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단상] 예측 불허와 불허 예측

2013-12-19     [편집]본지 기자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연변/평양과기대 대외부총장

지난 12월 12일부터 15일 사이에 와이프와 함께 중국 북경, 상해를 다녀왔다. 이번 출장 중에 중국 지도급 인사와 조선족 학자들, 한국 기업인 등을 만나 한중간 현안과 남북문제에 대해 함께 고심했으며, 특히 13일 중국에서 접한 장성택 처형 사건을 통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한 바가 많아 이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3박 4일 간의 중국여행 스케치

먼저 12일 북경 수도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하북성 탕산(唐山)시로 이동해 퉁다(通達)그룹의 친잉(秦英)회장(지난 10월 30일 본 연구재단에서 시상한 제6회 동북아국제협력상 수상자) 일행과 미팅을 가졌다. 퉁다그룹이 탕산시 풍남구에 건설 중인 한류타운 조성 현장(‘韓國城’ 프로젝트)을 방문하여 공사 진행 과정을 둘러보고 여기에 한국식 병원, 백화점, 대형마트, 쇼핑몰, 영화관, 오피스텔 등을 입주시켜 ‘중국 내 작은 한국’을 만드는 일을 컨설팅 하기 위해서이다.

이 지역(탕산)은 인구 700만 도시로 북경과 천진을 잇는 삼각형 꼭지점의 한 도시이며, 진황도(秦皇島)와 연결된 고속도로 및 고속철의 중간 위치에 자리잡고 있고, 특히 발해만의 주요 거점도시로서 중국 15대 물류 도시 가운데 한 곳이다. 또한 탕산강철, 수도강철, 국풍강철 등 제철소가 밀집한 중국 최대 제철단지가 조성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연간 철강량만 해도 미국 전역의 철강 생산량과 맞먹는 정도의 대규모 중공업도시이다.

여기에 세워질 ‘한국성 프로젝트’ 건설 현장을 시찰하고 친잉 회장과 탕산시 관계자들을 만나 한류 문화를 바탕으로 한중간 교류협력 사업과 도시환경 개선을 위한 신기술(플라즈마를 이용한 CO₂분리기술) 도입에 관해 협의하였다.

다음날 13일에는 북경으로 돌아와 한국인 집거지로 유명한 왕징(望京)에서 북경시 정치협상 상무위원 가운데 한 분을 만나 오찬을 나누며 북한 정세에 대해 대화를 가졌다. 장성택 처형 소식은 탕산에서 북경으로 돌아오는 고속도로상에서 한국에서 보내준 뉴스속보로 듣게 되었는데, 주로 이 사건에 대한 중국 측의 반응과 사후 대책에 관한 논의였다. 결론적으로 현재 중국은 북한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지도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북한 문제를 다루고 대응방안을 도출해 내려고 고심하고 있다는 중국 지도층의 의사를 확인한 중요한 자리였다.

장시간의 오찬을 마친 다음 북경시 서북쪽에 위치한 중앙민족대학 부근에 있는 중협(中協)호텔로 이동하여 체크인했다. 원래 이번 출장의 주된 목적은 본인의 박사학위 지도교수이셨던 황유복 교수님의 고희(古稀)기념 출판회를 주관하기 위해서였다. 저녁 만찬 때는 이를 위해 중국 각 지방에서 모여든 조선족 기자들, 그리고 한국인 주재원 및 유학생 대표들 십여명이 함께 자리를 하게 되었다. 이 자리 대화의 주된 초점도 물론 장성택 시건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가운데 특히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이끌었던 장성택 처형 이후 북중 경제협력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 될 것인가 하는 부분이 주된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부분에서 조선족 사회가 경각심을 갖고 매체역할을 증대시켜야 할 것이라는 점이 부각되었고, 또한 한국 기업인, 주재원, 유학생 등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이 중국을 더욱 심층 깊이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북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 제고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나눈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북경에 도착한 사흘째인 14일(토) 오전 중에 중협호텔 세미나홀에서 남계(南溪) 황유복 교수님의 고희기념 출판회를 거행하였다. 본인은 황유복 교수님의 호를 따라 이름한 남계(南溪)동문회(황유복 교수의 제자들 50여명으로 구성된 동문회 모임)의 회장 자격으로 기념사를 한 후 43년간에 걸쳐 수행해 온 황유복 교수님의 학문적 성과와 실천적 대외활동 자료를 총람형태로 발간한 2권의 책(‘走向知與行之路’)을 헌정하였다. 이 출판회에는 조선족 사회 지도자들 뿐만 아니라 한족 및 소수민족 고위급 인사들과 대학 영도들도 여러명 참석했고, 특히 각계 분야에서 중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자, 언론인, 기업인, 친지들이 80여명 가까이 모여 황유복 교수의 업적을 기리고 축하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중국 내 소수민족 간의 소통과 한민족 동질성 회복이라는 두가지 명제가 함께 어울어진 ‘학문과 실천에 이르는 길’의 출판기념회였다.

