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고래 남편과의 25년 세월
박연희와 함께 하는 고민상담 이야기 4
[서울=동북아신문] 편지사연
남편이 술만 마시지 않는 날이면 우리집은 절보다도 더 조용합니다. 남편은 술만마시면 360도로 바뀝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25년을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술도 먹는 음식인데 기분좋게 먹고 기분좋게 소화시키면 될 텐데 남편은 아예 술에 목숨을 건 사람입니다.
밤새도록 새벽 두시까지 온갖 굿을 하다가 골아 떨어져 자는것을 보면 또 측은한 마음이 듭니다. 내가 없으면 남편이 매일같이 술로 인해 폐인이 될 것같은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쨌든 참고 살아야하는데 그렇게 살자니 날마다 고통스럽고 그렇다고 헤어 질수도 없고 하루하루 힘든날들만 연속되니 이제 저도 지쳐서 사는게 아무런 의욕이 없습니다.
남편의 제일신조는 여자한테 쥐여서는 못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를 기죽이려고 저한테 행패를 부립니다. 어제밤에도 그러더니 오늘은 하루종일 잠자고 밥 먹고 또 자고 그러기를 반복합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이해를 하려하지 않고 그냥 자기는 무조건 여자에게 잡히면 안되고 큰소리 치고 살아야 자기가 최고인 줄 아는 사람입니다. 나는 아내들이 남편을 죽이는 것에 백 번 이해를 합니다. 법만 없다면 저도 그럴지 모르겠습니다.텔레비전에서 혹은 주위에서 아내에게 기죽어 사는 남자를 보면 자기가 열받는 사람이니 제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예전에는 식칼을 들고 저를 찌르려고 하는 바람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때 칼을 빼앗아 어디에 숨겨놓았는데 한동안 칼을 찾지 못해서 고생한 적도 있습니다.
지나온 일을 다 말하려면 끝도 없습니다. 겨울에는 남편이 술을 마시고 따뜻한 방에 들어 오면 취기가 더 오를까봐 겁 나서 애가 어린데도 난방도 못켜고 추워도 벌벌 떨면서 남편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감기에 걸려 병원 신세도 여러번 졌습니다.
한번은 남편의 마음을 돌려볼 생각으로 남편의 술마신 후의 추태를 동영상에 찍어서 술을 마시지 않은 날 남편한테 조심스레 보여 줬다가 남편이 사진기를 박산낸 후부터는 완전히 나를 죄인 취급을 합니다.
남편이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술을 마시고 들어올까 두렵고 술을 마시지 않은 모습을 보면 술마시고 행패를 하던 모습이 떠오르고 앞날에 대해 근심이 태산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버텨내야 할지? 기분대로라면 자식이고 남편이고 다 버리고 가출하고 싶습니다. 아니면 이혼이라도 할까고 궁리중에 있습니다. 선생님의 조언을 기다립니다.
도문시의 안 여사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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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편지 :
안 여사님:
25년이란 세월동안 술고래 남편과 동고동락한 안여사의 사연을 보고 나니 너무나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술을 마시고 온갖 추태를 다 부리는 이런 남편들을 보면 대부분이 경제상에서 우월하지도 못하고 사회상에서 지위도 높지 못하며 지어 가정에서도 자신의 위치가 없는 남자들입니다. 자신의 약점을 덮어 감추거나 혹은 남한테 가족한테 자신을 좀더 나타내기 위해서 술을 마시고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남편과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의 피해는 이루다 말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제일 상처받는 사람은 아내입니다. 늘 술투정을 받아줘야 되고 해장국을 끓여줘야 되고 지어 매질까지 당하면서도 자식과 가정을 위해 순응하고 인내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이런 술고래 남자들도 능히 치료할수 있습니다. 우선 남편이 술중독인지 아닌지를 진단 받고 만약 옳다면 하루 속이 물리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겸해야 합니다. 만약 남편이 술을 끊으려면 오랜 시일 동안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족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술 중독 환자들이 처음에는 치료를 해서 나아졌지만 다시 반복이 오는 것은 자신의 인내력도 부족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술 중독 치료를 거절한다면 이제는 여사님이 자녀들을 데리고 집을 가출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합니다. 아무리 남편이 불쌍하다 하더라도 남편한테 순종만 하고 그날 그날 넘겨버린다면 남편도 정신차리지 않을 것이며 여사님은 자신과 자녀들의 일생을 대가로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하는데 그런 술고래 아버지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에 집중할 수 있으며 앞으로 사회생활을 잘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가정의 자녀들이 자라면서 부모를 닮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버지의 전철을 밟는 실례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의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행복을 물려주지 못할 망정 이런 대물림을 주어서야 되겠습니까?
남편의 오랜 술주정으로 해서 아내는 이미 정신적으로 무너진 상황입니다. 좀더 시간이 흐른다면 아내가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등 질병에 걸릴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어느 한 순간에 남편을 죽여버릴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옛날 조강지처는 어떤 일이든 참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현시대는 참는것이 미덕이 아닙니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라도 남편을 병원에 보내는 것이 시급한 일정입니다. 오직 이 길만이 남편과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길이며 더 나아가서 당신의 가족을 살릴 수 있습니다.
동포심리 상담사 박연희
이메일 :piaolianji5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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