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김재연]곰취 외1수
베스트셀러 고량주 설원문학상 응모작품
2017-03-04 [편집]본지 기자
곰취
아버지의 밥상에
곰취가
산을 데리고 왔다
더덕도
산을 타고 함께
왔다
곰취가 잎 사이사이에
꽁꽁 숨겨 놓았던
산을 풀어내자
식탁 위에서
산 냄새가 물씬 풍긴다
곰취숲에서
흔들흔들 놀던
고사리와 고비나물이
젓가락을 나눠들고
춤을 춘다
세상의 쓴맛 단맛을
곰취 쌈에 불끈 싸서
한입 가득 드시는
아버지
아침밥상에 올려놓은
산은
파랗고
싱그럽다
몽돌 인생
먼 길을 달려온
파도 속에
외로움과 괴로움이
서걱이는 소리
차츰 멍이 든
가슴 숙을 파고든다
모난 고집 때문에
살을 저미고
뼈를 갈아 내며
부셔지고 다시 깨어져도
늘 한마디
불평도 없이 그 한 자리를
굳건히 지킨다
떨리는 눈빛
출렁이는 속눈썹
별빛과 조가비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고
조용히 소곤
소곤대는 세상……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모습이지만
서로 어깨 다독여 가며
아프면 아픈 대로 잘
살아보자는
눈물겨운 사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