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저(白猪)와 맹목(盲目)

[신길우 신형수필]

2013-12-15     [편집]본지 기자

[서울=동북아신문]어떤 사람이 ‘적벽부’보다 ‘동파육(東坡肉)’이 더 유명하다고 했다.
그러자 소동파가 이렇게 말했다.

요동의 한 농가에 흰 돼지가 태어났어요.
농부는 신기해서 왕에게 바치려고 서울로 몰고 갔지요.
그런데 북경에 도착해 보니, 집집마다 흰 돼지를 키우더라오.
그래서 식견이 얕은 사람을 ‘백저(白猪, 흰돼지)’라 부르게 되었소.

소동파는 또 이런 이야기도 하였다.
내가 기산(岐山)에서 살 때입니다.
하양(河陽)의 돼지고기가 맛이 좋다는 소문을 들었소.
그래서 두어 마리를 가져오게 했지요.
그런데, 하인이 몰고 오다가 그만 잃고 말았소.
하인은 다른 돼지를 구해 와 요리로 내놓았지요.
“돼지고기는 하양의 것이 최고야.”
“역시 맛은 하양 돼지야.”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모두들 칭찬을 했지요.
그런데 동네 사람들이 돼지를 끌고 왔어요.
달아났던 하양 돼지를 붙들어 온 것이지요.
식탁의 돼지고기가 하양의 것이 아닌 게 밝혀졌지요.
그래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것을 ‘맹목’이라 하게 됐다오.

제 눈에 특이하면 다 신기하게 여기는 ‘백저’도 문제이지만
이름만 나면 뭣도 모르고 떠벌이는 ‘맹목’이 어찌 그때뿐이랴.
모르는 다중(多衆)보다 아는 소수(少數)가 중요하다.
다수가 즐기는 동파육(東坡肉)보다

적벽부(赤壁賦)를 변호한 소동파의 뜻을 살필 일이다.

 申吉雨 수필가, 국어학자, 문학박사/ 종합문학지 <문학의강> 발행인 겸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