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긴급출동] 불법 외국인 노동자 현장르포

2003-11-26     운영자
[일간스포츠] 2003-11-18

[일간스포츠 김정민 기자] "단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17일 오후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성을 시작한 지 3일째를 맞은 명동성당에는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에도 불구, 투쟁의 열기로 가득했다. 서툰 한국말로 철의 노동자 와 단결 투쟁가 를 소리 높여 부르고 "노동 비자 쟁취 투쟁"을 외치는 그들의 눈빛에는 생존을 위한 결연한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조악한 천막으로 잠자리를 마련한 그들은 "우리가 외치는 구호 하나 하나에는 비인간적이고 부당한 대우를 받은 분노와 한이 담겨 있다"며 "무작정 출국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에게 사형 선고나 같다. 가서 굶어 죽으나 여기서 얼어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결사투쟁"의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한국생활 8년째를 맞은 S 씨(31). 95년 대구 성서공단 내 플라스틱 공장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한 그는 8년간 집안 뒷바라지로 돈 한푼 못 모으고 빚만 쌓였다. 그는 "8명 식구가 나 하나 보고 살고 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삼촌들도 세 분이나 세상을 떠나셨지만 고국에 돌아가지 못했다. 먹고 살기 위해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도 일을 계속해야만 한 심정은 아무도 모른다"며 눈물을 쏟았다. 동생들의 공부를 위해 대학교를 중퇴하고 한국행을 선택했다는 자히드 씨(28)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 자살마저 생각했다고 한다.

욕설과 구타 속에 하루 12시간의 중노동을 마치고 천막 숙소에 들 때면 "이렇게 살아야 하나"하는 인간적 모멸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한국인 동료들의 행동에 "내가 공장에서 자살하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투신 자살도 생각해 봤다고 한다.

이런 힘든 생활을 버티게 한 것은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 한국 생활을 하는 동안 동생 4명의 대학 공부를 뒷바라지했다. 자히드 씨는 "내 인생 하나 포기해서 가족들이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참고 견뎠다"며 "쫓아버릴 생각만 하지 말고 우리의 처지와 요구를 이해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정민 기자 kjm@daily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