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여신과 매미의 사랑

<신길우 수필 6>

2013-03-17     [편집]본지 기자

[서울=동북아신문]새벽의 여신 에오스(Eos)는 항상 부지런했다.

오빠 태양의 신 헬리오스(Helios)가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지런히 밤의 장막을 거두어내도 해는 금방 떠올랐다.

그래서 에오스는 매일 아침 쉴 틈이 없이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일을 마치고 났을 때 잘생긴 한 남자를 발견했다.

트로이의 왕자 티토노스(Titonos)였다.

에오스는 애를 태우다가 여인으로 변해 찾아갔다.

티토노스도 젊은 에오스의 미모에 반해 버렸다.

둘은 매일 사랑을 속삭였으나 금방 헤어지곤 했다.

오빠 헬리오스가 바로 뒤쫓아 왔기 때문이다.

 

짧은 만남을 한탄하던 에오스는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티토노스는 놀라면서도 사랑을 놓지 않았다.

사랑의 맹세에 감동한 에오스는 아버지를 찾아가 하소했다.

“티토노스를 신으로 만들거나, 저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세요.”

에오스의 소망대로 티토노스는 신이 되었다.

 

사랑의 연인들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티토노스는 늙어 갔다.

신이 되어서 죽지는 않지만, 영원한 젊음은 얻지 못했다.

쭈그러드는 모습에 에오스는 괴로워했다.

에오스는 티토노스를 돌로 만든 방에 가두어 버렸다.

밤낮이 없으니 늙지 않을 것을 기대했다.

한참 뒤에 문을 열었으나 티토노스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매미 한 마리가 벽에 붙어서 애타게 울었다.

“에오스, 에오스. 에―오―스"

 

 세월은 빛과 상관없이 흐르고

삶은 부지런해도 항상 짧은 것.

영원한 청춘이 없듯이

사랑 또한 목숨을 걸어도 한 때일 뿐.

 

 오늘도 매미가 된 티토노스는 운다.

쪼그라들고도 죽을 수 없이 사랑을 외친다.

“에오스, 에오스, 오 내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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