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욕 … “머리를 차게 하고 발을 덥게 하라”
강성봉의 돈 안들이고 쉽게 할 수 있는 건강법(7)
불하페는 라이덴대학의 의학 및 식물학 교수로서 여러 가지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특히 의학 분야에서 소화생리와 간선의 존재를 확인하는 등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해 이름을 날렸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 책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의학상의 지식이나 대단한 건강 비법이 담겨 있으리라 여겼다.
책이 경매되자 수많은 학자들이 경합을 벌였다. 가격은 점점 올라갔고, 마침내 1만 굴덴이라는 고액에 어떤 학자에게 낙찰되었다. 그 학자는 최고의 보물을 자기 손에 넣었다며 뛸 듯이 기뻐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책의 봉인을 뜯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책의 모든 페이지는 백지였다. 단지 마지막 페이지에 커다란 글씨로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을 뿐이었다.
“머리를 차게 하고 발을 따뜻하게 하라! 그러면 당신은 모든 의사를 비웃을 수 있을 것이다!”
불하페의 이 같은 명언은 조선 최고의 명의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도 나온다.
두한족열(頭寒足熱) 또는 상냉하열(上冷下熱)이라 하여 “머리를 차게 하고 발을 따뜻하게 하라”는 건강 비결이 바로 그것이다.
반신욕은 바로 이 같은 전래의 건강 비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현대인의 목욕 건강법으로 몸의 절반, 즉 배꼽 아래 부분 또는 가슴 아랫부분을 따뜻한 물에 담그고 하는 목욕법을 일컫는다.
‘반신욕’은 필자가 발목펌프운동을 할 수 없을 때 즐겨 하는 혈액순환 촉진법이다. 특히 여행 중일 때는 거의 거르지 않고 반신욕을 한다.
학자들에 따르면 체온이 섭씨 1도 상승하면 인간의 면역력은 두 배 강해진다고 한다. 반대로 1도 하강하면 면역력은 30 퍼센트 약해진다고 한다.
반신욕은 체온을 상승시키면서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좋은 건강법이다. 게다가 반신욕은 부작용이 거의 없고, 돈이 안 든다는 장점이 있다. 약 2~30분 정도, 길게는 40분동안 배꼽까지 또는 가슴 아래까지 37 ~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땀을 내는 것이 전부다.
보통 사람의 경우에는 상체의 체온이 하반신보다 높은 경향이 있다. 반신욕을 하면 하반신의 따뜻한 혈액과 상체의 차가운 혈액 사이에 대류현상이 일어나 체온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따라서 혈액순환이 잘되고, 수축되었던 혈관이 열리면서 혈액이 잘 흐르게 되어 혈압이 내려간다. 또 체내에 있는 노폐물과 독소가 땀과 함께 배출되기 때문에 신체의 상태가 좋아진다. 특히 근육이 뻣뻣한 사람, 어깨가 결리는 사람, 관절염·비만증·요통·월경통·감기·당뇨·스트레스 등의 증세가 있는 사람에게 좋으며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몸이 따뜻한 사람, 심혈관계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반신욕 하는 방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우선 체온보다 약간 높은 섭씨 37~40도 정도 미지근한 물을 욕조에 준비한다. 식사하기 30분 전, 식후 또는 운동을 하고 난 후 30분 이상 지난 후에 하며, 물의 온도는 약간 따뜻하게 느껴지는 정도가 좋다. 물에 들어갈 때는 먼저 발에 더운 물을 끼얹는다. 상반신과 하반신의 체온차이를 어느 정도 바로 잡기 위해서다. 너무 추울 때는 욕실 안을 더운 김으로 충분히 따뜻하게 해놓는다.
욕조에 들어가선 배꼽 아래까지만 물에 담근다. 주의할 것은 명치 위쪽을 오랫동안 뜨거운 물에 담그지 않는다는 것. 어깨나 팔 부분도 물속에 넣으면 안 되고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너무 춥다 싶으면 20∼30초 정도 어깨까지 물에 담가도 된다.
20분간 꾹 참으면 몸속부터 따뜻해져 기분이 좋아진다. 머리나 얼굴, 가슴, 팔에서 땀이 나기 시작하면, 전신욕을 할 때보다 몸이 더워져 욕실밖에 나와도 한기를 느끼지 않게 된다. 욕조에서 나와 몸을 식힌 뒤 다시 욕조에 들어가는 것을 반복할 수도 있다. 몸이 약한 사람이라면 5분 동안 몸을 물에 담갔다가 2~3분 쉬는 과정을 4~5회 반복한다. 반신욕을 마친 후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미지근한 물로 수분을 보충한 다음 물기를 잘 닦는다. 반신욕 후에는 30분 정도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목욕을 마친 즉시 양말을 신고 하반신에 속옷을 두껍게 챙겨 입는다. 이렇게 하면 반신욕 하는 상태가 계속 이어져 그만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평상시에도 하반신, 특히 발 부분은 차지 않도록 하고 상반신은 되도록 얇게 옷을 입는 게 좋다.
‘만병에 좋은 반신욕’의 저자인 일본의 이비인후과 의사 신도 요시하루는 “전신을 고온으로 뜨겁게 달구는 사우나나, 뜨거운 물에 온 몸을 푹 담그는 전신욕은 건강에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한다. 인절미를 센 불에 구우면 겉만 까맣게 타고 속은 딱딱한 채로 있는 것처럼, 물이 너무 뜨거우면 피부 표면이 방한벽을 만들어 오히려 몸속으로 열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 특히 사우나는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상반신이 뜨겁고 하체가 차가운 냉 상태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했다.
자 오늘부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반신욕으로 우리의 건강을 증진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