이날 출판기념회를 마친 후 오후 비행기로 상해로 이동하여 ‘상해인애(仁愛)병원’에서 주최한 만찬에 참석한 다음 황포강 크루즈를 타고 야경을 구경했다. 그리고 다음날 마지막날인 15일에는 한중합작 의료협력프로젝트 협약식을 가졌다. 상해인애병원의 모기업인 박애(博愛)그룹은 산하 8개 지역으로 구분하여 중국 내 200여개 병원을 투자 운영하는 전문의료법인 기업집단이다. 이 상해인애병원에서 한국부(部)를 신설하여 한국 병원 4곳(참포도나무병원, 한양대의과대학병원, 서울병원, 드림성형외과)과 의료기술협력, 의료관광, 의학 인재양성에 관한 전반적인 의료분야 한중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협약식을 가졌다. 이 협약식에 본인은 참포도나무병원 이사장 자격으로 참석하였는데, 이러한 한중간 의료분야 협력사업이 가능한 배경에는 ‘21세기한중교류협회’ 김한규 이사장(전 총무처 장관, 13,14,17대 국회의원)님의 리더십과 박몽용 화남그룹 회장(전 새마을경북협회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및 상해거주 조선족 크리스찬기업인(CBMC)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결속되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민간차원에서 진행된 소규모의 의료협력사업이지만 이 일은 21세기 한국과 중국 간 의료 협력의 새로운 장(場)을 구축하는 주춧돌이 될 만한 일이라고 본다.

이 협약식에서 본인은 참포도나무병원의 홍보대사로 계시는 차범근, 차두리 부자를 이 곳 상해시로 초청하여 상해올림픽축구장에서 관전평과 함께 사인회를 개최하여 한중 스포츠 외교와 의료분야 협력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추진해 보겠다고 제안하여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 참고로 협약식 후 오찬장에서 김한규 이사장께서 아들이신 에이브러햄 김을 소개하셨는데, 알고보니 이 분은 미국의 한반도 관련 싱크탱크인 맨스필드재단 소장직을 맡고 계신 국내외에서 잘 알려진 동아시아 전문가이다.)

이렇게 3박 4일 간의 중국 출장을 마치고 15일 오후 늦게 서울로 돌아왔다.

2. 예측 불허의 북한 정세

짧은 일정이었지만 중국에서 경제, 교육, 문화, 의료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협력하고 교류하는 현장에 있어보니 한중 간의 민간 교류협력이 앞으로 한중 간 공공외교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일이 될 것인가에 대해 다시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접하게 된 북한 장성택 처형 소식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긴급히 대처해야 한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협력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을 갖도록 만들었다.

주지하다시피 ‘장성택 사건’은 지난 12월 초부터 실각설이 돌더니 불과 몇일 만에 공개 체포, 단심 재판, 즉각 처형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절대적 신임 속에 김정은 후계과정을 총괄하는 후견인 역할을 맡으며 2인자로 떠올랐고, 사실상 장성택·김경희의 섭정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장성택이기에 이번 사건에 대한 충격이 실로 크다.

이번 사건은 엄밀한 의미에서 독재체제 내(內) 권력투쟁을 집약한 사건이라 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일종의 역(逆) 쿠테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정은 1인지도체제를 옹립하는 직속 측근 세력들이 ‘1번 동지 노릇, 국가전복 음모’등으로 장성택 숙청 명분을 내세웠지만 반대 세력의 말살을 통해 가공할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대중의 무조건적 복종을 끌어내려는 ‘공포정치’의 전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를 통해 김정은의 직속 측근 세력들이 그동안 장성택이 누려왔던 2인자로서의 권력을 대체하는 세력권(대표적 실력자 : 최용해 총정치국장)을 이루게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진단한 바와 같이 장성택 숙청은 외부 충격보다 내부 파괴력이 훨씬 큰 만큼 상당기간 북한 정세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체제 안정을 위해 대규모 추가 숙청 작업이 본격화 될 것이 뻔하며, 이때 내부 질서에 심각한 동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틈타 북한 내부의 체제 결속을 강화하려는 차원에서 4차 핵실험 등으로 역내 안보 상황을 크게 흔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김정은 등장 초기에는 어렸을 때 외국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전 지도자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등 기대감도 갖게 했지만 지난 2년간 확인했듯이 김정은은 이전 북한의 지도자들보다 더 예측이 불가하고 위험한 듯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전 세계적으로 김정은을 ‘정상적인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북한 내부의 일’이라며 구체적 논평을 거부했지만 상황을 계속 주시하겠다고 밝히며 북중 경협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심하는 눈치이다. 그리고 그동안 대북 문제에 관해 ‘전략적 인내’로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던 미국은 “김정은 정권의 힘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극단적 잔인함을 보여준 것이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앞으로 강경한 대북 정책을 내놓을 뜻을 비쳤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동안보’라는 인식 하에 실제로 중국과 미국 간 공조를 통하여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는 공통된 입장을 견지해 나갈 것임을 협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예측 불허의 북한 정세를 관찰하고 대비하는 각 국가들간의 대응전략은 어떤 것일까?

