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기와 쪼개기 외1편

<신길우의 수필 258 / 259>

2013-07-23     [편집]본지 기자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시인 ,   <문학의강>발행인, 회장

                     skc663@hanmail.net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벼 한 자루를 찧으면 쌀 반 자루가 된다.

밤 한 봉지를 까면 알밤 반 봉지가 된다.

그러면 밤 100개를 까면 알밤이 몇 개인가요?“

학생들은 즉각 “50개요” 하고 외쳤다.

선생님은 빙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밤 100개를 까면 알밤도 100개가 되지요.”

그제서야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관습적인 사고방식의 오류를 깨우쳐준 것이다.

 

 

선생님은 이런 문제도 냈다.

“10을 2로 나누면 5가 되지요.

그러면, 8을 2로 나누면 몇인가요?”

학생들은 합창하듯 “4입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외쳤다.

“선생님. 틀렸습니다. 3입니다.

8을 세로로 쪼개면 왼쪽 오른쪽 다 3자가 됩니다.”

학생들이 까르르 웃었다.

그때 다른 학생이 또 말했다.

“가로로 짜르면 0이 됩니다.”

학생들은 또 웃었다.

 

선생은 조용히 학생들에게 말했다.

“8을 숫자로 보면 4가 정답이지요.

하지만 물체로 보면 3도 되고 0도 됩니다.

그래서, 무얼로 보고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합니다.“

사물들을 본 대로 배운 대로만 보지 말고

달리 보고 새롭게 생각할 것을 깨우쳐준 것이다.

 

 

내가 곤충과 물고기들을 잡아보고, 데리고 놀고

벌레들도 일찍부터 징그럽게만 보지 않게 된 것은

초등학교 시절을 시골에서 살아서도 그랬겠지만

그때 그 선생님의 가르침이 많이 영향을 주었다.

 

 대나무와 도토리 나무

 

 도토리나 상수리 같은 나무들은 열매를 땅에 떨군다.

열매는 온도와 습기가 적당하면 바로 싹을 틔운다.

싹은 제법 빠른 속도로 어느 정도 자라고 뿌리도 내린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 이상 자라지 못하고 죽는다.

뿌리도 겨우 활착(活着)한 상태이고

열매의 영양은 다 소비되어 버렸는데

큰 나무들은 잎이 무성해져 온종일 그늘이 지기 때문이다.

어린 나무는 햇빛을 못 받아 광합성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숲을 이룬 곳에서는 도토리나무는 죽고 만다.

 

 

대는 뿌리를 심어도 다음 해에 순이 나지 않는다.

거름을 주어도 싹이 나오지 않는다.

대는 순을 내기 전 뿌리줄기부터 사방으로 뻗는다.

그리고 몇 년 동안 기초를 다지고 영양을 모은다.

4,5년쯤 지나면 늦봄에 죽순이 나오기 시작한다.

한두 군데서가 아니라 여기저기서 경쟁하듯 솟는다.

죽순은 마디 잎집이 떨어지며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40여일에 대나무는 몇 길 높이로 훌쩍 자라 버린다.

뿌리로부터 영양이 집중되어 공급되기 때문이다.

몇 년 모으고 기른 힘을 한 번에 쏟아 붓는 것이다.

 

 

사람의 삶도 이와 같다.

다만

한 알의 힘으로 겨우겨우 자라는 도토리보다

기반부터 닦아 쑥쑥 자라는 대나무가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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