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잠적…中企 "울상" ‥ 불법체류 단속 첫날

2003-11-26     운영자
[한국경제신문] 2003-11-17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합동단속 첫날인 17일.이들이 집단 거주하던수도권 주변지역에는 긴장감과 두려움,분노 등이 뒤엉킨 가운데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대대적인 단속이 예고된 탓에 서울 가리봉동 "조선족 타운"과 성수동의 공단 밀집 지역,안산반월 공단 주변지역은 때마침 불어닥친 추위 만큼 썰렁하고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불법체류자들은 제조업체 근로자는 제외한다는 정부 방침에 여전히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냈다.

외국인 노동자가 썰물 나가듯하자 주변 상가들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붉은색 중국풍 간판이 눈에 띄는 가리봉동 "조선족 타운"은 한 때 3만명이 넘는조선족들이 붐볐지만 최근엔 1만여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중국 음식점 주인 박모(43)씨는 "조선족 상당수가 이미 출국했고 나머지는 잠적해 가게가 문닫을 판"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보증금 없이 월세 10만원"이라는 매물 정보가 잔뜩 나붙었다.

외국인 근로자들로 붐볐던 안산시 원곡동 일대 주변도로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6년전 입국했다는 스리랑카 출신 시앙카라(26)씨는 "다니던 시화공단 회사는 단속을 앞두고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6명이 한꺼번에 그만두는 바람에 문을 닫았다"며 "빨리 공장에 가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남아 지역에서 온 노동자들은 단속을 비관한 동료들이 잇따라 자살한 상황에서 단속이 시작되자 격앙된 분위기다.

일부 조선족과 외국인 노동자들은 최근 헌법소원을 내고 단식농성과 시위까지벌이고 있다.

서울 조선족교회 이은과 전도사는 "갑작스런 단식으로 교회마다 1~2명이 복통과탈수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며 "정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할계획"이라고 말했다.

반월공단 자동차 관련 회사 대표 이모(42)씨는 "외국인 근로자 9명 중 6명이 그만뒀으나 대체인력이 없어 무척 어렵다"며 "제조업체 근로자는 단속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출퇴근때 검거하면 말짱 헛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는 "불법체류 외국인 12만여명을 모두 찾아내추방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단속과 추방보다 현실에 맞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영.이관우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