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千愛玉]시계 외 2수
2018-10-04 [편집]본지 기자
[서울=동북아신문] 시계
가을햇살에 눈이 시던 날
관음사 먼 종소리에
귀를 적시고
녹 쓴 초침이 떨어져
풍경 소리 내는
허공에 걸린,
지나간 시간 사르고
흑백마저 체념한 채
무늬만 걸친,
시계를 버리다
죽은 시간을
자르다
외 출
차가운 바람
달리는 차에 치어
길바닥에 드러누웠다
짙어가는 산색 바라보다
옆구리에 시집 한 권 끼고
어슬렁 그림자 따라 나서다
굶주린 욕망이, 시집 헤집어
그 향기 들이키는데
시어가 가슴 벽에 못질하다
돌아오는 영혼의 한 끝에
밤새가 푸드덕 날개짓하고
늦털매미 울음소리 구슬프다
길가에 버려진
지팡이 하나 주어들고
저문 산길을 재촉하다
그가 있는 머-언 곳으로
약 속
둥근달이 개울물에 떠오를 때
더벅머리 그 애와 나는
수수깡 기둥에 풀잎기와 얹어
모래톱에 집을 지었다
강물이 불어와
단간 집이 떠내려가면
다시 삼간 집을 짓고
손가락 걸어 별을 담았다
바람이 비를 불러
비가 바다로 모일 때
더벅머리 그 애도 세월 너머
아득한 곳으로 떠나갔다
개울가에 아파트가 총총해도
아직도 기다림 하나 눕힐
방 한 칸 없어, 나는
늘 길에서 서성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