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주 제주 중국총영사관을 찾아서

칼럼니스트 김종일 /전 위해대학 교수

2013-03-12     [편집]본지 기자

[서울=동북아신문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린 올겨울도, 세월의 흐름에는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지난 2012년7월 제주도에 중국총영사관이 개관된 후, 필자가 두 번째 총영사관을 방문하는 날은, 두터운 외투를 벗어던진 제주관광객들에게 발걸음도 가볍게 하는 한여름 날씨였다.  

 

이미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어버린, 꿈의 관광지가 제주도. 지난해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만 108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였다(2011년 중국인 관광객은 57만 명). 이렇듯 중국인 관광객이 해가 갈수록 가파른 수치로 물밀듯 제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 자국민과 제주 해역에서 일어나는 중국 선박들의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하여, 국내에서는 부산, 광주총영사관에 이어 세 번째로 주제주중국총영사관이 개설된 것이다.

아직 총영사관 내부 인테리어가 마무리 되지 않아 영사관 1층 접대실에서 진준걸 수석영사, 왕대위 비자발급 영사가(다음달 4월부터 비자발급 업무 개시 예정 ) 반가히 맞아 주었다. 길린신문, 해외판, 동북아신문 등 몇몇 한중언론 매체에 칼럼을 써오고 있는 필자는, 수도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제주중국총영사관이 개관된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주제주중국총영사관의 개관과 업무를 좀 더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방문하였다.

진준걸 수석영사, 왕대위 비자담당 영사와 1시간여 동안 한중 양국간 우호 향상 문제를 비롯하여 재한중국인의 권리보호 및 안전을 위한 여러 방면의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중국생활 12년을 마치고 귀국한 필지에게도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은 2012년에 장gms(張欣) 총영사를 비롯한 여섯 분의 영사들이 부임하여 '주제주중국총영사관'이 개관된 것도 의미 깊었다. 개관 하자마자 제주 남쪽바다에  불어 닥친 초특급 태풍을 피해 제주 지역에 피항해 왔던 중국선박이 침몰하여, 조난 선원 33명 중 18명이 구조되고, 십여 명이 실종 또는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하였다. 그 사고에 제주중국총영사관이 한국정부와 공동으로 신속하게 대처하여 한중 양국 간의 재난구조에 상당히 기여하였다. 그 외에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거대한 숫자의 중국인 관광객이 크지 않은 섬 제주도에 밀려들다 보면 예기치 많은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특히 여권분실, 관광 도중 실족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사고, 숙식문제, 선물용품 구매 시 발생되는 분쟁 등등, 영사관에 신고 되는 크고작은 사건들을 처리하는데 일손이 부족할 정도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한다. 중국 중앙정부에서 제주도에 총영사관을 개설한 이유도 한중 양국간의 원만하고 발전적인 우호교류는 물론이거니와, 자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목적에, 자국민의 불미스런 사건과 돌발하는 사고에 영사관이 신속하게 대처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설립하였다 한다.  

 

이러한 큰 목적 외에도 주제주중국총영사관은 언어교육을 통한 교류 및 중국문화행사를 진행하는 제주지역 대학에 큰 관심을 두고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양국의 각종 문화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와 협력을 다져가는, 이른바 민간외교를 중시한다는 진준걸 수석영사의 설명이었다.

문화란 그 나라를 대표하는 국민성과 국민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건전한 문화교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는다. 필자도 수년간 중국 내 여러 대학을 순회하며 '한국문화 특강'을 하는 것으로, 중국 대학생들에게 한국문화를 이해시키려 노력한 것도, 바로 이런 문화교류를 통한 상호 친근감을 키우는 반면 이질감을 줄이려 하였던 것이다.

필자가 주제주중국총영사관을 방문하는 날이 우연하게도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세계여성의 날은, 한국에서는 여성단체 그들만의 잔치로 행사를 치르는, 그야말로 유명무실하다 싶을 정도로 일반인의 관심이 사라진 기념일이 되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3.8부녀절'이라 칭하며, 참으로 그날만은 진정으로 여성들을 위한 '여성의 날'로 기념하는 것을 매년 중국 현지에서 직접 목도하였다. 그런 3.8부녀절 행사가 주제주중국총영사관 주최로 제주시 중심지에서 거행되었다. 제주지역에 거주하는 중국인 다문화가정의 여성들과 한국인 여성들을 동시에 초청하여 베푸는 만찬으로 진행되었다. 주제주중국총영사관의 초대 총영사로 부임한 장신(張欣) 여성 총영사께서 직접 주재한 만찬이었다. 그야말로 한국 속에서 중국의 전통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는 제주에 거주하는 중국인 다문화가정 여성 외에도 한국인 여성으로는 현 제주도지사 부인 및 제주여성총연합회 회장도 참석하여 축사와 건배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장신 제주총영사께서 직접 연단에 올라 개회사를 하는데, 조금은 서툰 발음에도 불구하고 준비해온 연설문을 끝까지 한국어로 읽어 내려가는 진지한 모습이었다. 그 순간 중국에서 10여 년간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쳐온 필자의 가슴이 뭉클할 정도였다. 비록 숙련된 한국어 구사는 아니라지만, 자국 모국어를 단 한마디도 사용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로 연설문을 낭독한 후, '감사합니다'는 마무리 말까지 한국어로 말씀하신 총영사의 모습은, 그분이 한국을 얼마나 사랑하고, 한국을 얼마나 알고 싶어 하고, 한국과 얼마나 우애적인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는지 가슴 절절하게 느끼도록 하는 진한 감동의 장이었다.

 

우리는 내 것도 소중하지만, 내가 소속한,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문화라면, 신뢰하는 상대방의 것도 소중하게 배우려 하고, 서로 느끼려하는 그런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몸으로 보여주었다.

 

필자에게는 그날 만찬장에 나온 많은 중국인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열변을 토하며 열시간, 스무 시간을 강의하며 교육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보여주는 강렬한 메시지로 들렸다. "우리도 한국을 좋아하고, 제주에 찾아오는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즐겁고 유익한 관광을 마치고 귀국할 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이 남을 것이며, 중한 양국 간에도 더 진한 우정이 자라날 것이기에, 우리 영사관에서도 양국 우호를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열정을 가지고 노력할 것입니다". 이미 서울 중국대사관 및 지역 총영사관에서 7-8년을 근무하여 누구보다 한국을 잘 아는, 지한파 진준걸 수석영사가 진지한 말투로 필자에게 던진 마지막 멘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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