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송숙 수기] 나의 '청와대' 생활
'청와대'와 '대통령'이라고 하면 서울의 최고 궁궐 '청와대'로 착각하겠지만, 내가 살고있는 '청와대'는 초라한 단칸방으로, 단지 푸른기와를 얹은 다세대 전세집일 뿐이다.
전세 보증값 400만 원에 매월 2만원 납부하는 관리비에는 전기세 ,물세, TV시청료까지 모두 포함되었는데 직장과도 3분거리라, 가까워서 둘도 없는 안성맞춤 보금자리이다.
원룸이나 아파트에 비할 수는 없지만 제법 대문도 있고, 작은 텃밭도 있고 ,다섯가구가 둘러 앉아 청일색의 80대 할머니들이 인정으로 똘똘 뭉쳐서 오이 하나도 나누어 먹는, 인간애가 넘치는 전세집이다.이 전세집을 나는 '청와대'라고 예쁘게 이름 짓고 나혼자만 느낄 수 있는 '대통령' 생활에 만족하면서 네명의 할머니 경호원들과 칡넝쿨처럼 얼기설기 엉키고 서로 서로 의지하면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끈끈한 정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선거도, 설문조사도, 취임연설도 없이 무제한 임기의 '대통령'으로 자칭하고 4명 경호원들의 완벽하고 물샐틈없는 호위를 받으면서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다.
아침이면 경호원들의 한결같은 배웅을 받으면서 '대통령' 사무실인 식당으로 출근한다.
출근하면 세상에서 가장 맛 있고 잘 차례진 '신문밥상'이 기다리는데 '한국일보', '중앙일보', 그리고 중국동포 지역신문들인 '동포타운신문' 등을 구독하면서, 국내외의 최신뉴스와 오늘의 증권시장까지 균형잡힌 식단에서 건강을 챙기 듯이 세상을 챙겨 본다.
신문 구독이 끝나면 본격적인 업무로 '대통령'의 겸직인 식당홀써빙 서비스에 전념하는데 접견하는 손님마다 '황제'이고 '황후'이고 '공주'이고 '대통령'을 찾아온 귀빈이라고 생각하면서, 귀빈 접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통령'과 홀써빙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식당이라는 '대통령접견실'에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일하는 삶의 희열을 느낀다.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인과 중국인의 마음을 연결하는 중국동포 대표라는 책임감, 의무감, 자부심을 갖고 다재다능하고 전문지식을 소유한 중국동포의 의미지를 높이기 위하여 자신을 애써 가꾸고 있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역활로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식당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즐기는 지혜, 홀써빙의 예의와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고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한국인의 정서문화와 음식문화, 서비스문화에 융화되며 한국인들과 소통하고 있다.
손님들이 호기심으로 질문하는 조선족의 인구, 문화, 예의범절, 두 나라의 화폐가치와 환율, 전통음식, 백두산전설 등을 각 분야의 전문가 수준으로 막힘없이 대답한다.
중국의 가짜상품과 낙후한 화장실문화로 중국을 비하하는 사람들에게는 중국의 어제와 발전한 오늘을 대조하면서 중국의 당당한 (북경), 우아한 (상해), 영원한 황제의 도시(서안)들을 소개하면 내국인들은 중국을 새롭게 인식하고 이해한다면서 동감을 표시한다.
'대통령'처럼 다 같은 단군의 후손이요, 한줄기의 뿌리요, 통일이요 하고 즉흥 대변도 하고 국적도 다르고 각기 개성도 다르지만 한국인과 중국동포는 하나이며, 또 하나일 수밖에 없는 존재로 서로가 한피줄인 동족으로 한국이 고국이고 모국이라면서 서로가 가까와지게 하는 매니저로서의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식당의 주요 메뉴인 '용봉탕'의 자라효능에 대하여 자라와 오골계의 음식궁합에 맞추어 보양음식의 건강식단 설명과 함께 간단한 중국어까지 배워주면 모두가 만족하여 웃음꽃을 피우며 식사하신다.
식당에는 특별한 단골손님인 서만준이라는 벙어리손님이 계시는데, 소통이 가장 잘되는 중국아줌마라면서 아들의 취업이며 결혼 부모님 생일선물과 심지어 머리염색 색상까지 자문을 하는, 각별한 사이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또 올해에 66세되는 김광예라는 손님은 34세에 남편을 잃고 완영이와 투영이라고 부르는 쌍둥이 아들을 키우면서 30여년의 긴세월을 두 아들에게 헌신하신 존경하는 손님도 계신다.
쌍둥이 아들이 장가가서 또 쌍둥이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있는 아줌마가족들과 아줌마의 생일인 음력 7월7일도 함께 보내면서 돈독한 인연을 쌓아가고 있다.
홀써빙 경력 7년에 손님들과 가족처럼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기초수급자로 살고있는 이웃들과 불구자손님들을 각별히 보듬고 봉사하면서 뚱뚱한 몸매처럼 마음도 살찌고 넉넉한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다.
동네 이웃들은 "친절한 중국아줌마"라고 불러주고 식당의 사장님은 영업경력 19년에 "가장 완벽하고 믿음이가는 홀써빙"이라고 동네방네에 자랑하고 손님들은 "중국아줌마가 주인님이세요?"하면서 주인님과 똑같다고 과찬한다.
