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산 시 외2수] 너트와 볼트
2013-05-01 박수산
네 본래 이름은 쇳덩이
펄펄 끓는 용광로에 뛰어들어
또 다른 모양으로 변해야 한다
몇 번의 담금질에
해머 밑에 엎드린 시우쇠
몸이 식기 전
수없이 두들겨 맞더니
제 살을 깎는
아픔을 견디고 있다
이름 하나 얻어 힘겹게 태어났는데,
짝을 찾지 못해
아무 소용이 없다
제짝을 찾아야 비로소 완성이다
봄은 배가 고프다
늦은 봄 어느 시골집.
처마 밑이 소란하다.
둥지 속 노란 부리들, 어서 빨리 먹이를 넣어 달라 야단이다.
벌레를 물고 온 어미제비,
똑같은 새끼들을 구별하고 차례차례 골고루 나눠준다.
울타리 밑에서는 어미닭 한 마리 구구구,
갈퀴 같은 두 발로
감자밭 두둑을 뒤집듯 땅을 마구 파헤친다.
어미 뒤 졸졸 따르던 햇병아리들,
삐악삐악 몰려들어 먹이를 쪼느라 부산하다.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
울어대는 두 살배기 손자를 마루에 내려놓고 삶은 감자를 손에 쥐어주며 달래본다.
할머니의 한숨과 손자의 울음소리가 마당에 질펀하다.
배고픈 봄이 장다리밭에 앉아있다
가을서정
하늘을 쳐다보던 나무는
얼굴을 붉힌다.
그러다 한 조각 한 조각씩
녹슨 생각들을 뜯어서 땅에 던진다.
나무 밑에는
죽은 생각들이 질펀하다.
이제 긴 시간에 신선한 바람을 반죽하면
생생한 생각들이 가지에 걸릴 것이다
.
나무를 바라보는 나도
버릴 것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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