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노무도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

2013-03-30     주청룡

[서울=동북아신문]개혁개방의 물결을 따라 우리 조선족들은 출국노무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그로 인한 외화수입이 자지방의 경제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노무자들의 생활도 많은 개선을 가져왔다. 이는 우리에게 주어진 돈을 벌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충분히 이용한 결과라고 본다. 하지만 아무리 유리한 조건이라 하여 자기 가정의 실제 정황에 따르지 않고 돈 버는 유일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폐단도 있는데 이로 인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출국이산가족으로 하여 자식교양문제, 가정해체 등 문제들은 이미 많이 언급되었기에 더 말하지 않고 아래에 두 가지 사례를 들어본다.

한 고향친구는 아들이 일본에서 자그마한 회사를 꾸린다고 한다. 평시 그의 말에 따르면 며느리와 같이 하는데 경기가 괜찮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부모를 돕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최저한 자립은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의 아내 역시 한국에 나간지 7,8년이 되였다. 그러니 세 식구가 3국에서 이산가족으로 세월을 보냈다.

그도 집에 있으면서 자기에게 차려진 토지를 알뜰히 가꾸어 그의 농사수입도 짭짤하였다. 하지만 밭에서 들어오면 늘 그를 맞아주는 것은 아내의 반가운 얼굴대신 차디찬 자물쇠뿐이었고 집에 들어와서는 따뜻한 밥에 알뜰한 반찬 한번 없이 끼니를 에우며 고독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늘 술과 동무하였다. 하여 그의 그 튼튼한 몸도 망가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동네에서 그에게 인젠 아들도 제 노릇을 하겠다, 아내도 그렇게 오래 있었으면 돈을 많이 벌었겠다. 인제 금만 벌고 돌아오라고 권고하였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제 힘으로 벌 수 있을 때에 한 푼이라도 더 번다고 돌아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른 아침 그의 여동생이 자기 집에 와서 식사를 하라고 오빠에게 전화를 여러 번 걸도 받지 않으니 불결한 생각에 달려가 보니 오빠는 쓸어져 있고 옆에는 김치 쪼박에 술병이 놓여 있었다. 다급히 병원에 호송하였으나 이미 치료에 가망이 없었다.

고정직업이 없는 한 퇴직교원의 아내는 러시아장사로부터 한국노무에 이르기까지 타국생활이 인젠 15년이 넘는다. 처음에 러시아 장사를 떠날 때에는 남편 혼자 노임으로 자식 둘을 공부시키기 바빠 나섰지만 인제 큰 아들이 한국에서 회사에 출근하고 작은 아들이 미국에서 일하며 그의 퇴직금도 3,500원이 넘는다. 그러면 아무런 근심도 없이 여유로운 만년생활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였다. 그러나 15년이란 홀아비 생활에 그는 몸이 다 망가져 늘 병원놀음을 한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돈을 버는 재미에 계속 한국에서 계속 일한다.

친지들이 그에게 “당신의 몸이 점점 더 망가지는데 돈을 더 번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만약 당신의 건강이 다 망가져 잘못될 때에는 당신도, 종신생활보장으로 되는 퇴직금도 다 끝이 아닌가? 그러므로 당신의 안해가 한국에서 돈을 벌기보다. 빨리 와서 당신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 당신에게도 당신의 안해에게도 다 더 좋은 일이다.”라며 그의 아내가 빨리 돌아올 것을 권고 하였더니 그것이 일리가 있다고 느끼고 다음달에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 두 사례에서 보면 남편들이 자기의 건강을 잘 챙기지 못한 것은 그들 자신이 게으른 점도 있게 지만 가정살림에서 남성이 할일, 여성이 할 일이 다르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남성들이 가정살림을 잘 꾸려나간다 하여도 아내가 없기만 하면 그 자리가 비게 되고 아무리 자기의 건강을 챙긴다 하여도 아내의 따뜻한 보살핌보다 못한 것도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노무일군들의 공동의 아픔은 단란한 가정살림의 부족인 것이다. 대부분 출국이산가족에게는 농사를 지을 땅이나 퇴직금 그리고 사회양로보험이나 의료보험 등이 있다. 우리의 노무일군들이 돈을 벌려는 욕심만 가지지 말고 눈앞의 돈 때문에 멀지 않은 앞날의 건강과 행복을 도외시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심사숙고 하고 일정한 정도 돈을 벌었을 때에는 돌아와서 부부지간에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면 그들의 살림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에 따른 합리한 선택을 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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