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우 수필 연재 22]시어머니와 며느리-오해와 이해
[서울=동북아신문]어느 시어머니가 출가한 딸네 집을 방문하려고 집을 나섰다.
그러자, 배웅을 하던 며느리가 이렇게 말을 하였다.
“어머님. 이틀 밤이나 사흘 밤만 주무시고 바로 오시지요.”
신을 신던 시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좀 언짢아졌다.
며느리가 들어온 뒤 처음으로 자고 올 길을 나설 때에도 며느리가 그렇게 말하였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몇 차례 반복이 되었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무심히 넘겨들었던 며느리의 말이 오늘은 시어머니에 대한 며느리의 간섭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이 들자, 시어머니는 화가 살살 피어올랐다.
‘건방지게스리…….’
마음이 상한 시어머니는 신을 신고 일어나서는 며느리의 얼굴을 빠안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어딜 갈 적마다 꼭 몇 일 밤만 자고 오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러자 며느리는 가만가만 이렇게 대답하였다.
“어머님께서 계시지 않는 동안 저희들은 마음대로 지내게 되고,
그게 오래 계속되면 도리어 편하게 느껴지게 되어서
어머님을 모심에 행여 마음이 달라질까 해서입니다.
그래서, 몇 일만 묵고 오시라고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순간, 시어머니는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이렇게 현명한 며느리를 내가 몰라보다니…….’
시어머니는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이렇게 변명처럼 말을 하였다.
“그래. 그 말이 옳다.
그리고, 너무 오래 있으면 그 애들도 부담스러울 수가 있겠지.”
시어머니는 허둥대며 집을 나섰다. 그러면서,
‘며느리 하나는 참 훌륭한 아이가 들어왔구나.’
하고.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맞아. 사람이란 아쉬울 때 헤어질 줄을 알아야지.
그래야만 언제나 보고 싶게 되고, 또 반가울 수가 있는 것이지.’☺
申 吉 雨 본명 신경철,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종합문학지〈문학의강〉발행인 겸 문인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