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님 뜻 우리가 이어가겠습니다”

재외동포포럼 ‘고 이광규 이사장 추모 좌담회’서 참가자들 다짐

2013-11-27     강성봉 기자

[서울=동북아신문]재외동포포럼(이사장 이형모)이 지난 11월25일 오후 4시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한 ‘고 이광규 이사장 추모 좌담회’에서 참가자들이 “이광규 이사장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다짐했다.

이날 좌담회는 이영희 여사 등 유족이 참석한 가운데 김길남 한국문화국제교류운동본부 대표, 도재영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 임영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김봉섭 재외동포재단 조사연구팀장을 패널로 해서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형모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서 김성곤 국회의원은 “고인께서는 동포사회에 참으로 많은 업적을 남기셨다”며 “앞으로 이사장님께서 하시지 못한 일을 다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이어 이형모 이사장이 고인의 ‘연표와 삶의 족적’을 소개했다. 이 이사장은 “몸은 죽어 우리 곁을 떠났으나, 고인의 뜻과 마음은 남아 우리와 함께 있다”며 “오늘 님을 추모하면서, 유구한 민족의 삶도 돌아보고 앞으로 펼쳐질 재외동포들과 한민족공동체의 미래를 통찰해보는 귀한 시간이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좌담회 첫 발언에 나선 김길남 대표는 “1993년 한인회장대회에서 이 이사장을 처음 만나 ‘은혜’를 받아 제 인생이 바뀌었다”면서 특히 “이 이사장님은 재외한인학회 초대 이사장으로서 재외동포학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생전에 재외동포 전담기구로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 구성과 국회에 재외동포위원회 설치를 간곡히 희망하셨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고인께서는 뉴욕에 계시는 동안 재미동포들의 민족 정체성 유지를 위해 한국어 정규 교과목 채택에 힘쓰셨으며, 한국어를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는 학교 1,000개를 목표로 한국어 보급운동에도 남다른 애착을 갖고 계셨다”고 회상하고, “이 이사장께서는 30만에 이르는 한인 입양아들과 국제결혼 다문화가정, 한국전 참전용사들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계셨다”면서 “2007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직을 마무리하면서 펴낸 ‘못다 이룬 꿈’에서 이 이사장이 못다 이룬 꿈 몇 가지만이라도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도재영 이사장은 “1998년에 민간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에서 처음 만났다”며 “이 이사장은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로 나라를 사랑하고 신의를 중시하는 어른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도 이사장은 “이 이사장님에 대한 여러 기억 중에서도 동북3성 비자사기사건, 러시아 이주 140주년 기념관 건립사업 등이 기억에 남는다”며 “고인께서는 ‘민족의 뿌리를 찾겠다’는 집념이 참으로 강한 분이셨다”고 말을 이어갔다.

도 이사장은 “고인께서는 3년전부터 ‘유라시아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을 비롯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서 ‘이 지역을 살려야 한다’며 이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갈등을 없앨 것인가를 고민하시던 게 생각난다”면서 “국내 노동자로 들어와 살고 있는 중국동포들이 앞으로 70만까지 늘 것이라고 예측하시고, 광주시에서 조례를 제정해 고려인 정착 지원에 획기적인 조치를 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크게 기뻐하신 모습이 기억된다”고 말했다.

임영상 교수는 “2000년 러시아 역사연구에서 고려인 연구로 연구과제를 전환할 당시 이 이사장이 저술한 ‘재소한인연구’를 통해 처음 이사장님을 만났다”고 첫 인연을 소개하고, “살아있는 재외동포백과사전이 돌아가셨다. 그 분의 뜻을 이어갈 수 있을 지가 후학들의 과제”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이사장님께서는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공동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시고, 연로한 이주 1세대 동포들의 삶을 구술 녹취하지 않은 것을 많이 후회하셨다”며, “이 이사장은 재외한인학회 총서 발간과 재외동포백과사전 출간, 재외동포재단에 각 대륙별 전문가 1인씩을 두는 조사연구부 설치를 간절히 원하셨는데, 생전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봉섭 팀장은 “이사장님께서 ‘재단에 오기 전에는 소외된 재외동포들만 만났는데, 재단에 온 후에는 성공한 재외동포들만 만난다’고 하시면서 ‘재외동포 문제를 다루는 사람은 이 둘을 다 봐야한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이사장님께서는 ‘외교는 천문학과 같고, 재외동포문제는 기상학과 같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강조하셨다”며, “정부가 재외동포정책을 대할 때 재외동포 문제가 외교와 달리 하나의 틀로 정립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탄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이 이사장께서 대통령 직속 재외동포위원회를 주장하셨다”고 말하고, “재단 이사장으로 계시면서는 당시 전문위원 신분이었던 본인에게 재단의 역량 강화 방안 마련을 지시하신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장 중심의 재외동포 연구 중요성을 강조하시고, 입양인과 국제결혼여성, 파독광부와 간호사, 고려인들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셨다”고 전했다.

특히 “이사장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회의에 참석, 재외동포학자들을 한국에 모아서 포럼을 개최해 달라”고 현 조규형 이사장에게 당부하신 것을 소개하고, “인정 많고, 유머 많으셨지만, 고독하셨다”고 평가했다.

좌담회 참여자들의 발표가 끝난 뒤, 포럼에 참석한 회원 및 동포단체 관계자들의 회고담이 뒤를 이어 진행됐다.

박갑수 한국문화국제교류운동본부 이사장은 “이광규 선생은 가시지 말아야 할 분인데 가셨다”고 안타까워하면서 “민족을 사랑하고, 한국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선 선생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자 조선족노동자협회장은 “이광규 선생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직접 몸소 도와 주셨다. 진실로 우리들을 위해 싸워 주셨으며, 약속한 일은 꼭 지키셨다”고 말했다.

김태진 한국문화국제교류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 이사장님은 한국문화가 전파될 때 재외동포들이 긍지와 자신감을 가진다고 생각, 한국문화의 보급에 앞장서셨다”며, “실무를 더 열심히 하는 것이 그분의 뜻을 이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석우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본부 이사장은 “칭다오 한글학교에 책보내며 기념식에 재단을 찾아 축사를 부탁하면서 처음으로 이사장님을 뵙게 됐다”면서 “이 이사장님이 축사에서 연해주 동포들의 애틋한 삶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감명받았다. 이 이사장님은 우리 민족이 문화강국으로 가는 기초를 놓으신분”이라고 그 뜻을 기렸다.

홍성완 전 연합뉴스 한민족본부장은 “많은 문제의식을 가졌던 분이다. 후학들에게 남겨진 숙제는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족을 대표해 미망인 이영희 여사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재외동포 연구를 시작하신 분이었기에 많이 외로운 분이셨다”며 “가진 뜻을 못 다 이루고 가셨지만,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행복하셨을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성곤 국회의원, 전영섭 변호사, 박갑수 한국문화국제교류운동본부 이사장, 임채완 전남대 교수, 이효정 세계한인여성협의회 회장, 최경자 중국노동자협회장 등 포럼 회원 약 3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