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변창렬] 아버지는 가을꽃이었다 외1수
2018-10-13 [편집]본지 기자
마른 풀로
구석진 곳에 살던 아버지
논두렁이 집이라고
다스러 진 삽 한자루로
기둥을 세워시더니
그 삽날로하여 온 들이 눈부시게
꽃으로 번진 것이다
헛간의 용마루에 핀
호박꽃이 곱다고
웃으시던 아버지
벼꽃도 탐스럽다고
주먹구구하시던 아버지
고추농사는 자식농사라며
아들 다섯이나 더벅머리 만들어 놓고도
고추꽃에 눈독드린 아버지
흰 들국화로 뒤짐지고가셨다
물도 흰 꽃이라며
강에 뿌려 달라고
손을 풀지 못해
할미꽃으로 서성이고 계신는 것 같다
민들레의 허리는
가을의 깊이에 세운 기둥이다
꽃의 뼛대로 만든 둥근달이여
가벼운 것들
하늘에는 무거운 게 없다
산산이 조각난다는 것이
하늘의 무게이다
구름도 그렇다
부서지고 마는 깃털이다
흔적조차도 남기기 싫어
뒹굴고 흩어지고 있는 속물들
가벼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까닥으로
무게를 속이고 있다
누구나 천당으로 간다
몽땅 비워두고 가는게
마지막 한 숨이다
나도 하늘로 갈 바에는
구름이 되고 싶다
육십오 키로의 살덩이가
영점 영영 육오키로로 줄여서 가겠다
그 때는 숨소리도
영점 영영 육오로 감추겠다
나머지는 고집스런 것들이어서
어느 구석에 숨겨놓고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남겨두고 갈 거다
비가 오면
왜서 젖어 드는지 알았다
영점 영영 육오 외의 나머지들
꼬리로 되기 위해
옷자락에 매여달린 거였다
나도 하늘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주름 한 오리에 담긴 무게가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