3. 허용할 수 없는 다섯가지 위기항목의 예측

김정은 체제가 가지고 있는 불안정성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당장 눈 앞에 벌어지는 북한의 정세 변화에 단면적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다시말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를 위해 총체적인 관점에서 다시 한번 최근의 국제관계를 꼼꼼히 따져보고, 그런 가운데 결단코 허용해서는 안될만한 몇 가지 위기항목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3.1 한-중 간

한중 관계에 틈이 벌어지면 안된다.
북중 관계에서 접점역할을 했던 장성택의 숙청으로 북중 간 경제협력을 포함해 대외 경제 개방 정책에도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국은 북한 문제 대응에 있어서 한국과의 협력을 중요시 할 것이다. 이러한 때 한국과 중국간 긴밀한 관계 유지가 필수적이다. 특히 지도부 간의 즉각적이고 심층 깊은 대화가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하다.

올해 들어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9개월 동안 시진핑 주석과 무려 3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것만 봐도 한중 관계는 친밀하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치중하는 비대칭적 관계(코리안 패러독스)를 보이면서도 박근혜 정부는 균형외교적 태도로 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방공식별구역 문제와 미국 주도의 TPP 참여 뜻을 밝히면서 훈풍이 불던 한중 관계에 미묘한 기류가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 돌발한 친중파 장성택의 제거는 (북한을 대상으로) 한중 간에 어떤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양국 간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모색해야 하는 시험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시말해 중국과 지속적이고 긴밀한 대화를 통해 장성택 처형 이후 대두될 김정은 1인지도체제의 경직성과 군사도발에 대비하여 양국이 공통된 인식을 갖고 각종 현안을 합리적으로 해소 할 방안을 모색하는 등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 발전시키는 외교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본다.

3.2 한-미 간

한미 동맹의 취약점을 노출해서는 안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투트랙 전략을 벌이고 있는 한국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양국 간 동맹에 공백이 생기는 취약점에 노출되면 안된다.

12월 초 박근혜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의 접견 자리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한미동맹은 지난 60년간 가장 밀접한 동맹으로서 아태지역의 안전과 번영을 위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중국과 힘겨루기가 격화되면서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는 한국에게는 특단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최근 미국은 아시아 중시 전략(Pivot to Asia)에 한국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꾸준히 내비치고 있고 중국과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한국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어느 한편에 일방적으로 편을 들다가는 미국, 중국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위험을 자초하게 되며, 나아가 극단적인 경우 두 나라 모두 등을 돌리는 사태가 발생하여 그동안 유지해왔던 경협 및 동맹관계에 금이 가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을테니 섣불리 판단할 일도 아니다.

그러므로 중국을 의식하는 만큼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포괄적 전략 동맹의 심화발전 방안을 고민해야할 것이다. 특히 북핵 및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그간 확고히 유지되어 온 한미 간 공조를 보다 치밀하게 지켜가면서 전작권 이행, TPP 참여 등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야 할 것이다.

3.3 한-일 간

냉각된 한일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일 간 협력의 끈을 놔서는 안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잇단 우경화 발언과 집단 자위권 문제로 한일 간에 아직 아물지 않은 과거사, 영토분쟁 등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보란듯이 ‘적극적 평화주의’를 외치며 국제분쟁에 적극 개입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로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역내 갈등을 빚는 동시에 한국과도 끊임없는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여러모로 복잡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협력을 이어갈 필요성이 매우 크다. 지정학적으로 미중 간 균형자 역할을 할 만한 우리가 남북한 문제 및 동북아 역내 갈등에 대비하려면 한일 관계 개선은 필수적이며 무엇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당사국인 일본의 협조는 불가결한 요소다. 특히 인질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북한 경제개발에 참여하는 등 북·일 간 정상화의 물꼬를 트는 일에 한국이 중재역할을 할 필요가 증대되고 있는 이때, 한일 간 군사협력 및 외교안보협력의 진전이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아베정권과 새로운 각도에서 교류 협력의 끈을 놓쳐서는 안된다.

