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떠난 아내에게 보낸 편지

2013-05-18     [편집]본지 기자

[이 글은 연길시아리랑방송 여성시대프로에서 2007년4월에 방송된 실화인데 천국으로 떠난
아내에게 보낸 한 남편의 눈물겨운 편지입니다. 우리 주위에 더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선재합니다.  편집자 주] 

숙이, 당신이 저 세상에 간지도 어언 한달이 다 되여가는구만. 내일이면 나도 고향을 떠나 이국으로 가오. 몇 년후에야 당신을 다시 찾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소. 아무 근심걱정없이 활짝 웃음 짓는 당신의 사진앞에 마주 앉은 내 눈에서는 눈물이 아닌 피가 흐르오.  당신을 사정없이 죽음으로 몰아버린 것이 내 자신 것 같아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소. 가장인 내가 제 노릇만 잘했어도 당신이 한국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며 내가 당신한테 믿음을 줬어도 당신이 번돈이 그렇게 허무하게 날아가진 않았을 것이며 내가 당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줬더라면 당신이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을텐데... 

미안하오. 숙이 .

숙이, 1998 년 11월 눈비가 내리던 그날이 아직도 기억되오.  당신이 앓는 몸으로 한국으로
떠나걸 보면서도 나는 말릴 수가 없었소. 그도 그럴것이 그때까지도 우리한테는 보금자리가
없었소. 여자와 그릇은 밖으로 내돌리지 말라고 하지만 우리가 어디 가릴 신세가 됐소? 서로
부등켜 안고 눈물을 쏟으며 헤여지던 그 날의 가슴아픈 추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
출국한지 반년만에 당신은 처남한테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소. 

《숙이야, 부부간은 돌아누우면 남남이 되는데 아내없는 너의 남편이 피땀으로 벌어온 돈을
다른 엉뚱한 곳에 처넣으면 어떻게 하겠니?  이 세상에 아무도 믿을 수 없다. 나만 믿어라. 나
앞으로 돈을 보내면 꼭꼭 챙겼다가 네가 돌아온후 돌려줄테니 시름놓고 맡겨라.》
그한통의 전화가 우리 가정을 파멸에 빠뜨릴 줄을 누가 생각이나 했겠소.처남의 말을 듣고
고민하던 당신은 나에게 이렇게 물어왔소. 

《여보,당신한테 생활비에 모자라는 부분만 보내고 목돈은 오빠한테 보내려고 하는데 괜찮겠어요?》 생각밖의 전화에 나는 그만 부아가 치밀었소.하지만 큰돈은 못벌면서 통만 커서 쓸데없이 남을 퍼먹이는 성격인데다 술 잘 마시고 놀음까지 즐기는 나였으니 어찌 당신이 믿을수 있었겠소? 그런 나를 잘 알고 있는 당신이기에 내가 아닌 당신이 출국도 선택한거였소. 
《너 마음대로 해.》하면서 부르튼 소리를 했지만 솔직히 돈을 잘 건사할 신심도 없었던 나였소. 

긴긴 기다림의 터넬을 끝내고 6년만인 9월 14일 우리의 결혼기념일을 택하여 당신이 다시 고향으로, 내곁으로돌아왔을 때 나는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소. 당신은 전화를 걸어올때마 다 내가 보고 싶다고 울면서 얘기했고 다시는 집을 떠나지 않을거라고 장담했소.근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우리를 기다릴줄이야 누가 알았겠소.

당신이 집으로 돌아온 사흘후 우리 세 식구는 외현에 있는 처남네집으로 찾아갔었소. 처남네 집은 백여평도 넘어되는 엘레베이트 빌딩에다  가전기물마저  모두 현대식이였소. 직장생활을 하는 처남이 어떻게 되여 갑자기 잘살 수 있는지 하면서도 워낙 형제사이가 유별난 당신들인지라 나는더  의심하지 않았소. 집안의 모든것에 눈이 점점 커지는 당신을 보고 내가 말했소.
《우린 수수한 집이라도 괜찮소. 당신이 벌어온 돈으로 애의 공부 만 잘 시키면 되지. 이렇게
버젓하게 차리고 살지 말기오.》

내 말을듣던  처남내외는 웬일인지 안절부절 못하더군.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처남은 당신과 할 말이 있다면서 나를 먼저 돌려보냈소.  

숙이, 그날밤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멍해져 있었소.  온밤 엎치락뒤치락하며 한숨과 함께 날을 밝힌 당신은 아침일찍 친구를 찾아 떠난다며 바람같이 집을 나갔었소. 후에 알고 보니 그때 당신은 사법국에서 일하는 친구를 찾아갔더구만. 

처남네집에서돌아온 후로 당신은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변했소. 무슨 일이 생긴건지 아무리 물어도 당신은 입을 봉하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소. 나는 그것이 당신이 몇년간의 고된 일때문에 생긴 스트레스인줄로만 알았소. 당신의 맹한 성질을 잘 아는 나는 시일이 지나면 당신의 기분이 풀릴 줄 알았소.

닷새가 되던 날 당신은 만취해서 집으로 돌아왔었소. 이전에는 입에 술 한방울도 대지 않던 처남네 집에서 돌아 온후로는 줄창 술을 마시는걸 보니 난 저으기두려워났소. 
《 당신 앞으로 누구도 믿지 말아요. 다 양심없는 물건짝이고 개보다도 못한 놈들이야. 》당신은 울면서 누군가에게 정신없이 욕을 퍼부었소. 

