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운 장편연재 3]불체자

2012-10-29     [편집]본지 기자

[서울=동북아신문]"눈 떴어요"

 내가 인기척소리가 들리자 반사적으로 눈이 띄여지며 "어디지?"하며 상황파악하려는데 옆에서 흥분에 겨운 아줌마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다시 고개를 돌려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는데 밖에서 일하다가 아줌마 말을 듣고 뛰여들어오는 땀벌창이 된 한 아저씨와 아줌마의 모습이 안겨왔다.

 내가 일어 나 인사드리려다가 머리가 뗑해 나더니 "아!'하며 얼굴 찡그리며 맥없이 제자리에 누웠다.내가 손으로 이마를 짚어보니 붕대가 동여져있었다.아줌마와 아저씨도 황급히 달려와서 얇은 이불 덮혀주며 좀 더 누워있으라도 했다.

 "여기가 어디죠?"내가 다시 간신히 눈을 뜨고 살아있다는게 믿겨지지않은듯 물었다."여긴 백령도 진촌이라는 곳이에요.우리 아저씨가 고기잡이 나갔다가 사람이 떠내려오길래 총각을 여까지 데려온거에요."

 "진촌?""나는 진촌이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백령도라는건 알았다.그제서야 나는 그날 일이 생각났다.내가 그녀와 같이 바다에 뛰여든후 다시 바다위에 올라 와 숨을 가쁘게 쉬며 그녀를 찾는데 우리가 탔던 배가 이미 균형을 잃고 우리쪽으로 넘어져왔다.갑자기 배위에 있던 파이프가 떨어지며 내 머리를 맞고 나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다행히 나는 선장이 건네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정신잃고 까무러치는 바람에 바다물을 많이 먹지않고 구조될수 있었던것이다.배에 탔던 연변사람들은 배가 넘어지는 바람에 모두 운명하고 말았다.자식 위해서 가정 위해서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떠났던 코리안드림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천만원 빚과 가족 잃은 슬픔은 살아있는 자들의 몫으로 남게 되였다.

 20여시간의 고된 여정으로 지쳐서인지 나는 어제 새벽부터 지금까지 깊은 잠에 빠졌었다.살짝 타박상을 입은 나는 젊어서인지 빨리도 회복되였다.아저씨는 백령도 구경시켜 준다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아무리 작은 섬이지만 걸어다니기엔 지친다고 했다.나는 금강산도 식후경인지라 "아저씨 죄송한데요.담배 한가치만"아저씨는 "허허"웃으시더니 피우던 담배 한갑 던져주며 다 피우라고 했다."감사합니다"나는 "디스"라고 씌여진 글도 보기 바쁘게 얼른 한가치를 입에 다 물고 불 부쳤다.그리고 깊은 숨 들이쉬며 한모금 빨았다.와!감탄이 절로 나왔다.꿀맛이 따로 없었다.아니 날것같았다.아침에 "퐁퐁"이 샴푸처럼 생겨서 샴푸인줄 알고 머리 감았다가 다시 샴푸로 머리감았었다.아저씨는 내 모습을 보더니 옛일이 생각나신듯 웃으시기만 했다.

 백령도 면적은 45.83㎢로서 본래 황해도 장연군(長淵郡)에 속했으나 광복후 옹진군에 편입되었다. 원래의 이름은 곡도인데,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날으는 모습처럼 생겼다 하여 백령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인구는 만명정도 인데 민간인 반 군인 반이라고 아저씨는 농담조로 말했다.내가 담배를 다 태우니 소나타는 해변로를 질주했다.용정에서는 농회라고 하는데 농협이라는 간판도 보이고 회집,당구장이라는 간판도 보였다.용정에서 깸문이랑 같이 웃고 떠들며 당구치던 생각이 나며 살짝 웃음이 지어졌다.깸문은 덕지도 좋고 목소리도 굵었고 담배대를 한쪽으로 척 꼬나물고 치던 깸문이 죽었다는게 가슴 아파났다.좀 더 가니 심청이 뛰여든 곳이 보이는 심청각, 1896년에 한국에서 두번째로 세워진 중화동교회,세계에서 두개 밖에 없다는 천연비행장인 사곳해변,두무진,콩만한 돌만 쫙 깔린 콩돌해변도 장관이였다.내가 무심결에 콩돌 하나 집어들자 아저씨는 정색하며 난리쳤다.천연기념물인 콩돌 하나만 갖고가다 들키면 벌금이 300만원이라고 했다.나는 덜컥 겁이 났다.돌 하나에 300만원이면 이 해변에 있는...작지만 큰 나라 !나는 정말 놀라웠다.난생처음 구경하는 바다가,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바라보며 나는 갈매기가 부러워 났다.갑자기 내가 초라해지는데 저쪽으로 순라하는 해병들이 오는게 보였다.나는 내 신분도 신분인지라 아저씨를 재촉했다.우린 인차 돌아왔다.비록 아름답고 즐거운 반나절이였지만 내 생애 최고의 순간들이였다.

