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순금/시]저 하늘에 발을 씻고 외2수
재한동포문인협회 성좌문학사 시특집2
허순금
살면서 가슴에 눈물이
흥건히 고이는 날 있었는가
푸른 파도로 아프게 부서져
꺼이꺼이 울어본 날 있는가
슬픈 얼굴의 하늘에 침을 뱉고
멍청할 정도로 명랑한 하늘에
오줌 한줄 갈기고픈 날들이 있었는가
슬픔은 더 큰 슬픔 부르고
아픔은 더 큰 아픔 부르고
괴로움은 더 큰 괴로움 부를 때
휘청이면서 오늘에로 왔었다
바른 걸음 또박또박 걷기 위해
악착같이 내일에로 가기 위해
이빨 악물고 오기로 일어섰었다
손에 잡고 싶은 모든 것은
스치는 세월인 듯 바람이런듯
손가락 새로 빠져나가고
부딪히고 또 부서지며
날마다 죽었다 살아나는
아침의 저 태양으로
부서졌던 조각 다시 품어
또 다시 푸른 파도로 태어나
수없이 많은 날개 자욱 지워진
저 푸르름의 하늘 길 위에
나를, 뼈대 없던 나를 던져본다
저 하늘에 발을 씻고
맑은 쪽빛 전신에 곱게 펴질 때
파란 달개비꽃으로 곱게 피었다
지리
그 겨울 강가에서
찬바람 훑고 지나던
겨울의 그 강가에서
야윈 억새들의 아픈 비명 속
부대낌은 살점이 뜯기는 일
서글프게 목 메인 겨울강의
슬픈 노래마저 멈춰졌건만
처음 만난 멋진 그대와 난
예쁜 초록으로 풋풋하니
아름다운 그림으로 마주섰죠
살포시 잡아주던 손길 속에
차르르 봄으로 녹아내리던 시간
달콤했던 키스와 포옹 속에
흐르던 전류는 가지를 채운
푸른 잎 새에 옮겨가 있건만
혼자서 우두커니 길목 지키는
키다리 전봇대에 내 꿈 달아매고
나는 차라리 아픈 부대낌 속의
그 겨울 억새가 부러웠다오
어제의 연장선위에서
어제와 내일의 문턱 새에
찡겨있던 시간이
따로 놀던 시침과 분침
함께 손들어 반길 때
낯설은 주인으로 온다
어제의 연장선위에
꼬리 없는 소가 되어
습관처럼 수레를 멘다
늘 숙제가 되어 어깨를
지지누르는 삶속에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며
하늘의 달과 별을 줍고
머얼리 바다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며
푸르른 바다이야기
한아름 따 올려오고
스치듯 지나는 봄꽃들의
열병식속에 서서
치마폭에 사위여가는
꽃의 언어를 담는다
마음의 믹스기에 곱게 갈아
피와 살이 되고
희망의 감로수 되는
쥬스 한잔 만들고 싶다만
때로는 시큼털털하고
때로는 쓰고 떱떠름하니
새콤달콤한 맛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머릿속엔 채 갈지 못한
언어의 파편
소용돌이가 되어
피곤에 절은 내 한 몸
동그랗게 말아
꿈나라 행으로 떠민다
허순금 약력
시인,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동포문학 4호 시부문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