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되고 있는 우리 설문화

2006-02-08     동북아신문 기자



기자: [홍옥. 영국. 정자. 금화]

색다른 음식을 먹고 이쁜 새옷을 입는 설날, 엉뎅이를 쳐들고 어른들에게 세배를 하면 허허 웃음소리와 덕담과 함께 세배돈을 받는 날, 그리고 친척들이 한구들 모여 밤을 새우던 날...

설날은 년중에 손꼽아 기다리는 제일 행복한 날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설이 많이 달라지고있다.

<<점점 설이 설같지 않다>> 말이 심심찮게 들리는 가운데 우리 설문화가 시대와 현실의 변화와 함께 달라지고 있다. 아래 본사기자의 눈에 비친 오늘의 설문화를 살펴보자.

이전에 설쇠던 때 그립수다

채홍일 (80세), 한봉금(78세) 내외는 장춘시 쌍양구 산하가 삼가자촌에서 살고있다. 아들 둘, 딸 둘을 둔 이들은 큰 아들은 7년전에 일본에 가고 둘째 아들은 5년간 한국에 있었고 막내 딸마저 항주에서 장사를 하다보니 이 몇년래 줄곧 연통산에 있는 큰 딸이 설문안을 왔을 뿐 아주 조용하게 설을 보냈다.

올해는 둘째 아들이 한국에서 돌아왔고 막내 딸도 항주에서 돌아왔으니 금년설은 흥성흥성하게 보내게 됐다며 기뻐하시는 채홍일할아버지 내외. 할아버지는 《이번 설은 집에서 쇠지 않고 장춘 시내에 있는 둘째아들 집에 가 쇠기로 했수. 지금은 뭐 설을 특별하게 쇠나, 몇해전의 설 쇠던 모습이 그립수다》며 얘기를 꺼내신다. 7, 8년전만 해도 지금처럼 한국이나 외지에 나간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때는 집집마다 찰떡, 떡국, 국수, 만두기, 유과, 물만두, 엿 등을 만들어놓고 설을 쇴는데 지금은 대부분 떡집에서 떡국이랑 사다가 설을 쇤다. 평소와 별 다른 점이 없는 설쇠기이다.

《그래두 집에서 손수 빚은 떡이 더 맛이 있지유. 그전처럼 바삐 보내려 하지 않는것두 있구, 세월이 좋아졌으니 평소에도 먹을수 있는 음식인것두 있구》 할아버지는 어쩔수 없는 생활변화라고 말한다.

삼가자촌 촌민들은 설날에 로인들이나 어른들이 계시는 집을 돌아다니며 세배하는 풍속을 지금도 잊지 않고있다. 그것도 옛날 풍습대로 남자들만 세배하러 다닌다. 어른들에게는 술 한잔 권하고 아이들에게는 세배돈을 준다. 그러나 적지 않은 농가에서 도시로 이사하고 또 대부분 젊은이들이 외국이나 외지에 나가 있는 바람에 세배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아 한산한 분위기는 감출수 없고 몇개 팀,지어 십여개 팀을 나누어 놀던 화투놀이도 인젠 2, 3개 팀만 짜면 된다 한다.

농촌이나 도시를 할것 없이 점점 간편화되고있는 우리 민족 설쇠기.

정월 대보름까지 즐겁고 떠들썩하게 쇠던 우리 민족 설쇠기가 경제발전에 따라 조용히 변화되고있다.

어쩔수 없이 전화로 만나는 가족들 동료나 친구들과 설쇠는 사람들도 많아

지구의 동서남북에 가족들이 엇갈려 있는 탓으로 륙, 해 ,공 총동원하여 고향으로, 부모님이 계시는 곳으로 만만찮은 로비를 뿌려가며 힘든줄 모르고 달려온다. 그것도 짧으면 2-3일 일정으로 바쁜 발걸음들이다. 잠시동안의 만남이지만 그동안 그리운 회포를 풀고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며 짧은 만남에 대한 많은 아쉬움과 함께 힘찬 또 새로운 한해 새출발이 시작되는것이다.그 중에는 설이지만 사정상 전화로만 만나야 하는 가족들도 많다. 서로가 리해하고 서로가 많은 아픔을 삼키며 다음의 만남을 약속하는 것이다.

북경 김춘화 식당자영업 (고향 길림):

《딸이 금방 출생해서 이번 설에는 꼼짝달싹 못하게 생겼어요. 식당은 일주일정도 문을 닫고 놀릴거예요. 부모님들이 북경으로 올라오실 형편도 안되고 전화로나 세배해야죠...일년 넘도록 고향에 못갔어요. 부모님도 보고싶고, 고향마을도 그립고, 동네분들도 그립고, 설에는 내려갈려고 했었는데, 따듯한 봄이 오면 다녀올거예요.》

청도 박명숙 회사간부 (고향 길림):

《청도지사가 작년에 성립되여 회사업무가 엄청 바빠요. 회사 업무상 설에도 자리를 비울수가 없어서 이번 설에는 고향 못내려가고 남편(회사 총경리직)이랑 그리고 집이 멀어서 못가는 동료 직원이랑 같이 설 쇨겁니다. 회사가 안정이 되고 하면 명년에는 부모님들을 꼭 모셔와서 설 쇨거예요. 저의 집에 자식이 오누이간 둘밖에 없는데 동생도 대련에서 회사일땜에 고향에 못간다네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구요, 아버지,어머니 이 자리를 빌어 말씀 한마디 올리겠습니다. 못난 자식 리해해주시고 부디 건강하십시오》

장춘 김혁(중학생):부모 리혼. 어머니와 생활, 얼마전 어머니도 한국으로 돈벌이 가고 독립으로 생활.

