 시작한 SK텔링크도 10∼20%의 매출감소로 비상이 걸렸다.

이 회사는 지난 8, 9월에 14억원에 달했던 선불카드매출이 10월 들어 10%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선불카드 판매감소는 곧 동남아지역의 발신 통화량 감소로까지 이어져 업계는 이미 시장에 뿌려진 선불카드의 소진에 주력하면서 추가 물량을 조절하는 신중한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SK텔링크 관계자는 “이런 매출감소추세는 불법 외국인 근로자 단속이 계속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며 “다른 업체들도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지만 쉬쉬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콤, 온세통신, 송아텔레콤 등 선불카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10여개 국제전화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들 업체는 선불카드판매가 전체 매출의 40∼50%를 차지하는 데다 국내 최대 선불카드 고객이 동남아 지역 외국인 노동자란 점을 고려하면 최근 두달새 매출감소율이 두자릿수를 넘어섰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