이튿날 잠에서 깨여난 당신은 내가 끓여놓은 해장국도 먹지 않고 눈물이 글썽하여 나한테 말했소. 
《 여보, 미안해요. 우리 이혼합시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밀듯한  소리에  나는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것 같았소. 
 《당신 미쳤소? 갑자기 왜 그러오? 무었때문인지 어디 그 리유나들어보기오.》
내 말이 끝나기 바쁘게 당신은 말했소.
《내가 그 돈을 어떻게 모은건지 당신은 짐작도 못할거애요. 정작 돈을 보니 욕심이 생겼어요.나 혼자 오래오래 이 돈을 향수하고 싶어요.그러니까 우리 제발 헤여져요.》
순간 나는 억장이 무너지는것 같았소. 숙이. 당신이 이런 여자였소?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도 헤어져 있은 세월이 당신을 이렇게 잔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소. 

《내가 당신이 돌아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당신이 없는 동안 나는 외간녀자 손목 한번 잡아보지 않고 밤마다 밀려드는 욕망을 제거하느라구 정말 별짓 다해봤소. 고중에 다니는 아들애한테 애비노릇 에미노릇 하면서 좋아하던 술도 줄이고 놀음에도 손을 떼고 당신한테 미안한 짓을 하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한줄 아오? 새로운 환경을 만나면 쉽게 변하는게녀자라 하지만 당신만은 그런녀자가아닐거라고 굳게 믿었는데 당신이 어찌 이럴 수 있소? 이럴거면 한국에서 살지 왜 돌아왔소. 한국에 젊은 놈이라도 숨겨둔게 아니요? 당신이 누구를 엿먹이려고 돌아왔소? 이 양심없는 년아, 네가 죽더라도 바로죽나 봐라.》  

나는 성난 사자마냥 길길이 뛰였소. 나는 당신의 멱살을 쥐여잡고 정신없이 패주었고 그래도 성차지 않아 집안의 가정집물마저 부셔버렸소.  10일만에 우리는 기어이 남남이 되고 말았소.고중생인아들애도 돈밖에 모르는 당신이 싫다면서 나를 따랐소.

이혼하고 보니 비록 억울하기는 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홀가분했소.그깟 돈을 벌면 되지. 네가 버는돈 나라고 왜 못 벌어. 그래서 나도 급급히 외국으로 나가는 수속을 밟았소.

그러던 어느날 당신의 친구로 부터 나한테 전화가 걸려왔소. 당신이 앓아서 병원에 있으니 얼굴이라도 한번 보여달라고.

《네가 가정을 팽개쳤는데 마음이 오죽하겠니. 그깐앓는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너같은녀자는 더 큰 벌을 받아야 정신차릴거야.》
그렇게 또 시일이 지났을때 당신의 그 친구가 이른 새벽에 우리집에 전화를 걸어왔소.
《엄마가 지금 죽어가고 있다.빨리 병원으로 오라.》
아들애는 수화기를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소.나와 아들애는  택시를 잡아탔소. 우리가 병원에 도착하였을 때 당신은 이미 싸늘해진 시체로 남아있었소.나는 당신한테 매달려 오열을 토하는 아들애를멀건히 바라보기만 했소.돈이 좋아서 모든걸 포기한 당신이 제명에 죽지 못할거라고 수없이 욕했지만 결국 내가 바란것은 이것이 아니였는데 …

아무 감각이 없는 내가 원망스러웠던지 당신의 친구가 입을 열었소.그때에야 나는 당신이 나와 헤여진리유를 알게 되였소. 

어려서 부모를 잃고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처남이 당신이 벌어온 돈을 다 써버렸다는 말을 듣고 당신은 그 자리에 까무러쳐 병원에 실려갔고 거기서 당신은 결국 얼마후에는뇌출혈이란 진단까지 받았소.

자기는 죄인이라며 더는우리한테 부담이 되지 않으려고 당신은 집을 나가버렸소. 누구한테도 사실대로 털어놓지 못한채 결국 이혼의 길 아니 죽음의 길을 택한 당신이 정말 한심하오. 
처남은 당신한테 부모와도 같은 존재였소. 처남은 대학에 갈 기회마저 포기하고 당신의 대학공부뒤바라지를 해주었고 당신을 시집보낸 후에야 비로소 성가했는데, 그런 처남의  배신이 당신한테 얼마나 큰 타격이였겠소. 그 모든 걸 혼자서 감내하느라고 당신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줄도 모르고 당신은 우리가 작은 집을 사더라도 처남한테 집한채를 사주어 가지런히 이웃으로 가깝게 살겠다고 까지 했는데 돈이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나보오. 

얼마전에 처남은 미안했었다는 전화 한통을 걸어온후  온가족이 어디론가 멀리 사라져버렸소.

여보 숙이. 이제 그 고대광실이 우리에게 무슨 소영이 있소? 그것이 깨여진 우리가족이 다시 모일 수 있게할 수 있다면 몰라도 , 당신이 우리곁에 돌아올수 있다면 몰라도. 이 모든 것이 누구의탓이요? 당신, 아니면 처남,아니면 나...

저멀리 비껴가는 구름을 바라보면 한쪼각 바람에 실려가는 당신에 대한 그리움에 눈시울이 뜨거워지오. 살아생전에 당신의 마음을 가시같이 아프게 했던 모난 티끌도, 어리석은 투정도 이제 후회로남았구만. 하늘나라에서 자유로이 떠돌아다니는 구름은 오다가다 만나 부딪쳐 천둥이되고 빗물이 되여 만나지만 구름다리에 서있는 당신과 나는 언제면 만날수 있을런지?...

구름이여 날더러 비껴가라 하지 말어라.

박연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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