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나방과 병아리

<신길우의 수필 256>

2013-03-22     [편집]본지 기자

이른 봄에 시골 친척집에 갔다.

아랫목을 권하며 그 한 쪽을 손으로 가로막는다.

아기 포대기로 덮은 작은 댕댕이바구니다.

이상히 여기자 포대기를 들춰 보인다.

달걀 10개가 융단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몇 일 전에 암탉이 뭐에 물려가서 갖다 놓았단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데 병아리 소리가 났다.

포대기를 들추자 병아리 한 마리가 보였다.

손으로 잡아 방바닥에다 놓으니 금새 기어다닌다.

다른 두어 개도 금이 가 있다.

들여다보고 있자니 틈새가 조금씩 벌어진다.

그 사이로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버둥쳐 껍질을 깨더니 고개를 내민다.

하얀 부리에 까만 눈이 귀엽다.

계속 몸부림치며 껍질을 비집는다.

“껍질을 벗겨 주죠. 나오려고 애쓰는데.”

안쓰러워하는 내 말에 주인은 손사래를 친다.

“안 돼요. 제 힘으로 나와야지요.”

그러면서 주인은 설명을 더 한다.

병아리는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한다.

사람이 벗겨 꺼내 주면 힘이 약해진다.

그래서 빌빌거리다가 죽기도 한다.

껍질을 깨지 못 하는 놈은 태어나지도 못 한다.

부화는 스스로 하는 것이지 시켜 주는 게 아니다.

 

어릴 때 본 누에나방 생각이 났다.

벽에 붙여놓은 누에고치에 구멍이 생겼다.

나방이 나와 날개를 파닥이며 기어 다녔다.

그리고는 벽지 위에 까만 알들을 슬어 놓았다.

나는 고치 하나를 떼어 가위로 한 쪽을 잘랐다.

빠져 나온 나방이 파닥이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방은 알을 낳기는커녕 비쓸거리다가 죽었다.

어머니가 들어오다가 보시고 안타까워하였다

“미리 꺼내 주면 힘이 없어 죽는다.

때가 되면 스스로 뚫고 나온단다.“

 

천리(天理)는 자연의 존재와 운행의 이치다.

따르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고, 어기면 죽는다.

이 어찌 나방과 병아리에만 한한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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