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박명화]그늘

2017-06-09     [편집]본지 기자

그늘 

뚜벅뚜벅 걷는 발자국소리
넌 줄 알았다
무거운 짐도 잠깐
내려놓고 오거라
 
어쩌면
세상 밖에서
홀연히 나타나
몸부림칠 테니
 
천년을
입던 옷도
벗어놓고 오거라
 
쨍쨍한 날에는 
벌건 쇳덩이 같은 얼굴도
담금질해 줄테니
 
무더운 여름철 햇볕
천둥 벼락의 불안도
천년의 분노마저 사그러들게 해주마
 
평생 젖은 소나무처럼 살았으니
너를 위해서라면
하얀 대낮에 그늘이 되주고 싶다
 
나는 언제까지나
너의  
그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