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과 동포, 좋은 경험 나눠 한발 한발 다가갔으면”

[인터뷰]한국방송통신대 조남철 총장

2013-12-09     강성봉 기자

[서울=동북아신문]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조남철 총장은 동북아평화연대 공동대표, 재외동포포럼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동포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표현해 온 분이다. 그는 방송통신대 평교수 시절인 90년대부터 연변 등 중국동포 학생들에게 20년 이상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중국동포들을 위해 애써왔다. 뿐만 아니라 도서관건립 등 조선족학교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는 2000년 초반부터 최근까지 수차례 중국동포 사회를 답사하고 ‘연변문학’ ‘장백산’ ‘도라지’ 등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중국동포 잡지사를 도왔다.

조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 중 “백두산을 28번 다녀왔다” 밝히기도 했는데 이 말속에 그가 얼마나 중국동포들을 사랑하는지, 한민족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담겨 있었다.

2010년 10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으로 선임돼 4년 임기 중 3년여를 마치고, 불과 1년 남짓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조남철 총장을 12월5일 총장 집무실에서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 남은 과제에 대해 들었다.<편집자>

어느덧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았다. 총장을 맡은 이후 이룬 가장 큰 업적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우리 사회는 학력 인플레 현상이 매우 크다. 지금은 좀 낮아지긴 했지만 한 때 대학 진학률이 85%까지 이른 적이 있을 정도다. 그 결과 학력과 직업의 불일치라는 현상이 나타나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정부도 관심을 가지고 마이스터고등학교, 특성화고등학교 등 실업계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선취업 후진학’이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이 제도를 실시했는데 방송통신대학교가 이 제도를 주도하고 있다. 이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 이 제도를 위해 정부로부터 지원된 올해 예산이 78억 5,000만원이었다.”

총장을 맡으면서 북한 이탈 주민인 새터민, 재외동포, 다문화가정처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겠다 하셨는데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나?

“몇 가지 성과도 있었지만 많이 부족하다. 먼저 통일부로부터 통일교육기관으로 지정돼 탈북자들이 대학을 진학할 경우 대학 적응교육프로그램으로 예비대학과정을 개설해 3년째 운영하고 있다. 또 정부에 ‘언제 어떻게 통일될지 모르는데 통일이 된 이후 달라진 제도에서 살던 북한 주민들을 위한 적응교육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제안을 해서 통일을 대비한 교육프로그램을 통일부와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을 위해서는 방송통신대 TV프로그램으로 ‘한국愛 산다’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국가정책이 여러 부처에 퍼져 있어 구심점이 없고 겹치는 부분이 많아 어려움이 많다. 관심 갖고 풀어야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재외동포들을 위해서는 원래 내년 봄학기에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학생을 뽑으려 했다. 인터넷으로 학생을 모집하고 시험도 인터넷으로 보고 일정 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학위도 수여하려고 했는데 약간의 미비점이 발견되고, 중국이 학기가 9월에 시작되는 점을 고려해 내년 가을로 개강 시기를 미뤘다.

또 우리 대학이 유럽의 개방대학(Open University)들과 함께 ‘무제한적인 참가와 무제한적인 접근을 목표로 하는 온라인 강의인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에 참가하고 있다. 아직 학점을 취득하거나 학위를 부여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들이 자유롭게 우리 대학이 제공하는 강의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중국동포를 포함한 재외동포들이 방송통신대학에 많이 재학하고, 졸업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략 어느 정도 규모이고 중국동포들이 방송통신대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현재 중국동포 재학생 수는 230여명으로 알고 있다. 주로 중문과에 많이 재학하고, 국문과나 다른 과에도 많이 재학하고 있다. 졸업생 수는 몇 배는 더 많다고 본다. 중국동포들은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어 우리 학교가 크게 유리하다. 특히 동포들을 위해 좋은 점은 등록금이 싸고 장학금을 많이 준다는 것이다.”

