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우수필 254]생김새와 삶

2013-02-02     [편집]본지 기자

[서울=동북아신문]‘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생김새와 말하기, 글씨쓰기, 판단력 네 가지가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그 중에도 생김새가 잘 생긴 것을 첫째로 꼽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옷이 날개’라는 속담도 외모(外貌)를 중시하는 말이다.

이런 인식에서 겉모습이 보통보다 빠지면 업신여긴다. 특별하게 생긴 것도 불구자 취급을 한다. ‘왕눈이’ ‘대갈장군’ ‘코주부’ ‘외눈깔’ ‘언청이’ ‘들창코’ ‘주걱턱’ ‘메기입’ ‘사팔뜨기’ ‘애꾸눈’ ‘자라목’ ‘육손이’ ‘꼽추’ ‘말코’ 등 생김새 때문에 낮추어 부르는 말들이 많다.

실제로 외모가 남다르면 스스로도 자비감(自卑感)을 갖는다. 다른 사람이 “타고난 복이 있다”, “생긴 대로 산다”, “미인박명이란다” 등 위로를 해주어도 여간 똑똑하지 않고서는 그 마음이 쉬 사그라지지 않는다.


<삼국유사>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신라 때 중원경 사량(沙梁) 땅에 머리 뒤쪽에 뼈가 툭 튀어나온 아이가 태어났다.

어머니가 꿈에 뿔이 달린 사람을 보고 임신했다고 한다. 머리에 뿔이 난 사람, 도깨비 같은 모습에 가족들은 걱정하고,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수근댔다.

이에 나마(奈麻) 벼슬에 있던 아버지 석체(昔諦)는 아기를 데리고 어진 학자를 찾아가 물었다.

“이 아이의 머리뼈가 이러하니 어떻습니까?”

그러자, 그 학자가 이렇게 말해 주었다.

“복희(伏羲)는 호랑이 모습이고, 여와(女媧)는 뱀의 몸이며,

신농(神農)은 소의 머리 같았고, 고요(皐陶)는 입이 말과 같았다.

복희와 여와와 신농은 모두 중국 고대의 임금이요 신이다.

고요는 순임금 때의 훌륭한 신하였다.

이처럼 성현들은 그 골상이 보통 사람과 같지 않은 바가 있다.

이 아기의 골상도 범상하지 않으니 반드시 신기한 것일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아기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이렇게 일렀다.

“이 아이는 보통 아이가 아니다. 뒤통수가 튀어나온 것은 머리가 특별하다는 것이란다. 잘 길러서 나라의 재목으로 만듭시다.”

그 아이가 바로 신라의 대문장가 강수(强首,?~692년)이다. 삼국통일 전후 국제관계가 복잡한 시기에 외교문서를 잘 작성하여 적절하게 대처하게 한 사람이다.

이상한 생김새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 바꿔먹기가 그를 큰 인물로 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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