 이튿날,나는 아줌마와 아저씨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자식 둘 다 대학보내고 서울에 직장을 찾아 부모더러 서울에 올라와 살자고 자식들이 조르는데도 도시생활보다 농촌에서 태여나서 지금까지 반평생을 바다에서 살다보니 여기가 더 편하다고 하는 아줌마,아저씨의 만류에도 마다하고 나는 "감사합니다"인사 마치고 무작정 서울로 떠났다.같은 동포라고 신고도 안하고 자기자식같다며 아저씨와 아줌마 모두 잘 대해주었지만 계속 머물러 있을수는 없었다.정 많던 아줌마는 눈 굽을 훔치며 떠나는 나를 먼곳까지 배웅해주었다.

 백령도에서 인천까지 191.4km다.300톤급배는 400석정도 였는데 나는 2층에 올라갔다.나는 아름다운 경치에 빠져버렸다.이런 장관이였을턴데 배창고에서 지옥같이 헤매였으니 나는 씁쓸해났다.배는 오후 1시에 출발해 3시간40분을 달려 인천에 도착했다.터미널역에 경찰이 있었다.나는 순간적으로 다리가 경직되였다.내가 아저씨가 준 아들이 입던 옷을 입어서 인지 검문하지 않았다.나는 부랴부랴 경찰있는 반대쪽으로 해서 종종걸음을 재우쳤다."어디로 가야지?"나는 그냥 발 가는데로 길따라 걸어갔다.한참 걸으니 목이 말랐다.나는 아저씨가 준 10만원에서 만원짜리 하나 꺼내 음료수 하나 샀다.700원이였다.중국엔 이 돈이면 2,3개 먹을수 있는데 나는 혀를 찼다.내가 슈퍼앞에 쪼그리고 앉아 콜라 먹는데 도로옆 전선대에 구인광고가 붙어있는게 보였다.가까이 가보니 "'아가씨와 건달들'모집"이라고 적혀있고 밑에 전화번호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건달도 모집하는구나'내가 원래 유흥가에서 몸을 담고 있었던지라 한국이 중국과는 틀리겠지만 주먹 쓰는건 자신이 있었다.내가 공중전화박스에 가니 공중전화가 4개가 놓여있는데 어떻게 치는 줄 몰랐다.전화기에 카드라고 적혀있는것도 있고 동전이라고 적혀있고 100원500원 적혀있는것도 있었다.내가 구멍난 곳에 동전 3개를 집어넣자 빨갛게 300이라고 나왔다.내가 전화번호를 누르니 '뚜르릉"하며 신호가 갔다.내가 몸집이 우람진 깡패가 전화받으면 어떻게 대답할까 두근두근 기다리는데 "여보세요?"하는 다정다감한 아가씨 목소리가 들렸다.처음 들어보는 예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혼이 빠져나갔다."여보세요?"아가씨가 다시 부르자 그제서야 정신이 들며 '술집아가씨인 모양이구나'는 생각에 "건달 모집해요?"하며 무겁게 말했다."예?"아가씨는 처음 듣는 연변말투에 놀란 모양이다."여기 광고에 건달모집 한다고 해서 전화했는데요""아,네,그런 건달이 아니라 뮤지컬이에요"그 아가씨는 그제서야 알겠다는 둥 웃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나는 뮤지컬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생각했던 건달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뭐야?"나는 전화기를 놓고 너털웃음이 나왔다.정말 어이가 없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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