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최미영] 갱년기 외1수

베스트셀러고량주 설원문학상 응모작품

2017-03-08     [편집]본지 기자

 [서울=동북아신문] 시는 자기만의 시각과 발견과 독특한 느낌이 었어야 한다. 조금 거칠고 투덜투덜해도 괜찮다. 독자들이 읽어보고 공감하고 감탄하면  그것으로 우선 성공이다. 최미영의 '갱년기'는 갱년기를 겪어보지 않은 여인으로서는 도저히 쓸 수가 없는 시이다. 시적 감각과 비유가 뛰어났고, 인생 후반전에 대한 열망을 잘 보여주었다.  편집자

  
갱년기
 
 
한 달에 한번 멋진 여자 뽐내는 모습
반평생 지켜보던 누군가가 질투의 화살을
끝내는 택배로 부쳐왔다ᆞ
 
달거리를 한방울 한방울 파먹더니
더 파먹을 것 없노라며
몸 전체를 고뿔 싸들고 돌아다닌다ᆞ
 
머리는 마냥 흐리멍텅 눈은 백내장 귀는 윙윙 바람소리
등짝에서 흐르던 식은땀은 내 고향 해란강으로
철철 흘러간다ᆞ
 
사채 빚진 빚꾼마냥 가슴은 콩당콩당
흰 머리칼과 잔주름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너는 누구냐?
 
말라버린 강바닥에 드러난 하얀 자갈
허전한 구석을 어찌 보듬어볼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너와의 싸움
달빛 한 폭에 찢어지는 석양이 무심타만
네가 파먹고 간 웅뎅이에서 기지개 켜며 인생 후반전에
더욱 신난 빛이 뿜겨 나올 것이다
 
 
하얀 거짓말
 
 
아버지는 매일매일 아침상에 마주앉아
펄펄 끓는 된장찌개
한숟가락 드시고는
어ㅡ 시원하다
하셨다
 
목욕탕에 가셔서는
아주아주 뜨거운 물에
몸 담그고 어ㅡ
시원하다
하셨다ᆞ
 
아버지의 하얀 거짓말
오늘 왠지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