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도피 불법체류자 다시 제조업체行

2003-11-26     운영자
[한국일보] 2003-11-20

정부의 일관성 없는 외국인 노동자 단속정책으로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제조업체로 몰려들고 있다. 또 이 때문에 비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영세 가구업체가 밀집해 있는 경기 남양주시 성생공단은 지난 17일부터 단속대상인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 50여명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단속 직전 800명에서 200여명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제조업체 단속은 일단 유보한다는 정부 입장이 밝혀지면서 업체 사장들이 재고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R가구 업체에 재취업한 필리핀인 로저(42ㆍ체류 6년)씨는 “지난 주 불법체류 단속이 시작되면서 그만 뒀지만, 17일 사장으로부터 다시일을 해도 괜찮다는 연락이 왔다”며 “제조업체 단속이 미뤄졌기 때문에연말까지는 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속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단속에 적발된 외국인 노동자들을 즉각 강제출국시키는 등 강력한 단속의지를 밝혔었다. 하지만, 단속이 시작된 지난 17일 수용시설의 부족 등을 이유로 제조업체 외국인 노동자를 단속대상에서후순위로 매기기로 하는 등 정부의 단속 의지가 후퇴하기 시작, 급기야 지난 19일 강금실 법무장관이 단속능력 한계와 제조업체 인력난을 고려 제조업체에 대한 단속을 미룬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 업주들이 재고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 불법체류자 외국인 직원을 다시 고용한 경기 포천시 가산군 D가구생산업체 사장 이모(48)씨는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합동단속 정책을 믿지않는다”며 “다른 업체들도 불법체류자들을 다시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합법화신청을 안 했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알람(21ㆍ체류 3년)씨도 “경기안산에 있는 친구 집에 숨어 지내다, 사장님의 전화를 받고 다시 일하게됐다”며 “다른 동료들도 제조업체로 들어오기 위해 알아보고 있다”고털어 놨다.

비제조업체 일하던 불법체류자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식당 일을 그만 두고 서울 조선족교회에서 6일째 국적회복을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출신 최모(45ㆍ체류기간 7년)씨는 “제조업체 불법체류자만 봐주고 비제조업체는 단속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정부의 또 다른 차별”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대한성공회 외국인이주노동자 ‘샬롬의 집’ 이종민 간사는 “최근 들어중소업체 사장들이 자신들이 고용했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직접 전화해다시 일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을 모두 합법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