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때 절대 잊으면 안 되는 것

법무법인 안민 허재원 변호사의 생활법률 상식⑧

2015-12-14     [편집]본지 기자

[서울=동북아신문]많은 사건을 접하다 보면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시비가 붙어 다투다 형사 입건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특히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욱하는 분노를 참지 못해 치고받고 싸우는 경우가 많죠. 그러나 폭행, 상해 등의 죄는 그 처벌 수위가 결코 가볍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러한 전력은 체류 및 재입국에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오늘은 이러한 싸움과 관련하여 많이들 오해하시는 점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상호폭행은 정당방위 아니다

甲과 乙이 서로 말다툼을 하다 甲이 乙을 먼저 폭행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乙도 화가나 서로 폭력을 행사한 경우, 甲이 먼저 때렸으니 乙에게는 정당방위가 성립할까요? 이에 대해 우리 법원은 기본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 대법원은 싸움 중에 이루어진 가해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관해 “싸움과 같은 일련의 상호투쟁 중에 이루어진 구타행위는 서로 상대방의 폭력행위를 유발한 것이므로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6. 9. 6. 선고 95도2945 판결).

또한 “가해자의 행위가 피해자의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 경우, 그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행위라고 볼 수 없다”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도228 판결).

즉, ‘상대방이 먼저 때렸으니 나도 받아쳤을 뿐이다’라는 변명만으로는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만, 일방의 폭행이 그 정도가 너무 심하여 상대방이 이를 벗어나기 위해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정도의 반격은 적법하다고 인정됩니다. 대법원은 1999. 10. 12. 선고 99도3377 판결에서 “외관상 서로 격투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실지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불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불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라면, 그 행위가 적극적인 반격이 아니라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수단 및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특수한 경우에는 물리적인 저항행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도구 사용하면 가중처벌

다투는 도중 감정이 격해져 주변의 사물을 던지거나 휘두르거나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하지만 같은 폭행이라도 이러한 도구를 이용하는 순간 훨씬 무거운 범죄를 저지르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단순한 폭행은 형법 제260조에서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되지만 위험한 물건을 이용하는 순간 형법 제261조 특수폭행죄가 성립하게 되어 5년 이하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무겁게 처벌됩니다.

여기서 위험한 물건이란 반드시 흉기와 같이 살상 등의 목적으로 제작된 것일 필요가 없습니다. 벽돌, 걸레자루, 빈병 등을 이용하여 폭행을 가한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최근에는 반으로 부러진 신용카드조차 위험한 물건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불리한 점은, 싸우는 도중 이러한 도구를 이용하여 특수폭행죄로 나아가게 되면, 나중에 상대방과 합의를 보더라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폭행죄는 소위 ‘반의사불벌죄’라고 하여 상대방과 원만히 화해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성사되면, 더 이상 형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특수폭행죄는 이미 ‘반의사불벌죄’의 범위를 벗어나게 되어 아무리 상대방과 화해하고 합의를 해도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게 됩니다.

싸움은 피하는 것이 정답

결론적으로 싸움은 상대방이 먼저 시비를 걸어왔든 술이 취하였든 어떤 경우라도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문의 : 법무법인 안민 02-866-6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