중국동포 학생들에게 20년 이상 장학금을 지원하고, 조선족학교에 도서관을 만들어주는 등 동포들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해 오셨다. 중국동포들을 돕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동포들을 어떻게 도와왔나?

“1990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연길공항에 내리는 순간 한글로 씌어 있는 공항 간판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연길거리의 간판들도 한글이 위에 적혀 있고 그 아래 한자가 적혀 있었다. ‘조선족 동포들이 우리말 우리글 우리문화를 지키고 있구나’ 하고 감동했다.

게다가 나의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가 ‘1930년대 우리나라 농민소설’이다. 그 시기의 소설의 많은 배경이 만주다. 만주는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의미한 공간이다. 평소에 만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중국을 방문하고서는 ‘그 동안 너무 잊고 살았구나’ 반성을 많이 했다. 청산리 전투나 봉오동 전투 같은 우리 민족 독립운동의 현장이 만주 아닌가? 내게는 만주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다.

그런데 개혁개방 이후 능력 있는 아이들이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아이들을 돕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

또 동포들의 문학잡지가 생겼다 없어지고 생겼다 없어지곤 하는데 꾸준히 발간되던 ‘도라지’라는 문학지가 2004년, 2005년 많이 어렵다는 얘길 들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얘길 해서 1년에 1,000만원씩 몇 차례 도와줬다. 지금은 시에서 관심을 가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독서르네상스운동 상임대표를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 독서르네상스운동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우리 국민이 책을 너무 안 읽는다. OECD 국가 중에 꼴찌다. 전 세계 200여 나라 중에서 160 몇 등이라는 통계도 있다. 학생들을 교육하는 총장으로서 너무 부끄럽다. 디지털 문화의 발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활자로 책을 보는 것과 디지털 기기로 글을 읽는 것은 너무 다르다. 독서라는 것이 단순히 문장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글 안에 녹아 있는 삶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익히는 것이 아닌가. 독서르네상스운동은 말 그대로 ‘책 읽는 풍토를 다시 조성하자’는 운동이다. 독서 르네상스운동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좀 더 많이 읽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 운동에 참가하게 됐다.”

한국사회에는 이미 60만 가까운 중국동포들이 살고 있다. 중국동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번씩 ‘조글로’에 들어가 본다. 조글로의 댓글을 보면 한국사람과 중국동포의 갈등이 많이 줄어들어 예전보다는 한걸음 더 가까워진 것 같다. 한국사람과 중국동포는 ‘다른 삶의 체계’ 다른 문화환경에서 살아왔다. 그 동안 우리는 같은 민족이지만 낯선 환경에서 만났기 때문에 충돌이 많았다.

나는 백두산에 28번 올랐을 정도로 중국에 여러 번 다녀왔다. 크고 작은 사건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어디가나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다. 다른 생활양식에 익숙해 있는 사람을 만날 땐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쁜 경험은 확대재생산이 된다. 그러나 우리가 나쁜 경험만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좋은 경험을 나눠 서로에게 한발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지도자는 좋은 경험만 나눴으면 좋겠다.

좋은 경험을 서로 나누다 보면 훨씬 가까워 질 수 있다. 중국동포와 한국사람이 한걸음씩 다가가더라도 한국사람이 발걸음의 폭이 더 커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주력할 사업은 무엇이고, 방송통신대학교에 대한 바람은 무엇인가?

“남은 임기동안 선취업 후진학제도를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현지 중국동포를 위한 강의 개설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대학은 다른 대학에 비해 교육을 통해 사회와 만날 수 있는 접촉면이 매우 넓다. 우리대학은 TV, 전국의 지역대학,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교육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다. 이런 기능을 통해 탈북자, 다문화가정, 재외동포 등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역할을 다했으면 좋겠다. 또 우리민족을 위해 더 크게 기여했으면 좋겠다. 그 동안 해온 민족에 대한 봉사를 게속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