3.4 남-북 간

남북 간 대화와 교류가 단절되어서는 안된다.
장성택 숙청으로 김정은 1인지배체제의 모양은 갖추었지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과 같이 사실 북한 내부적으로 볼 때 권력 기반의 취약점이 노출되고 있는 불안정 국면인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체제 안정화 과정에서 대남 도발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남북간 관계 유지를 위해 더 많은 대화와 교류 협력의 채널을 마련해야 하겠다.

북중경협을 이끌었던 장성택 처형으로 대외경제 개방 정책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변화가 예상되지만, 남북 경제협력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봉주 내각총리를 위시한 핵심 경제라인이 건재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더군다나 장성택 처형 당일인 12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공동위원회 4차 회의를 열자고 먼저 제안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점은 앞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 대화에 상당한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하겠다.

이렇듯 북한 국내 사정이 일정 수준으로 수습되고 나면, 즉 2014년 새해에 들어서게 되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불러내 긴장 해소 방안을 적극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산가족상봉 재개 및 취약계층을 위한 지속가능한 인도적 지원 대책이라던가 북한이 발표한 14개지구 경제개발특구 사업에 대한 국제공조형 개발협력에 필요한 인프라 건설(나진-핫산 간 철도사업 등)에 대해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새로운 긴장완화 대책이 될 만하다. 개성공단의 협력 사례를 성공모델로 삼아 남북 간 다른 현안에도 공통 적용, 대응해 나가는 생산적인 소통의 장을 확대하는 일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남북한 긴장완화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통일정책에 이바지하는 국가전략이 되리라 본다.

3.5 남-남 간

마지막 다섯 번째로 허용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남남 간 갈등이다.
한반도 긴장의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으며 또한 동북아 역내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이때 무엇보다 국민의 합심과 단결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때 국회에서는 여야간에 집단이기주의적인 정쟁(政爭) 일색이고, 또 국내외 친북·종북 세력과 보수 시민단체 간의 갈등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으며, 심지어는 종교단체까지 집단적으로 사회적 물의와 갈등을 촉발시키는 등 사회불안 요인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우리 내부의 갈등은 사회체제를 약화시키는 취약점이 되어 국론 분열과 국가 위기를 자초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안으로는 분단국가로서 북한의 기습적인 대남 도발에 대한 상시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하고, 밖으로는 미중 간, 중일 간 넛 크레커 신세로 빠져들지 않도록 재치있고 균형있는 외교력을 펼쳐야 하는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는 이때 우리끼리 내부에서 갈등으로 위기를 가중 시킨다면, 장차 이 나라의 운명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지금 이때가 위기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말해 1인지도체제를 완성한 북한과의 교류 협력에 새로운 소통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상대방(북한)의 국가적 니즈(Needs) 즉 경제개발에 대한 욕구와 요청을 따라 들어가며 보다 공격적이고 생산적인 국제공조형 개발협력(중국·러시아 접경국가들과의 초국가적 지역개발, 미국·일본과의 집단안보협력 및 TPP 참여기반 확대, 미국·중국 간 공동안보 인식과 경제공동체적 협력방식의 국제공조시스템 강화 등)을 추진함으로써 종전에 있었던 소극적인 차원의 상대주의적 접근 방식보다 좀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자세로서의 선명한 대북 협상방안을 구축하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이러한 대안적 전략을 통해 한반도 통일 환경을 일신하고 동북아 역내 국가들 간의 갈등 조정자로서 평화 협력 분위기를 만드는데 앞장서 갈 수 있다면 이는 한국과 한반도 통일 역사 진전에 새로운 창의적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역발상적 기회를 우리 내부의 갈등과 상투적 대책으로 무산시키거나 상실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예측 불허의 북한 정세’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가운데 허용해서는 안 될 몇 가지 대내외적 틈새와 취약점을 잘 보완해 나감으로써 한반도 통일에 관련된 대국(大局)게임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선제적으로 이끌어 가는 국가전략과 리더십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라고 본다.

지난 16일 안보장관회의를 통해 결의한 NSC상시체제를 기제(機制)로 하여 미국, 중국과 더욱 긴밀히 대화하고 공조하는 외교안보태세를 갖추게 되기를 바라며, 차제에 이러한 국가 지도부의 결단과 외교력을 바탕으로 인도주의적 동포애와 지속가능한 개발협력 지원대책을 무기로 삼아 1인지도체제의 양면성(대외 강경노선, 대내 취약한 경제 기반)을 파고드는 창의적, 역발상적 대안의 길을 열어가는 신(新) 대북 전략이 수립되기를 제안하고 싶다.

2013년 12월 18일
(사)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이승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