너무나 과분한 칭찬은 나에게만하는 칭찬이 아닌 우리 중국동포들에 대한 평가와 이해로 받으면서 한가슴 뿌듯한 자호감을 가진다.
일만하고 돈 밖에 모르는 중국동포가 아닌, 여유로움으로 한국의 역사문화탐방, 투자박람회도 다니고 제주도의 삼성혈을 찾아 꿈에도 그리던 고씨가문의 뿌리와 살아온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제주도 고씨로서의 탐라의 역사와 고씨세계 분파도 깊이 있게 이해하였다.
세계적인 '대통령'테마 명소이고 역사의 현장인 청남대에 가서는 역대대통령들의 업적과 생활을 그리면서 한국의 역사를 배웠고, 한국의 노벨문학상후보인 고은시인님, '그럼에도 행복하소서'의 저자 정덕희 작가님,행복충전기인 김학래, 전원주, 엄용수선배들과 만나서 추억의 시간을 보내면서 소중한 책도 선물받았다.
'시와 음악의 만남'이라는 콘서트에서는 시낭송 우수상으로 시장상을 받아안았는데 비록 대상은 아니지만 50대의 중국아줌마가 한국에서 받은 첫 상장으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 지역의 시장님, 국회위원, 시청주요공무원들, 사회 각 단체단체장들과 마음을 담소하고 소통하는 인연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시민자치대학' 수료생으로 다니면서 당당한 한국의 한 시민으로 즐거운 여가생활을 보내고 있다.
한국에서 살고있는 중국동포라는 이 작은 삶의 바다에서 꿈틀거리며 모지름을 쓰고 무수한 물보라를 일으키는 파도처럼 나의 작은 몸짓 하나, 손짓 하나, 말 한마디에도 내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고있다는 그 마음으로 항상 행복에 젖어있다.
시장님과는 한도시에서 7년을 근무했으니 '명예시민증'을 요구하는 어리광도 피우고 ,완벽하고 친절한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신문에소개된 나의 칭찬에 잠을 못이루고, 기초수급자가 선물한 홍삼사탕에 온세상을가진 듯이 감격하고, 지역신문 기자가 열심히 살아가는 중국동포라며 취재요청을 할 때에는 행복에 취해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
'대통령'은 아니지만 '대통령'과 같은 넚고 품위 있는 마음으로 모든 손님을 배려하고, 중국동포 대표는 아니지만 동포 의미지를 높이려고 조그마한 힘을 보태고, 식당의 사장님은 아니지만 사장님과 똑같은 마음으로 사랑을 받는 사람보다 사랑을 주는 사람으로 되려고 모지름을 쓰고 있다.
한국에 정착한지 7년세월, 한국에서 잠시 머무는 이 작은 역에서 인생의 제일 크고 높은 선인 행복과 동행하면서, 자신을 성숙시키고 완미하고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려고 다짐한다.
이 7년동안 더욱더 성숙된 인간으로 키워주고 삶의 희노애락을 깨우쳐주고 마음껏 일하고, 일할 수 있는 즐거운 일터를 마련해주고 부자꿈까지 이루게 한 중국과 한국 두나라의 정부정책에 감사함으로,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 감사한 인연마다 감격하고, 감동하고, 배려하고, 보듬으면서 하루하루를 사랑으로 시작하고, 사랑으로 살고,사랑으로 베풀면서 한국에서의 남은 체류기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싶다.
한국에 체류하는 매 하루가 좋은날이고, 행복하고, 소중한 날이라고 생각하면서 매일매일이 축제이고 이벤트 하듯이 프로젝트를 쓰고 있다.
또 혈육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4대보험까지 가입시켜 주신 직장 사장님께 감사하고 7년전 전세보증금그대로 가족처럼 살아가는 나의 전세집주인님과 네명의 할머니 경호원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싶다.
황홀하고 번화한 서울이 유혹해도 나의 직장과 두터운 인연을 맺은 손님들과 헤여질 수가 없어서 이사가지 못하고 아파트와 원룸이 손짓해도 딸처럼 의지하면서 믿고 살아가는 80대 할머니들을 차마 뿌리칠 수 없어서 아직도 좁고 불편한 단칸방에서 살고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할 ' 안' 매력넘치는 황홀한 '성', 그리고 그것을 나에게 맞추니 안성맞춤의 도시인 안성을 나는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르며 어머니의 고향처럼 사랑한다.
안성에서 살고있는 중국계 외국인 2900여 명중의 한사람으로 더 사랑해야 할 나의 이웃들과 더 나누어야할 이야기들을 마음껏 나누면서 마음이 피우는 꽃인 나의 활짝핀 웃음꽃을 모든 인연에게 선물하는 웃음배달부가 되고 싶다.
나의 '청와대'에서 '대통령'생활을 끝내는 그날까지 사람들가슴속에서 보석처럼 소중하고 반짝반짝 빛 뿌리는 "중국아줌마"로 살아갈 것이다.
고송숙 프로필
1962년 도문시에서 출생
연변 작가협회회원
재한동포 문인협회회원 시분과 부부장
현대가정신문 특약기자
수필 '봄과 가을' 연변 TV공모 금상수상
연변일보 (평강컵)공모 1등상 수상
소설 '백송이의 노란 장미꽃', 수필 '아버지의 꿈'
시 '13월의 사랑' 등 30여편 발표
현재 한국 체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