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련희 체험담]옥탑 방 동거

2014-01-25     [편집]본지 기자

[서울=동북아신문] 나와 친구 그리고 후배 셋이 옥탑 방에서 세를 맡고 산 것이 어느 덧 반년이 지났다.

나와 친구가 한방에서 지내고 다른 한방에는 후배가 살고 있다. 나와 친구는 50대이고 후배는 40대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생활습관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다.

휴무 날이면 나는 반나절은 늘어져 자고 반나절은 pc방에서 보내지만 후배는 밀린 빨래를 하거나 친구들과 만난다. 하지만 친구는 하루도 쉬지 않고 파출로 돈을 번다.

셋의 월급과 출퇴근 시간도 다르다. 나는 한 달에 160만원, 후배는 170만원, 친구는 190만원인데 나는 주방보조, 후배는 홀 써빙, 친구는 주방장이다.

셋이 출퇴근시간이 다르다 보니 시끄러운 점도 있다. 나는 출근시간이 오전 9시, 후배는 9시 반, 친구는 오후 1시다. 자연히 마지막 사람의 퇴근시간이 12시가 다 된다.

제일 추운 달에는 가스요금이 18만원이나 나와서 셋이 긴급대책모임을 가지고 추운 날에는 온밤 가스를 돌리고, 좀 괜찮은 날에는 퇴근해서 몇 시간만 가스를 돌린 후에 끄고 취침하기로 했다.

가스요금을 절약하려고 난방을 끄는 바람에 너무 추워서 한밤중에 깨어나 덧양말을 껴 신은 적도 있었고 후배는 전기담요가 망가졌는데 한밤중이라 우리 방에 건너와 난방을 켤 수도 없고 해서 추위에 떨다가 감기몸살로 앓은 적도 있다.

돈 쓰는 스타일도 다르다. 후배는 급여를 통장으로 넣고 필요한 생활필수품만 사지만 나는 아들애의 옷을 사서 중국에 보내주고 친구는 아들애와 딸애의 옷을 계절마다 사서 보내준다. 셋 집에서의 경제장부는 친구가 도맡았고, 결제는 내 통장으로 한다. 나는 저금통장과 카드도 여러 개를 사용하지만 친구와 후배는 통장과 현금만 고집한다.

처음에는 샤워를 자주 하거나 빨래를 자주 해서 가스요금이 많이 나온다고 서로 불만도 있었고 마찰도 생겼지만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알게 되었다.

친구가 먼저 설날에 양말 세 컬레와치솔 세 개를 사서 함께 나누었고 연인 절에는 내가 덧양말을 세 개 사왔고 3.8부녀절에는 후배가 두유음료를 세 박스를 사다가 우리한테 보답하기도 했다. 후배와 친구가 저녁을 잘 챙겨먹지 못할 때는 내가 부침개나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 그들에게 주군 한다. 처음에는 먹을 것을 서로 감추던 것이 지금은 비싼 과일을 사오더라도 한 두 개 씩은 나누어 먹는다. 냉장고의 음식도 숨김없이 서로 나누어 먹고 몸이 아프면 중국에서 가져온 약을 주기도 한다. 구정에는 친구가 밤늦게까지 물만두를 빚어서 12시 종소리가 울릴 때 셋이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한다. 힘든 이국생활에서 우리의 동거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우리 셋은 오늘 가게에 손님이 얼마나 많았는지 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시작으로 직장에서 있었던 일로 새벽까지 수다를 떨기도 한다. 사장이 음식에 쓸 재료인 빠나나를 사왔는데 직원 들이 먹을 가 싶어서 변질해서 색이 검게 된걸 다섯 송이만 사왔다고 내가 사장을 욕했더니 후배는 자기네 사장은 언니가 식당에 찾아와서 곰탕을 포장해가는데 자기가 더 줄 가봐 주방에 까지 따라왔었다고 푸념했다. 그러자 친구는 자기네 사장어머니는 고향에서 가져온 곶감을 집에 가서 나누어 먹으라고 자기한테 푸짐하게 주었다며 자랑했다. 후배는 거의 매일 소학교에 다니는 아들한테 전화를 하고 연구생공부를 하는 친구의 딸애는 일주일에 몇 번은 엄마한테 전화로 아픈 곳이 없는 가고 묻지만 나는 한 달에 한번 꼴로 아들한테 전화를 해서 돈을 아껴 쓰라고 잔소리를 한다.

우리 세 집에 유일하게 드나드는 남자는 주인집아저씨다. 한국에 나와있는 여자들이 남자들한테 기대서 사는 여자들도 있지만 우리 셋은 못난 생김새를 가졌거나 부실한 편도 아니지만, 왠지 남자한테는 흥미가 없다. 한국에 오래 있었다는 한 남자가 우리가 사는 꼴을 보고 두 여자를 정배 보내라고 했다. 무슨 뜻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 하자 그가 해석하는 것이 남자들이 세까지 맡아놓고 여자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하필 이렇게 궁상 떨고 사느냐고 하면서, 애인이나 하나씩 꿰차라는 것 이었다. 그래도 우리 셋은 남자보다도 돈이 더 좋은 것 같다.

우리에게 단 하나의 공통어는, 우리가 한국에서 이렇게 사는 것이 어디 사람꼴 인가고 빨리 돈 벌고 집에 가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6월이 되면 후배와 친구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구실이 없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나는, 그때가 되면 저 멀리 떠다니는 구름 한 쪼각 손에 들고 옥탑 방에서 홀로 서성일 것이다. 인생이 참으로 감개무량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