 《어머니는 설에 못 온대요. 설에 외가집에 가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이쁜 동생들이 주렁주렁 있어서 외롭지 않아요. 저도 이젠 다 큰 어른인걸요...》

그리고 일본류학,한국로무송출 등으로 몇년을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내가 죽어서야 한번 모일가 싶었다》던 길림 강밀봉진 박용진로인: 《자진 귀국정책으로 한국에 가있던 아들 며느리도 곁에 와있고 둘째에 일본 류학갔던 막내딸까지 온가족이 오래간만에 자리를 같이하는 설이 되겠수다. 덩실덩실 춤노래가 나와요. 궤짝속에 꿍져넣었던 모태주 병마개를 이번 설에는 딸거유...》

신정자―설에 가족사랑과 효도를 배우는 어린이들

설을 앞두고 친척들과 동료들에 대한 문안 앞서 방학간에도 책가방을 버리지 못하고 항상 아빠, 엄마, 할머니한테 끌려 공부하러 다니는 애들에게로 전화가 통해진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해서부터 아빠, 엄마가 모두 에스빠냐로 돈벌이 나가셔서 할머님의 손끝에서 공부하러 다니고 피아노 재간도 익혀가고있는 성월이(9세)는 에스빠냐에서 일보시던 어머님이 돌아오셔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한다. 게다가 큰할머님을 비롯한 세집 대가족이 한데 모여 함께 설을 쇠게 되는데 한국에서 사온 예쁜 치마저고리를 입고 곱게 절을 한후 피아노로 멋진 독주곡을 쳐서 여러분들께 설날 선물을 드리련다고 한다.

성월의 할머님은 손녀가 학습에서 더 좋은 성적을 따내기 바라며 모두 신체가 건강歐綬?바란다고 한다.

올해 8살인 정은이는 《작년 음력설은 아빠, 엄마를 따라 비행기를 타고 해구에 가서 할머님께 세배를 드리고 할머님이랑 함께 또 삼아에 가서 수영도 하면서 참 재미있게 놀았어요.

이번 설에는 아빠가 그러는데 할빈에 가서 빙등도 보고 썰매도 타고 눈사람도 만들고 한댔어요.》하고 야무지게 대답했다.

외할머님께 세배드리러 아빠와 함께 외가집에 간다는것이였다. 그외 진우도 령연이도… 할아버지, 할머님들께 세배를 드리러 저녁차로 연변으로 떠난다고 한다.

참 다행이지. 좀 늦어 문안했더라면 그 애들의 목소리도 들어보지 못할텐데. 한편 우리 민족의 전통례절이 날따라 꽃피여가면서 애들에게 어릴 때부터 효도교육을 진행하여 참된 행위습관을 키워주시는 학부모들이 한결 더 돋보이면서 이번 음력설을 우리는 어떻게, 의의있게 보낼가. 오늘 저녁 가정회의를 열 타산이다.

희철(10세)이는 올해도 아빠, 엄마와 함께 80세고령인 할머님께 세배드리러 흑룡강성 간다고 한다. 여태껏 손자들을 애지중지 키워주신 할머님께서 요가현에 가신지 4년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 그 손자가 보고싶어 손을 꼽으며 기다리는 할머니시고 손자 또한 할머님에 대한 효도가 대단하다고 한다. 대야에 더운 물을 떠다 할머님의 발까지 씻어준 일도 있다고 한다.

《오늘 저녁차로 가요. 이번에도 가서 그렇게 해드리겠어요. 이전보다 더 잘해 드리겠어요.》 참 기특한 말이다.

신세대들 《부모님께 돈 부치고 전화로 세배》

설을 앞두고 설인사 겸 친구들에게 안부전화를 걸었다. 올해에는 설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물음에 많은 친구들은 일하면서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려고 설기간에 집에서 그동안 미루었던 잠을 자지 않으면 그냥 부모님의 배치에 따르거나 친구들을 만나는것이고. 별로 특별한것이 없다고 한다.

심수나 해남도와 같이 멀리 떨어져있는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비용이 너무 많아 차라리 그 돈을 부모님들에게 부쳐보내고 전화로 설문안을 전한다고 한다. 돈이 많아야만 부모님에게 효도할수 있다는 우리 젊은이들 생각때문에 온가족이 모여 함께 보내는 설명절이 이젠 점점 그 명색이 희미해져가는 느낌이다.

일년에 한번 있는 설명절에는 꼭 한번 집에 돌아와 부모님들과 함께 식사하고 웃고 떠들며 함께 하는 시간이 오히려 돈으로나 말로만 하는 효도보다 낫지 않을가 싶다. 실리적인 요즘 우리 20대 젊은이들은 대부분 고향을 떠나 외지에서 휴식일도 거의 없이 바쁘게 사업하다보니 일년에 한번씩 집에 돌아와 보내는 설명절도 고달픈 심신을 잠간 쉬우느라 고유 전통설명절의 의미와 다른 사람들한테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가고 있는듯 하다.