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와 도토리 나무
<신길우의 수필 259>
2013-07-18 [편집]본지 기자
[서울=동북아신문]도토리나 상수리 같은 나무들은 열매를 땅에 떨군다.
열매는 온도와 습기가 적당하면 바로 싹을 틔운다.
싹은 제법 빠른 속도로 어느 정도 자라고 뿌리도 내린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 이상 자라지 못하고 죽는다.
뿌리도 겨우 활착(活着)한 상태이고
열매의 영양은 다 소비되어 버렸는데
큰 나무들은 잎이 무성해져 온종일 그늘이 지기 때문이다.
어린 나무는 햇빛을 못 받아 광합성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숲을 이룬 곳에서는 도토리나무는 죽고 만다.
대는 뿌리를 심어도 다음 해에 순이 나지 않는다.
거름을 주어도 싹이 나오지 않는다.
대는 순을 내기 전 뿌리줄기부터 사방으로 뻗는다.
그리고 몇 년 동안 기초를 다지고 영양을 모은다.
4,5년쯤 지나면 늦봄에 죽순이 나오기 시작한다.
한두 군데서가 아니라 여기저기서 경쟁하듯 솟는다.
죽순은 마디 잎집이 떨어지며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40여일에 대나무는 몇 길 높이로 훌쩍 자라 버린다.
뿌리로부터 영양이 집중되어 공급되기 때문이다.
몇 년 모으고 기른 힘을 한 번에 쏟아 붓는 것이다.
사람의 삶도 이와 같다.
다만
한 알의 힘으로 겨우겨우 자라는 도토리보다
기반부터 닦아 쑥쑥 자라는 대나무가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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